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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유쾌 상쾌 기네스 도전 못 말려!

수박씨 옮기고 철봉 회전하고 남다른 행보 … 가장 긴 혀 등 한국기록 170건

유쾌 상쾌 기네스 도전 못 말려!

유쾌 상쾌 기네스 도전 못 말려!

‘3분에 111회’ 철봉회전 한국기록 보유자인 김규식 씨가 철봉회전을 선보이고 있다.

“와~, 기네스감이네.” 초대형 떡이나 수박씨 옮기기 같은 각종 진기명기를 지켜보다 보면 우리는 흔히 ‘기네스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한국에는 기네스협회가 없다. 세계기네스협회가 2001년 한국기네스협회의 기록 인증을 ‘믿을 수 없다’며 협회와의 인증 및 출판계약을 해지했기 때문. 이로써 한국의 각종 희귀기록과 진기록을 세계 기네스북(Guinness Book of World Records)에 올릴 기회가 거의 사라졌다.

그렇다면 이제 더 이상 한국의 ‘기네스감’은 세계 기네스북에 등재될 수 없는 것일까. 한국기네스협회는 없어졌지만 올해 1월 한국기록원이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 사단법인으로 등록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기록원 김덕은 대표는 “2001년부터 일반사업자로 운영하다 최근 법인등록을 마쳤다. 한국의 기록을 정리하고 세계기네스협회에 등록 자문을 하는 등 예전 한국기네스협회 구실을 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판소리 최연소(11세), 최장 시간(9시간20분) 연창(連唱)으로 세계 인증을 받은 김주리(17) 양의 아버지다.

진기명기는 기본 다양한 분야 기록

기네스기록에 도전하려면 한국기록원 홈페이지(www. korearecords.co.kr)에 자신의 장기나 기록을 올리면 된다. 한국기록원은 기록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해 공식 인증 절차를 밟는다. 비용은 37만원부터 수천만원까지 천차만별. 세계기록을 인증받으려면 영국 출장을 가는 경우가 많아 비용이 꽤 든다는 게 한국기록원 측 설명이다. 세계기록은 영국 기네스 본사에 자료를 보내거나 본사에서 직접 특정사안에 관한 자료를 보내달라고 요청해오면 심사를 거쳐 인정된다. 현재 한국기록원에 등록된 한국기록은 170여 건, 세계기록은 15건.

흔히 ‘기네스’라고 하면 진기명기(Amazing Feats)나 보통사람과는 다른 인체(Human Body) 소유자를 생각하지만 △자연의 세계(Natural World) △과학과 과학기술(Science and Technology) △예술과 미디어(Arts and Media) △여행과 운송(Travel and Transport) △스포츠와 게임(Sports and Games) △역사와 사회(History and Society) 등 다양한 분야의 기록도 해당한다. 즉, 진도 바닷길처럼 우리나라만의 자연현상이나 최고가 브래지어 세트 등도 기네스북 등재 대상인 것. 김 대표는 “기네스북을 많이 팔기 위해 진기명기나 인체 등 흥미 있는 분야의 기록을 책 앞쪽에 배치할 뿐 각 나라의 정치, 경제, 역사, 문화 분야의 세계기록이 훨씬 많다”고 말한다.



자신의 도전 분야를 선택했다면 세부 항목을 눈여겨봐야 한다. 예를 들어진기명기 분야에 신청하려면 ‘힘 테스트(Tests Of Strength)’ ‘용기와 인내(Courage · Endurance)’ ‘집단 참여(Mass Participation)’ 등 자신의 장기가 신청 세부 항목 가운데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기록을 세계기록으로 인증받을 때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문화 차이. 판소리로 세계기록을 인정받은 김양의 경우 판소리를 세계기네스협회 관계자들에게 설명하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리는 데 애먹었다고 한다.

3분에 111회, 철봉회전 달인 김규식(59) 씨=“4년 전 수락산 휴게소에서 운동을 하는데 사람들의 박수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젊은 사람이 철봉을 360도 회전하는 데 참 멋져 보이더라고요. ‘이거다’ 싶었죠.”

평소 마라톤과 헬스 등 운동 마니아였던 김씨(서울메트로 차장)는 이날 이후 360도 철봉회전에 도전했다. 평소 회전만 못했지 철봉 운동을 꾸준히 했던 터라 자신도 있었다. 당시 누군지도 잘 몰랐던 ‘철봉 사부’에게 부탁해 안전띠(철봉과 손목을 묶는 띠)를 손목에 묶고 네 번 도전했는데, 우연히 한 번 360도 회전에 성공했다고.

“마음이 뭉클하더라고요. 주말마다 계속 돌고 돌았죠. 처음엔 두세 번 성공하더니 10회, 40회, 70회로 기록이 향상됐어요.”

비공식 기록이지만 180회까지 돌았다고 한다. 2006년 5월 한국기록원에 인증을 신청해 3분에 111회 회전이라는 한국기록을 세웠다. 당시 125회 회전했지만 3분이 지났기 때문에 기록은 111개로 확정. 돌다 보면 몸에 무리가 오지 않을까.

“스타트해 10개가 넘어가면 스피드가 붙어요. 30바퀴가 지나면 속도가 붙죠. 그때 약간 어찔해요. 100회 이상이 되면 마라톤 풀코스 뛸 때처럼 발끝과 종아리에 마비가 와요. 부하가 걸리는 거죠.”

그는 한계에 도전하는 도전정신만으로도 철봉회전은 훌륭한 운동이라고 말한다. 이 분야에 도전하려면 기초 체력이 있어야 하고 부지런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 주말마다 ‘뱅뱅 도는’ 남편을 보는 부인의 마음은 어떨까.

“아내요? 주변사람들은 박수치는 데 아내는 말려요.”(^^;;)

유쾌 상쾌 기네스 도전 못 말려!

1. 2007 가락시장 푸른 축제에서 선보인 ‘국내 최대 비빔밥’. 2. 2006년 11월 부산 녹산국가공단에서 열린 ‘1회 최다 인원, 최대 무게 대피 피난용 완강기’ 시연행사에서 어른 8명(551.5kg)이 동시 하강했다. 3. 최연소(11세), 최장 시간(9시간20분) 판소리 연창으로 세계 인증을 받은 김주리 양.

1분에 132개 ‘수박씨 빨리 옮기기’ 김기영(31) 씨=김씨는 7월1일 오후 한 방송사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해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자신의 종전 ‘수박씨 옮기기 기록’이었던 1분에 121개를 11개나 훌쩍 넘긴 신기록을 세웠기 때문. 1초에 2.2개꼴로 수박씨를 옮긴 셈. “끝 부분에 주름이 있는 휘어진 빨대를 물고 수박씨를 옮기는데… 어휴~. 아무 생각이 없더라고요.” 곧은 빨대는 작은 수박씨가 빨대를 통해 입 속으로 ‘쏙~’ 들어가 ‘공식 기록용 도구’는 휘어진 빨대만 인정된다고.

김씨가 수박씨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우연한 데서 시작됐다. 5월31일 충남 연기군에서 열린 한 수박축제에서 수박씨 옮기기 부문에 출전했는데 놀라운 능력을 발휘해 1분에 121개를 옮겨버린 것. 이 대회는 한국기록원이 ‘수박기록 표준화’를 위해 함께 참여해 현장에서 한국기록으로 인증받았다. “수박축제에서 우승하면 10만원권 농산물 상품권을 준다며 장모님이 출전해보라고 하셨어요. 장모님이 저의 놀라운 능력을 발견해주셨어요.” 고향인 충북 청원군에서 농사를 지었다는 김씨는 현재 직장(건설업) 때문에 가족과 떨어져 경기 의정부시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그에게 노하우를 물었다. “리듬입니다. 숨을 들이쉬면서 수박씨를 빨대에 붙이고 고개 돌리고 내려놓고…. ‘하나 둘 하나 둘’하면서 리듬을 타는 거죠.”

유쾌 상쾌 기네스 도전 못 말려!

10원짜리 동전 11만개로 ‘세계 최대 동전벽화’를 만든 진정군 씨가 인증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왼쪽).

세계 최대 동전벽화 만든 진정군(68) 씨=진씨는 2007년 12월4일부터 2008년 4월16일까지 서울 공항고교 체육관에서 10원짜리 동전 11만개를 이용해 가로 6m, 세로 4m의 태극기 벽화를 제작했다. 태극 문양의 빨간색 부분과 4괘는 2006년 12월에 나온 붉은색 동전을, 파란색 부분은 때가 끼고 녹이 슨 오래된 동전을 사용했다. 바탕은 그럭저럭 괜찮은 동전.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대통령이 돼달라는 의미에서 취임식을 겨냥해 도전했어요. 현재 최대 동전벽화로 알려진 미국 성조기가 19.4㎡라고 하기에 태극기는 24㎡로 만들었죠.”

진씨는 작품 해체 후 그 동전들을 어린이재단에 기부했다.

진씨와 10원짜리 동전과의 인연은 1995년 그가 건물 경비원으로 재직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이 2002 한일월드컵 공동개최국으로 발표되자 2002일 뒤에 찾는 것을 목표로 1995년 6월12일부터 은행에 동전을 입금하기 시작했다.

“당시 삼풍백화점이 붕괴되고 지존파 사건으로 사회 분위기가 뒤숭숭했어요. 그래서 월드컵도 축하하고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 싶었죠.”

그는 건물에서 주운 동전과 자신의 잔돈을 모아 매일 10원씩 더 보태 은행에 입금했고, 2002년 3월7일 동전입금 2002일째 되는 날 2002개로 다보탑을 만들었다. 이 탑은 하나은행 본점에 영구 보관됐다. 나머지 동전은 어린이재단(당시 한국복지재단)이 추천한 어린이 100명에게 20만원씩 전달했다.

2000년 8월1일부터는 1원짜리 동전을 입금하기 시작했다고. 1원은 통장 개설이 안 된다며 거부당한 그는 당시 김승유 하나은행장을 찾아가 특별 허가를 받았다.

“경의선 철도를 잇는다는 발표가 있은 뒤였어요. 남북은 ‘하나’라는 의미에서 하나은행에 통장을 개설했죠. 매일 1원씩 추가해 3000일째 되는 날 작품을 만들 계획이에요.”

6·25전쟁으로 고아가 된 진씨는 검정고시와 한국방송통신대를 거쳐 최근 한양대 대학원(사회복지학 전공)을 졸업했다.

이 밖에도 한국기록원에는 △1961년 7월31일 교원 초임 발령 이후 2003년 8월31일 정년퇴임까지 42년 1개월 동안 결근, 병가, 특별휴가, 지각, 조퇴 등을 한 번도 하지 않은 ‘무결근 근무자’ 송차섭 씨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혀(8.5cm)’로 측정된 김성광 씨 △코미디언, 건축회사 대표, 일본어 강사, 작가 등 무려 100개 이상 직업을 거친 ‘국내 최다 직업 보유자’ 한창기 씨 등 70여 명이 한국기록 보유자로 등재돼 있다.

Tips

세계 기네스북(Guinness Book of World Records) : 아일랜드 맥주회사 ‘기네스’가 세계 최고기록만을 모아 해마다 발행하는 기록집. 177개국에서 800만부가 발행, 판매되고 있다. 1951년 양조회사 ‘기네스 브루어리’의 상무이사 휴비버 경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그는 골든 플로버(물떼새의 일종)가 유럽에서 가장 빠른 새인지를 놓고 술집에서 논쟁을 벌이던 중 이런 의문에 답해줄 책을 만들면 술집 주인들에게 유용하리라고 판단했다. 곧 런던의 한 리서치 전문회사에 ‘기네스북’이라는 책을 만들어달라고 의뢰했으며, 1955년 8월 최초의 기네스북이 발간돼 베스트셀러가 됐다.




주간동아 2008.07.29 646호 (p26~28)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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