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7

2008.08.05

북한, 미인계 노리다 금강산 도발?

러 소식통 “北 군부, 한국인 남성 낚기 위한 공작 추진” 군부끼리 ‘한 건’ 경쟁하다

  • 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입력2008-07-29 13: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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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미인계 노리다 금강산 도발?

    지난해 10월2일 2차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군사분계선을 넘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 부부.

    ‘문화일보’ 연재소설 ‘강안남자’의 주인공 조철봉의 활약이 대단하다. 조철봉은 예상을 깨고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북한을 방문해 위원장 동지의 배려로 북한 여성과 열렬한 육정(肉情)까지 나눈 것. 소설 속 이야기지만 이러한 일이 현실화될 뻔했다는 첩보가 있다. 이 첩보는 7월11일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53·여) 씨가 북한군의 총에 맞아 숨진 사건과도 관련돼 더욱 예사롭지 않다.

    러시아 측 요인을 자주 만나온 A씨는 새로운 사업을 논의하기 위해, 러시아 하원의 ○○분과위원장을 지내고 지금은 러시아의 한 국립대 총장으로 있는 B씨를 7월2일 한국으로 초청했다. 현재 체그도민과 비로비잔 등 극동러시아 지역에는 제대 군인 출신의 북한 벌목공이 적지 않게 일하고 있다. B씨는 러시아가 받아주는 북한 벌목공의 정원을 결정하는 일도 했기에 북한 사정에 정통하다.

    한국 참여정부 때 북한의 대러 채무 돌려막기

    이러한 B씨가 최근 A씨에게 북한과 관련된 첩보를 들려줬다. 첫 번째는 북한이 러시아에 지고 있는 상당액의 채무를 한국이 갚아줬다는 것이다. 1991년 초 당시 노태우 정부는 소련 정부에 14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했는데, 그해 말 소련이 붕괴하고 말았다. 이 차관은 소련의 지위를 승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된 러시아가 승계했다.

    그러나 계속된 경제위기로 러시아는 한 푼의 이자도 상환하지 못해 12년이 지난 2003년 9월 이 차관은 이자까지 22억4000만 달러로 불어났다. 당시 한국은 김대중 정부 시절이었는데, 러시아는 지금 산림청에서 산불 진압용으로 쓰고 있는 카모프-32헬기와 T-81전차 등 약 3억7000만 달러의 현물을 이자조로 제공했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국은 6억6000만 달러를 탕감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6억6000만 달러를 러시아 측에 무상 지원한 것과 같은 ‘통 큰’ 조치였다. 그리고 ‘불곰사업’이라는 암호명으로 BMP-3보병 전투장갑차와 카모프-32헬기 등 방산물자 3억8000만 달러어치를 현물로 받음으로써, 대(對)러 차관은 12억1000만 달러로 줄어들었다.

    6억6000만 달러 탕감에 대해 일각에서는 “왜 대가도 없이 해줬느냐”는 비판이 많았다. 이에 노무현 정부는 “소련과 러시아에 돈을 빌려준 국가 모임 ‘파리클럽’이 탕감해준 적이 있기에 그것을 본떠 그렇게 했다”는 변명만 늘어놓았다. 그러나 차관 탕감은 그대로 효과를 가져왔다. 바로 2007년 10월 노무현-김정일의 2차 남북 정상회담이다.

    북한, 미인계 노리다 금강산 도발?

    조철봉을 주인공으로 한 ‘문화일보’ 연재소설 ‘강안남자’의 한 컷.

    이 회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박대(薄待)’에 가까운 대접을 받았지만,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는 영예를 누렸다. 북한의 군사분계선은 노동당이 아니라 군부가 관할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조차 군사분계선 문제에 마음대로 개입하지 못한다. 그러나 러시아는 북한 군부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어 노 대통령의 군사분계선 통과가 가능했던 것이다.

    북한도 한몫 챙겼다. 김일성 주석 시절 북한은 소련에서 상당한 액수의 돈을 빌렸다. 루블화로 돈을 빌린 것인데, 그 후 러시아의 외환위기로 북한과 러시아는 달러로 환산했을 때의 차관액수가 얼마인지에 대해 의견 차이가 컸다. 러시아는 원리금 합계를 80억 달러로 봤지만, 북한은 훨씬 적다고 주장했을 뿐 아니라 “그 돈은 소련 측에서 무상으로 준 것이다” “그 돈은 러시아가 아닌 소련에서 빌린 것이다” 등의 이유를 대며 갚지 않았다. 북한 경제는 파탄 수준이었기 때문에 러시아에서는 차관을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우세했다. 그래서 나온 의견이 “북한에 대한 종주권을 주장하는 한국으로부터 대러 차관을 탕감받자”는 것이었다. 러시아가 이렇게 주장하자, 한국은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 행사를 요구했고 러시아는 이를 받아들였다.

    미풍양속 해친 호색한으로 몰아 한국 전체 망신 주기 의도

    그래서 러시아는 북한이 6자회담에 참여하도록 했고, 2차 남북 정상회담을 도왔으며, 북한 군부를 움직여 노 전 대통령의 군사분계선 통과를 성사시켰던 것이다. 한국으로부터 6억6000만 달러를 탕감받은 러시아는 그들이 주장해온 대북한 차관 80억 달러 가운데 66억 달러를 탕감해줬다. 한국이 탕감한 6억6000만 달러가 ‘스리 쿠션’ 방식으로 ‘어차피 받지 못할’ 러시아의 대북한 차관 66억 달러를 탕감시켜준 결과를 낳은 것이다.

    북한, 미인계 노리다 금강산 도발?

    박왕자 씨 피격사건이 있기 전 금강산 해수욕장의 펜스 경계선 앞에서 뛰노는 대학생들.

    B씨는 이러한 사실을 전하면서 “북한은 남은 차관 14억 달러도 갚지 않으려 한다”는 첩보를 A씨에게 전했다. 그리고 “러시아가 한국에 줘야 할 12억1000만 달러는 연해주에 한-러 농업특구를 만든 뒤 이곳에서 사용하는 원자재 비용으로 털어버리고, 대신 러시아는 북한을 움직여 북한 제대군인들이 특구에서 근로자로 일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 북한을 설득 중”이라고 털어놓았다. 즉 “이 방법으로 러시아는 한국 차관을, 북한은 러시아 차관을 털어버리자”는 제의를 한 것이다.

    B씨가 두 번째로 들려준 이야기는 바로 ‘조철봉류(類)’다. 현재 북한은 ‘스리 쿠션’ 방식으로 북한을 지원할 생각은 않은 채 ‘비핵·개방·3000’만 내세우는 이명박(MB) 정부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다. 이러한 불만은 북한 노동당보다 군부에서 더욱 강하다. 따라서 군부는 MB 정부의 기세를 꺾을 비책을 검토했는데, 그중 하나가 미인계를 이용해 한국인 ‘조철봉’을 낚는 것이라고 한다. 남북관계는 경색됐지만 지금도 소리 소문 없이 적잖은 사람들이 평양을 방문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고려호텔이나 보통강호텔에 투숙하는데, 북한은 일몰 이후 한국 방문객의 호텔 밖 출입을 금하고 있다.

    그러나 방문객 중에는 여러 차례 평양을 방문해 호기를 부리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이러한 사람들을 상대로 술 대작을 해주고 북한 여성을 붙여준다는 것이 북한 군부가 마련한 밀계(密計)라는 것. ‘조철봉’이 힘을 쓰려고 할 때 이 여성의 남편이라는 사람이 나타나 난리를 피우고, 북한은 그 남성을 미풍양속을 해친 ‘호색한(好色漢)’으로 체포해 남한 전체를 욕보인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방안은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물자를 북한 근로자와 한국인 감독자가 결탁해 북한 개성 지역 등으로 빼돌리게 만든 뒤 그 현장을 덮쳐 생포하는 것이다. 개성공단 근로자는 대부분 북한 여성인데, 남한 감독자가 북한의 여성 근로자를 꾀어 물건을 빼돌리는 현장을 만들고, 이를 덮쳐 부도덕한 한국의 자본주의를 광고함으로써 MB 정부의 약점을 잡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평양을 자주 방문하거나 개성공단에 거주하는 한국 남성들은 극도로 몸조심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 방안이 여의치 않으면 한국 사람들이 전혀 긴장하지 않고 찾아오는 금강산에서 월경자(越境者)를 낚자는 의견도 나왔다. 금강산은 한국 사람들에게 개방된 지 10여 년 됐지만, 이곳은 북한 육군의 1군단과 북한 해군의 동해함대사령부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예민한 지역이다. B씨는 이러한 첩보를 들려준 뒤 7월6일 러시아로 돌아갔고, 그로부터 닷새 뒤 박왕자 씨 사건이 터졌다.

    그 후 A씨는 “박왕자 씨 사건은 1군단과 동해함대사령부가 한 건 올리기 위한 경쟁심에서 서둘다 보니, 체포가 아닌 사살로 이어진 것 같다. 이 사건은 북한 군부가 꾸민 것이기에 김정일도 사후에 보고받은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와 남북한 문제를 풀어가는 해법에 북한 노동당과 군부 사이엔 큰 시각 차이가 존재한다. 요즘 북한 신문에는 김정일 사진이 실리지만, 그 사진이 언제 것인지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김정일이 극도로 몸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북한 군부는 아직도 조철봉류 밀계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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