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5

2008.07.22

“DJ 해외 탈출 돕다 멈춘 내 삶”

  • 허만섭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8-07-16 11: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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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J 해외 탈출 돕다 멈춘 내 삶”
    “박정희와 김대중, 두 전 대통령 때문에 내 인생이 망가졌습니다. 36년 전 내가 겪었던 일을 언론에 기록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최차근(69) 씨가 최근 인터뷰를 자청한 이유다. 신민당 김재광 원내총무의 보좌관으로 일하던 최씨는 1972년 9월경 같은 당 소속인 김대중 의원 측으로부터 절박한 요청을 받았다. 내용은 ‘김대중 의원은 박정희 정권의 위협으로 생명이 위험하다. 원내총무의 ‘외유 승인’이 있어야 외국으로 나갈 수 있는데 김 원내총무의 도장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의 보좌관인 당신이 김대중 의원을 살려달라’는 것이었다고.

    최씨는 김 원내총무의 직인과 사인을 위조해 김대중 외유 승인서를 작성했다. 김 전 대통령이 같은 해 10월 유신이 선포되기 전 외국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이후 김 전 대통령은 일본 미국 등지에서 유신반대 활동을 전개했고, 1973년 납치되었다 풀려나면서 ‘민주화 운동의 구심점’이 됐다.

    반면 최씨는 이 일로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심한 고문을 받고 몸이 망가졌다. 이후 유신정권의 압력으로 취업 등 사회활동의 길이 막혔으며 가세(家勢)도 급격히 기울었다고. 그는 “내 삶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해외 탈출을 도운 서른세 살에서 정지해버렸다”고 말했다.

    2005년 12월31일 정부는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 김 전 대통령의 해외 탈출을 도운 활동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해 최씨에게 ‘432호 민주화운동 관련자 증서’를 수여했다. 최씨는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뒤 ‘김 전 대통령에게 내가 한 일을 알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지금까지 두 차례 동교동에 서신을 보냈다. 어떤 보상을 바란 건 아니다. 단지 ‘그때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가 듣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런 응답도 없다”고 말했다.



    ‘내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됐나’라는 서운한 감정을 하루에도 몇 번씩 추스른다는 최씨. 그러나 그는 “김대중 개인이 아닌 민주주의를 위해 한 일이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더라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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