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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비자면제 ‘범죄정보 공유’는 묻지 마?

국내법 저촉 한도 아리송 … 여태 공론화 과정 없어 또 다른 파문 우려

美 비자면제 ‘범죄정보 공유’는 묻지 마?

美 비자면제 ‘범죄정보 공유’는 묻지 마?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서울 세종로의 미국대사관을 찾은 시민.

이명박 대통령은 7월9일 일본 홋카이도에서 열린 확대정상회의에서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만나 “임기가 끝나기 전에 해달라”며 두 가지를 요청했다. 하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의 미국 비자면제프로그램(Visa Waiver Program·이하 VWP) 가입을 올해 안에 해달라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VWP 가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불편한 비자발급을 없앴으면 하는 국민의 숙원을 VWP 가입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한미 쇠고기 협상으로 ‘외교력’을 의심받고 있는 이명박 정부는 VWP 가입으로 명예회복을 노리는 걸까.

지난 4월18일 이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 중일 때 유명환 외교통상부(이하 외교부) 장관과 마이클 처토프(Michael Chertoff)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은 한국의 VWP 가입을 위한 한미 간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이제 남은 과정은 이행약정 체결과 본(本)프로그램 가입. 당초 외교부는 ‘8월’ 이행약정 체결, ‘연내’ 가입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 측 사정으로 이행약정 체결이 8월 이후로 늦춰질 것”이라면서도 “연내 가입한다는 목표는 그대로”라고 밝혔다.

美 사정으로 8월 이후 이행약정 체결

외교부가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VWP 가입의 선결조건으로 ‘보안요건 이행사항’이 열거돼 있다. △전자여행허가제(ESTA) 실시 협조 △여행자 정보 공유 △도난분실 여권 정보 공유 △송환 △여행자 문서 보안 강화(전자여권 발급) △공항보안 강화 △항공보안요원 탑승 허용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눈여겨봐야 할 사항은 ‘여행자 정보 공유’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여행자가 양국의 안보, 법 집행, 이민 관련 국익에 위협이 되는지 여부를 미리 파악하는 데 필요한 여행자 정보(테러리스트 정보 등)를 상호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 상세내용은 별도 이행약정에서 규정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바로 여기에 VWP 선결조건 가운데 가장 민감한 사안이 숨어 있다. 양국 간 ‘범죄정보 공유’가 그것이다.

지난해 말 VWP 가입 추진이 발표됐을 때 양국 간 범죄정보 공유가 선결조건임이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 어떤 범죄정보가 어떤 방식으로 공유될지는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으며, 8월 이후로 예정된 이행약정에 이 내용이 담기게 된다. 외교부는 4월 “국내법 개정 없이, 국내법에 저촉되지 않는 수준에서 한다”고 밝힌 바 있다(‘주간동아’ 633호 ‘미국 비자면제, 약인가 독인가’ 참고). 외교부 관계자는 또한 “살인, 방화, 과실치상 등 미국 안보와 복지에 위협이 되는 중대범죄에 한해 범죄정보를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제처 심사나 국회 동의 거쳐야 할 사안”

그러나 이행약정 체결까지 두어 달 남았음에도 개인정보 가운데 가장 민감한 사안으로 분류되는 범죄정보 공유에 대한 어떠한 논의도 진행되지 않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와 동시에 미국과 협상하기 전 반드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법제처의 심사나 국무회의에서의 논의, 국회 동의 과정을 거치지 않아 크나큰 사회적 혼란과 위헌 논란을 불러온 미국 쇠고기 협상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현재의 협상 단계에서 외교부가 좀더 주도면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제인권법 분야에서 명성이 높은 한양대 박찬운 교수(법학)는 “타국과 범죄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 제한에 해당한다”며 “헌법 60조에 따라 국회 동의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사안”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쇠고기 협상에서 경험했듯 일단 양국 간 협정이 체결되면 위헌성을 논하기 어려워진다”며 “협상테이블에서 미국 측에 범죄정보 공유는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안임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비자면제를 위해 국민의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이은우 변호사는 “형사 정보를 타국에 넘겨준다는 것은 중대한 문제”라며 “반대급부로 국민 편익을 얻는다 해도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법을 전공한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는 “범죄정보란 차별이나 침해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라면서 “이를 사전 동의 없이, 개인이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공한다면 굳이 법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17대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활동한 통합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과거 남북 간 철도를 연결할 때 북쪽 철도원의 면허를 우리 측이 인정할 것인지 여부를 놓고 정부는 국회 동의 절차를 밟았다”며 “이러한 선례를 볼 때 범죄정보 공유는 당연히 법제처 심사나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이행약정 체결 전에 공청회 등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자는 방침을 갖고 있다”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잡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범죄정보 공유는 상호주의 원칙에 의거한다. 미국에 범죄정보를 내줄 뿐 아니라, 우리도 미국으로부터 자국민의 범죄정보를 제공받게 된다. 법무부 출입국심사팀 관계자는 “문제의 소지가 있는 미국인에 한해 미국 국토안보부에 범죄정보를 요청, 열람하는 방식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논란이 된 출국통제(Exit-Control) 시스템은

美 출국 비행기 안에서 지문 채취 추진


“미국 항공업계와 영국 독일 등 34개국 주미 대사관들이 외국인 지문을 찍어 미국 당국에 제출하는 방식의 ‘출국통제(Exit-Control) 시스템’에 반대 입장을 밝혀 한국의 비자면제가 지연 위기에 처했다.”

6월 말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기사를 바탕으로 위와 같은 내용의 뉴스가 전해졌다. 출국통제 시스템 역시 한국의 VWP 가입 선결조건이기 때문. 그러나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이는 출국통제 시스템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다.미국의 출국통제 시스템은 두 가지다. 하나는 서명확인식, 다른 하나는 디지털 지문 방식이다. 현재 미국 항공업계가 비용 문제로, 영국 독일 등 34개 국가가 인권침해 소지로 반대하는 것은 디지털 지문 방식이다. 하지만 한국의 VWP 가입 선결조건에 해당하는 것은 서명확인식으로, 이 방식은 이미 미국 입출국자들에 대해 실시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따라서 출국통제 시스템은 진행이 완료된 선결조건인 셈”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내년 8월까지 완료를 목표로 디지털 지문 방식의 출국통제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항공사들이 미국을 떠나는 외국인들의 지문을 기내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채취한 뒤 미국 정부에 제출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민간 항공사들이 “10년간 123억 달러의 추가비용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반대해 난항을 겪고 있다. 만일 이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한국인들은 미국발 한국행 비행기 안에서 자신의 지문을 채취해 미국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주간동아 2008.07.22 645호 (p20~21)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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