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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 명장 이병훈 “시청자가 두려워”

사극 명장 이병훈 “시청자가 두려워”

사극 명장 이병훈 “시청자가 두려워”

이병훈 PD의 연출작들. ‘대장금’ ‘허준’ ‘이산’ (왼쪽부터)

‘대장금’과 ‘이산’을 만든 이병훈 PD는 방송가에서 ‘사극 명장’으로 불린다. 1974년 MBC PD로 입사해 올해로 연출경력 38년을 맞았다. 1980년 ‘암행어사’를 통해 사극 연출자로 나선 그는 1983년부터 5년 동안 ‘조선왕조 500년’을 연출하며 명성을 쌓았다. ‘허준’을 통해 왕 중심의 사극에서 벗어나 휴머니즘이 녹아 있는 역사 이야기를 선보였고, 이어 ‘대장금’과 ‘이산’을 통해 명성을 쌓았다.

그런 이병훈 PD가 ‘이산’을 끝내놓고 “한 작품만 더 만들고 연출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허준’ ‘대장금’ ‘이산’에 이르기까지 아시아 시장을 점령한 숱한 히트작을 내놓은 사극 명장은 “현장에서 뛰기가 점점 힘에 부친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자꾸만 다치니까 아내가 제발 그만두라고 다그치는데, 이제는 아내의 뜻을 들어줄 때가 된 것 같다”면서 38년 동안 몸담은 ‘현장’ 대신 가정으로 돌아가고픈 속내를 내비쳤다.

사실 그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든 건 ‘날카로운 시청자들’이다. 밤샘 촬영이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틈만 나면 인터넷 검색으로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피는 습관 탓에, 작은 지적도 지나치지 못하는 이 PD는 연출하는 내내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솔직히 할수록 겁이 난다”는 그는 “‘대장금’까지만 해도 ‘이병훈표 사극’이란 말은 안 했는데 이제는 새로운 사극을 만든다는 게 정말 어렵다”고 했다. 늘 새로운 것을 원하는 시청자의 욕구를 더는 만족시킬 수 없다는 생각도 이병훈 PD의 결심을 앞당겼다.

“두렵다. 시청자들은 늘 새로운 것을 원하는데, 이제 더는 새롭게 느끼지 않는 것 같다. 아내는 더 늦기 전에 그만 끝을 내라고 한다. 계속하면 망신만 당할 수도 있다더라. ‘대장금’ 때 어깨를 다치고 ‘이산’을 찍을 때는 카메라 크레인이 부딪쳐 눈자위 12바늘을 꿰맸다. 촬영장에서 너무 격하게 나서니까 아내가 이러다 큰일나지 않을까 걱정이 많다.”



전통 사극을 주로 연출하던 그는 1999년작 ‘허준’으로 작품세계를 바꿨다. 당시 의대에 다니던 딸이 ‘재미없는 사극 좀 그만하라’던 말에 충격을 받았다. 딸이 볼 수 있는 사극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 궁중 이야기가 아닌 역사 속 새 인물을 찾았다. 그렇게 ‘허준’과 거부(巨富) 임상옥의 ‘상도’, 의녀 ‘대장금’이 탄생했다. 대사를 현대적으로 바꾸고 백색 일색이던 의상도 각 인물에 맞게 40~50벌의 파스텔 톤으로 교체했다. 뉴 에이지 음악을 택하고 밤 장면에서도 역광 촬영을 고집했다. 결국 이런 과정이 모여 ‘이병훈표 사극’을 탄생시켰다.

명성을 쌓기까지는 보이지 않는 노력도 숨어 있었다. ‘암행어사’를 연출할 때부터 사 모은 ‘조선왕조실록’이 300권에 이르고, 각종 역사서까지 합하면 600권의 책이 그의 책장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사실 이렇게 책을 읽은 이유도 시청자의 항의에 일일이 답변하기 위해서였다.

사극 명장 이병훈 “시청자가 두려워”

‘사극 명장’ 이병훈 PD는 웬만한 역사가 못지않게 역사에 대한 지식도 풍부하다. 그의 서가에는 600여 권에 달하는 역사서가 들어차 있다.

38년 경력의 베테랑도 시청자 지적에 맘 편할 날 없어

그렇다면 38년 경력의 연출자에게 시청자는 어떤 존재일까. “하느님이다. 시청자는 가르쳐야 할 존재가 아니라 받들어야 할 존재다. 때론 시청자가 변덕을 부릴 수도 있다. 그럴 때 연출자는 제안을 해야 한다. ‘도화서를 만들었으니 한번 감상해보라’는 식의 권유다. 연출자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이병훈 PD는 시청자를 두려워하고 사랑하는 만큼 연기자들 또한 아낀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애용자이기도 한 그는 연기자를 혼낼 때도 문자메시지를 이용한다. 한 달에 8000원 정액제로 1000건의 문자 메시지를 이용하고 ♥나 ★ 등의 이모티콘을 이용해 부드러운 충고를 곁들인다고.

따뜻한 마음 덕분인지 그가 지휘하는 현장은 늘 웃음이 넘친다. ‘이산’에서 여주인공 송연으로 열연한 연기자 한지민은 사과를 좋아하는 이 PD를 위해 촬영날이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사과 2개를 들고 왔다고 한다.



주간동아 2008.07.08 643호 (p84~85)

  •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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