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7

2008.08.05

아이와 머리 맞대고 생활계획표부터 짜라

무리하지 않고 성적 올리는 효과적인 방학 학습법

  • 김소희 교육 컨설턴트·‘아이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강남엄마’ 저자

    입력2008-07-29 15: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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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와 머리 맞대고 생활계획표부터 짜라

    꼼꼼한 생활계획표는 보람찬 방학으로 이끄는 훌륭한 지표가 된다. 사진은 여름방학 생활계획표를 짜고 있는 초등학생들.

    방학식을 마치고 교문을 나서는 아이들의 표정은 한결같다. 방학 동안 친구들과 놀 계획 잡고 가족과 어디로 여행 갈지 신나게 떠든다. 하지만 들뜬 기분도 잠시. 집에 오면 엄마에게 성적표를 내밀고 눈치를 살핀다. 엄마는 과목별 평가도 읽어보고 동그라미 숫자를 헤아리면서 한 학기 동안 아이가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지 생각한다. 과목별 평가는 엄마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을 만큼 심각한 수준이 아니니 마음이 놓인다. 하지만 동그라미로 표시된 초등학교 성적표는 아이의 수준을 가늠하기 어려워 불안을 떨쳐버릴 수 없다.

    이렇게 시작되는 방학은 부모에게 새로운 도전의 시간이기도 하다.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다음 학기를 준비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계획이 부모의 생각이지 아이의 생각은 아니어서 방학 동안 느슨해지려는 아이와 전쟁을 치르게 마련이다.

    오전·오후 할 일 명확히 … 밤에 ‘여유시간’ 갖기 필수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바쁜 생활을 하던 큰아이가 방학 때는 느긋하게 누워 읽고 싶었던 책도 읽고 책 읽기 싫어하는 작은아이의 독서습관도 잡고 싶은 것은 모든 부모의 바람이 아닐까? 어디 독서뿐이랴! 체력도 단련시키고 다음 학기에 배울 내용도 공부하고 남들 다 하는 체험학습도 해야 하니,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여기에 집 사정까지 겹치면 마음뿐이었지 한 것도 없이 개학날을 맞게 된다.

    정말 ‘무리하지 않고 성적 올리는’ 묘안은 없는 것일까? 물론 있다. 그 해답은 방학계획표에 있다. 방학식을 하기 전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계획표를 작성해서 내라고 한다. 방학 전에 제출하는 계획표는 가벼운 마음으로 작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은 아니다. 따라서 아이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방학목표를 정한 뒤 주간계획표를 꼼꼼히 작성하면 무리하지 않으면서 실력도 올리는 보람찬 방학을 보낼 수 있다.



    1단계 : 방학목표 세우기

    방학목표는 아이와 부모 각자가 생각하는 목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뒤 정확한 목표를 정한다.

    아이 : “이번 방학에는 친구들과 축구하고 싶어요.” “과학실험도 하고 싶고요.”

    엄마 : “2학기에 배울 내용과 관련된 책을 읽어보자.” “2학기 수학공부도 좀 해야지!”

    아빠 : “아빠 휴가 때 자연체험이나 역사체험을 하는 건 어때?”

    모두 : “이번 방학에는 축구, 2학기 교과서에 나온 책 읽기, 과학실험, 수학공부, 체험활동, 문화생활을 하기로 하자.”

    2단계 : 과목별 집중 요일 정하기

    아이 : “수학은 일주일에 두 번 집에서 문제집 푸니까 이틀.”

    엄마 : “영어는 일주일에 두 번 학원 가니까 이틀, 하루는 집에서 영어책 읽고 테이프 듣는 것이 어때?”

    아빠 : “축구는 친구들과 일주일에 몇 번 할래?” “매일 자유시간에 할까, 주말에 할까?”

    아이 : “과학실험은 일주일에 몇 번 해요?” “책은 언제 읽어요?”

    모두 : “화·목에 수학, 월·수·금에 영어, 축구는 자유시간, 과학실험은 토요일, 책은 매일.”

    3단계 : 오전과 오후 할 일 나누기

    오전 시간대는 방학 동안 하고 싶은 일 중심으로 정하고, 오후 시간대는 평소 다니던 학원과 공부 일정대로 활동한다.

    아이 : “매일 점심 먹고 친구들과 축구 한 시간 할래요.”

    엄마 : “아침시간에 화, 목은 수학문제집 풀고 월, 수, 금은 영어책 읽고 테이프 듣자.”

    아빠 : “과학은 토요일 오전에 인터넷 ‘사이버실험실’에서 하고 아빠랑 함께 집에서 직접 해보자.”

    엄마 : “일요일과 휴가 때 박물관, 수목원에 가자.”

    4단계 : 아이가 직접 활동시간 정하기

    활동별 시작과 끝 시간은 아이가 직접 정하도록 한다. 단, 처음 정한 계획이나 시간이 적절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고칠 수 있어야 한다. 계획을 실천하지 못하면서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변명하는 것을 막고, 다시 실천 가능한 시간표로 수정하게끔 한다.

    아이 : “영어학원 숙제시간을 늘려야겠어요. 1시간 더 필요해요.”

    엄마 : “계획표에 정해놓은 시간을 지우고 다시 써라. 그럼 무슨 시간을 1시간 줄여야 할까?”

    아이 : “여유시간을 1시간 줄일게요.”

    5단계 : 밤 시간대 ‘여유시간’ 정하기

    ‘여유시간’은 말 그대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시간이다. 원래 목적은 ‘독서시간’이지만 ‘독서시간’이라는 어감이 책 읽고 싶은 생각을 사라지게 하니 이름을 달리 부르기로 한다. ‘여유시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같은 시간대로 정하는 것이 좋다. 물론 ‘여유시간’의 양은 아이가 정한다. 그 시간에 TV만 보지 않게 하면, 심심한 아이가 거실에 흩어져 있는 책에 관심을 갖게 된다. 오늘은 책 제목만 보더라도 내일은 책장을 넘기기도 한다. 매일 반복되는 시간이니 결국 책 읽는 재미에 빠지게 된다.

    이제 막 방학이 시작됐다.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온 가족이 모여 앉아 방학목표도 세우고 실천 가능한 계획표도 짜보는 건 어떨까. 보람찬 방학으로 이끄는 지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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