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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한반도 정책 현재진행형

“한국 동맹 넘어 동반자 관계 구축” 시사 대통령 당선 땐 FTA 등 기존 입장 바뀔 가능성 커

오바마 한반도 정책 현재진행형

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대통령후보의 대통령선거 공식 홈페이지(http://www.barack obama.com)에는 그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대강의 구상이 담겨 있다. 그는 ‘미국 외교쇄신(Re-newing American Diplomacy)’이라는 항목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내세운 ‘내가 싫어하는 지도자와는 대화하지 않는다’는 태도는 다른 나라로 하여금 미국이 오만하다는 느낌을 갖게 만들었다”며 “내가 당선되면 친구든 적이든 가리지 않고 만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후보는 5월16일 외교정책과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도 북한 이란 베네수엘라 시리아를 적시한 뒤 “전제조건 없이, 그러나 신중하게 필요한 준비를 다 해 만나겠다”고 밝혔다. “아시아의 경우에는 한국 일본, 호주 같은 기존 동맹관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파트너십도 만들어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그리고 “양자합의, 간헐적 정상회담, 6자회담 같은 ‘임시적(ad hoc)’ 합의기구를 뛰어넘는 좀더 효과적인 논의구조(framework)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양자적 동맹관계를 넘어 새로운 다자협의체 구성을 통한 동반자적 관계 구축의 가능성을 시사한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동아시아 국가 직접 경험은 없어

이 같은 구상의 기저에는 급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옹호하는 미국적 가치가 여전히 동북아 질서의 핵심이 돼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게 미국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자유무역에 대한 공약은 더욱 구체적이다. 오바마 후보는 5월22일 부시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결함 있는(flawed) 것”이라 했고, 선거 유세 과정에서는 “한미 FTA의 자동차 관련 조항은 한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불공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자유무역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 불공정하게 체결된 협정을 바로잡겠다는 뜻”이라고 부연하지만, 오바마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한미 FTA 비준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후보는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은 없다. 그런 그의 동북아 정책구상을 좌지우지하는 인물은 △데니스 맥도너 오바마 캠프 외교안보정책 총괄조정관 △제프리 베이더 브루킹스연구소 중국센터 소장 △매튜 굿먼 전 백악관 아시아경제담당 국장 등으로 알려졌다.

톰 대슐 전 상원의원의 외교안보보좌관을 지낸 맥도너 조정관은 아시아국, 유럽국, 중동국, 대(對)테러국 등 분과위원회를 관장하면서 전문가들의 보고서 및 정책조언 방향을 오바마 후보에게 보고한다는 것이 캠프 관계자들의 전언. 또한 중국 전문가인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연구소 동북아정책 연구실장도 비공식적으로 오바마 후보의 동북아 정책 수립에 깊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븐 보즈워스, 도널드 그레그,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 3인방 역시 사안별로 자문을 하고 있으며, 오바마 후보의 당선이 확정될 경우 한반도 정책 입안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대북 정책은 터프하지만 접촉하는 외교”

실무급에서는 데릭 미첼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북-미 제네바 핵협상 당시 미 국무부의 실무자였던 조엘 위트 컬럼비아대 객원연구원, 프랭크 자누지 상원 외교위원회 보좌관,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소장 등이 활동하고 있다.

오바마 캠프 아시아 주문그룹의 특징은 ‘끈끈한 조직력’이다. 익명을 요구한 오바마 캠프의 한 관계자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인터넷 공간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오바마 후보의 동북아 정책구상에 관한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5월 초에는 처음으로 50여 명의 전문가들이 모여 상견례를 겸한 ‘룰 미팅’을 가졌다”고 전했다.

강력한 조직이 존재하는 탓인지, 오바마 외교안보팀은 인터뷰 요청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존 매케인 공화당 대통령후보의 외교안보팀에서 동북아 정책을 자문하는 마이클 그린 전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이 비교적 자유롭게 매케인 후보의 정책구상을 밝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아직까지 동북아 정책이나 한반도 정책은 미국 대통령선거를 달구는 ‘핫이슈’는 아니다. 오바마 후보가 언뜻언뜻 내비치는 동북아 정책과 북핵 관련 구상도 대원칙에 관한 것이지 구체적인 정책은 아니다. 또한 한반도나 동아시아 정책 관련 공약이 대통령선거 결과를 좌우할 요소가 아니라는 점에서 오바마 후보의 구체적인 정책은 그가 당선된 뒤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의 외교안보 담당자 인선이 이뤄진 다음에야 성안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미국 내 대통령선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리처드 부시 연구실장도 오바마 후보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가진 인터뷰에서 “과거 빌 클린턴 행정부나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경우를 보더라도 동북아 정책은 상당 기간의 정책 검토(policy review) 과정과 참모진 인선 과정을 수반한 뒤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새로운 행정부는 새로운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싶어하지만 동아시아의 경우 유럽, 중동, 남미 지역에 비해 정책의 연속성이 보장된다”면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기존 정책을 뒤엎는 결정을 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후보의 한반도 정책을 자문하는 고든 플레이크 소장 역시 개인의 견해임을 전제로 오바마 후보의 대북관(對北觀)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오바마 후보의 북한 관련 정책은 터프하지만 접촉하는 외교(tough, but engaged diplomacy)”라고 말하면서 “미국과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국가 및 지도자들과도 협상을 통해 대화함으로써 미국의 영향력을 전방위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며, 이 같은 외교의 효용성은 역사적으로도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매케인 후보 진영의 핵심 참모인 마이클 그린 전 선임보좌관은 오바마 후보가 당선될 경우 그가 선거운동 기간에 내놓은 동북아 지역 및 한반도 관련 공약은 상당 부분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선거운동 중에는 득표에 도움이 되는 공약들을 내놓게 마련이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관한 비판의 목소리도 그가 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는 백인 블루칼라 계층을 겨냥한 것인 만큼 집권 이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1992년 대통령 당선 직전 NAFTA에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집권 이후 옹호자로 돌아선 일이나, 북한을 ‘악의 축(axis of evil)’이라고 비판했던 부시 대통령이 6자회담 틀 내에서 양자 대화를 지지한 일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

그는 또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포함한 적대국 지도자들과의 면담 공약도 이미 캠프의 공식 입장으로 공표됐기 때문에 당장 거둬들이긴 곤란하지만, 대북 정책 리뷰나 북한 실상 등에 대해 자세히 알고 나면 조건 없이 대화에 응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든 플레이크 소장도 “오바마 후보는 선천적인 자유무역 옹호자이며, 선거운동 기간 자유무역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면서 “오바마 후보가 당선돼도 자동차 수출 등에 대한 우려가 잘 해결돼 한미 FTA가 비준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08.07.08 643호 (p28~30)

  • 워싱턴 = 하태원 동아일보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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