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3

2008.07.08

“아이들이 쉬는 공간 조그마한 배려”

  •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입력2008-07-02 11: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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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쉬는 공간 조그마한 배려”
    골든브릿지그룹 유찬(43) 자산관리대표는 언젠가부터 회사 빌딩 뒤편을 자주 찾는다. 그때마다 흐뭇함을 감추지 못한다. 담 건너편에서 들리는 초등학교 아이들의 웃음소리 때문. 이제 하루라도 그곳을 들르지 않으면 마음이 어딘가 불편하다.

    서울 미동초등학교 정문을 들어서 학교 건물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정면으로 아담한 계단형 정원이 가꿔져 있다. 목조로 만들어진 계단에는 초등학생들의 권장도서 목록이 마치 도서관에 책이 꽂혀 있는 모습으로 장식돼 있다. 아이들은 이곳에 앉아 읽을 책을 고르고 휴식도 취하면서 6월의 화창한 햇빛까지 만끽한다.

    사실 이곳은 수년 전 학교와 바로 옆 빌딩 관계자 사이에서 냉각탑 소음문제를 놓고 갈등이 벌어진 지점이다. 학교 측에선 방음벽 설치를 원했지만 골든브릿지 빌딩 아파트 주민들은 이를 반대했다. 이처럼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갈등은 더욱 커졌다. 심지어 법적 소송까지 갈 수 있었다. 이때 등장한 ‘해결사’가 바로 유 대표.

    유 대표는 당사자 모두가 만족할 만한 대안을 이끌어내고자 골몰했고, 결국 학교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유 대표는 “아이들을 위한 공동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취지에 당사자들이 동의하면서 일이 쉽게 풀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골든브릿지 측은 합의가 이뤄지자 최근 이곳에 소규모 야외 계단식 도서관을 만들었다. 여기에 냉각탑에 대한 아이들의 시각적 거부감을 생각해, 나무를 계단 도서관 뒤 주변에 심어 냉각탑 모습이 보이지 않게 했다. 이 나무들은 소음까지 적절히 분산시키거나 흡수해 아이들이 공부에 집중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유 대표는 “이윤의 사회환원이라는 기업 본연의 책임이 이런 작은 배려를 통해서도 실천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무엇보다 회사뿐 아니라 학교, 그리고 아파트 주민들이 아이들을 위하자는 대의를 갖고 상생의 방안을 모색했다는 점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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