주간동아 647

2008.08.05

“디지로그 디자인에 재미 입혔죠”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08-07-30 11: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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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로그 디자인에 재미 입혔죠”
    “디자인은 사람을 즐겁고 편하게 하기 위한 것인데 불편하다면 ‘꽝’이에요. 즐겁게 살아야죠.”

    정우형(48) 다담디자인어소시에이트 대표의 ‘디자인 철학’은 명확했다. 펀(Fun)! “말주변이 없다”고 하지만, 짧게 깎은 머리에 일주일에 한 번 ‘민다는’ 수염, 그리고 흰 드레스셔츠와 청바지는 그의 명확한 성격을 대변했다. 정 대표는 출시 두 달 만에 연예인들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 된 KB ‘·d(앤디)카드’를 만든 디자이너. ·d카드는 신용카드를 꽂으면 은행계좌 정보는 물론, 동영상과 DMB 방송을 즐길 수 있는 멀티미디어 카드다. 신용카드와 전자수첩 기능이 융합됐다고 보면 된다.

    “금융이라는 아날로그와 IT(정보기술) 기술을 접목한 일종의 디지로그(digilog) 작품이에요. ‘얇은’ 카드 형태를 유지하는 게 관건이었죠.”

    그는 삼성, KB와 함께 구상 단계에서부터 머리를 맞대 제품을 구체화했다고 한다.

    “마지막 단계에서 외형을 예쁘게 만들어 보여주는 게 아니라 구상 단계에서부터 디자인을 짜고 그에 맞는 제품을 만든 거죠.”



    그는 이런 방식을 ‘선행 디자인’이라고 했다. 수요자가 원하는 바를 들어주는 ‘비즈니스’ 개념이 아니라 디자이너가 사회(소비자)에게 던져주고 싶은 ‘화두’를 만드는 것.

    요즘은 효율성을 강조하는 군수품에도 디자인을 ‘입혀’주고 싶단다.

    “군에 간 아들을 면회하면서 생각했어요. 전투복과 미사일을 보며 자부심을 느낀다면, 외국 군인도 한국 전투복을 입고 싶다는 생각이 들 거예요. 그럼 전투력은 배가 되겠죠.”

    웅덩이에 괸 물을 떠 담으면 곧 정화돼 식수가 되는 호리병을 만드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그에게 “왜 청바지를 자주 입느냐”고 물었다.

    “집사람이 (옷을) 다려주지 않아서요. 가정 디자인은 잘못한 건가요?”(^^;;)

    1992년 다담디자인을 설립한 정 대표는 지금까지 1500여 제품을 디자인했으며, 레드닷(Red Dot) 디자인상 등을 30여 회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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