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6

2008.07.29

정선희, 촛불에 덴 상처 치유됐나

  •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

    입력2008-07-21 17: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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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선희, 촛불에 덴 상처 치유됐나

    MBC 라디오 프로그램 ‘정오의 희망곡’ 진행자인 정선희는 5월22일 촛불집회 관련 발언으로 큰 곤욕을 치렀다. 그는 “의도와 상관없이 정치적인 인물로 해석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촛불집회 관련 발언으로 라디오 진행에서 물러났던 정선희가 돌아왔다. 6월7일 방송을 중단한 이후 37일 만이다. 7월14일 낮 12시 MBC FM4U ‘정오의 희망곡’ 생방송에 복귀한 정선희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싶고, 손 털고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나왔다”며 “방송하면서 주변의 말들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여전히 찬반 양론이 대립하고 있지만 누가 뭐래도 정선희는 촛불집회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연예인’이다. 문제가 된 정선희의 발언은 촛불집회를 바라보는 양쪽의 입장에서 서로 다르게 받아들여지지만, 어쨌든 그 ‘말’ 때문에 정선희는 방송인으로 승승장구하던 상승세에 치명타를 입고 말았다.

    문제의 발언은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5월22일 ‘정오의 희망곡’ 방송 도중 나왔다. 정선희는 자전거 도난 사연을 소개하던 중 “광우병이다 뭐다 해서 애국심 불태우며 촛불집회를 해도 맨홀 뚜껑을 떼어가는 사람이 있다”며 “그런 일은 큰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하는 범죄”라고 말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은 정선희는 이어 “큰일 있으면 흥분하는 분 중 이런 분(맨홀 뚜껑을 떼는)이 없으리라고 누가 확신하느냐”고 말해 논란을 촉발했다.

    비난이 확산되자 정선희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두 차례 사과했다. 하지만 일부 청취자와 누리꾼(네티즌)의 반발에 부딪혀 결국 ‘정오의 희망곡’을 포함해 진행하던 TV 프로그램의 출연까지 모두 중단했다. ‘말실수’를 단지 실수로 받아들이기에는 촛불집회를 둘러싼 여론이 극도로 예민했기 때문이다.

    한번 뒤집어 생각하면 정선희의 진행자 하차는 상당한 ‘모순’이다. 물론 미국산 쇠고기 협상에 대해 찬성하거나 촛불집회를 반대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촛불집회에 참가한 연예인이나 광우병 위험을 날카롭게 지적한 연예인들은 박수를 받는 분위기 속에서 유독 정선희만 한쪽으로 몰리는 상황은 누가 봐도 공평치 못했다.



    촛불집회 관련 발언으로 하차했다 37일 만에 컴백

    물론 연예인을 공인으로 본다면, 정선희의 발언은 개인의 의견 개진이라기보다 ‘폄훼’에 가까웠기에 더 큰 분노를 산 건 분명하다. 하지만 변명이나 해명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궁지로 몰아가는 일방적인 분위기도 소통이 부족한 사회의 단면이라는 의견이 많다.

    정선희는 라디오 복귀와 함께 그동안 라디오를 진행하며 받은 오해에 대해 해명했다. “발언 뒤 아무렇지 않게 방송을 진행했던 것이 오히려 오해와 분노를 자극했던 것 같다”고 말한 정선희는 “그게 아니라고 일일이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불가능했다”며 이도 저도 할 수 없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무엇보다 정선희는 자신의 발언이 정치적인 해석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시간이 지나면 오해가 풀릴 것으로 생각했지만 의도와 상관없이 정치적인 발언으로 해석되는 게 가장 마음 아팠다”며 “제 인생에서 생각조차 해본 적 없던 ‘정치적인 인물’로 해석되는 게 당혹스럽고 무서워서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정선희는 ‘소통’을 꺼냈다. “‘정오의 희망곡’을 통해 청취자와 소통하고 편안하게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며 “아직도 숙제가 많이 남아 있지만 희망을 다시 만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누구에게나 기회는 공평해야 한다. 다시 돌아온 정선희에게도 청취자와 누리꾼이 기회를 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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