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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창|‘하드서커 대리인’

축구와 훌라후프 공통점은 단순성?

축구와 훌라후프 공통점은 단순성?

축구와 훌라후프 공통점은 단순성?

‘하드서커 대리인’

유로 2008 축구에 팬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보면서 축구라는 스포츠의 마력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된다. 축구는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승부도 재미있지만 관중석의 군중이 선수들의 동작 하나하나에 극도로 몰입해 있는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사람들은 왜 축구에 이렇듯 빠져드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 중의 하나는 축구가 어느 스포츠보다 격렬하고 또한 단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축구를 하는 데 필요한 준비물은 단 한 가지, 공 하나만 있으면 된다. 게다가 서너 살짜리 아이라도 금세 익숙해질 만큼 규칙도 간단하다. 축구에 대한 열광은 이 단순성이 자아내는 긴장과 원색적인 격렬함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코엔 형제의 천재성이 빛나는 영화 ‘하드서커 대리인’. 시골에서 상경한 어수룩한 청년 노빌이 회사 회장의 흉계로 벼락사장이 된다. 회사에 대박을 터뜨려줄 신제품을 발명하는데, 노빌이 이 야심작을 소개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임원들 앞에 서서 칠판에 단지 동그라미 하나를 그려놓을 뿐이다. 이게 뭔가? 임원들을 의아하게 했던 제품은 바로 운동기구 훌라후프다. 훌라후프는 이내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는다.

실제 훌라후프는 영화와 달리 호주에서 운동기구로 쓰이던 대나무 고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 며칠 전 이 훌라후프가 탄생 50주년을 맞았다고 한다. 지난 50년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훌라후프를 샀으며 또 그걸 허리에 두르고 돌렸을까.

축구도 훌라후프도 그 장수와 영속성의 비밀은 극도의 단순성이 빚어내는 흡인력에 있다.‘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유홍준 교수가 극찬한 청도 운문사의 새벽예불도 이 점에서 닮았다. 젊은 비구니 100여 명이 무반주로 부르는 합창인 새벽예불. 어떤 악기도 없이 단지 사람의 목소리로 내는 그 단순한 소리를 유홍준은 ‘우리 전통음악의 원형질’이라고 격찬하면서 진정한 아름다움은 단순성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의 단순성은 문체의 간결미와도 같은 의미다. ‘간결(簡潔)’이라는 말에는 짧으면서도 군더더기가 없어야 한다는 뜻이 함께 들어 있다. 좁은 대쪽에 쓰려니 짧게 써야 했고 핵심만을 이야기할 수밖에.

서구에선 최근 새로운 생활양식을 추구하자는 ‘심플 라이프(simple life)’ 운동이 일고 있다. 소유물을 버리고 집착을 떨치고 단순 소박한 삶을 살자는 것이다. 버릴 것을 버리고 삶의 근본으로 돌아갈 때 심플 라이프에 이르게 된다. 유로 축구를 보면서, 훌라후프를 돌리다가 한 번쯤 단순한 삶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길.



주간동아 2008.07.08 643호 (p78~78)

  • 이명재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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