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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

美 부동산 지금 한국에 세일 중

꾸준한 수요 반영 잇단 투자설명회 … 브랜드 맹신·하반기 상승 낙관론 금물

美 부동산 지금 한국에 세일 중

6월2일 300만 달러였던 투자 목적의 해외부동산 취득 한도가 폐지됨으로써 해외부동산 투자가 완전 자유화됐다. 정부는 해외부동산 투자를 2006년 5월 처음으로 허용했는데(100만 달러 한도 내), 4월 말까지 23개월간 우리 국민이 사들인 해외부동산은 모두 4492건, 총금액 18억3400만 달러(약 1조8890억원)에 이른다. 주로 미국 캐나다 말레이시아 필리핀의 땅과 주택을 구입했다.

그러나 지난해 가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발생한 이후 해외부동산 투자는 위축된 상태다. 올해 1/4 분기 해외부동산 취득 건수와 금액은 421건, 1억4600만 달러(이 가운데 84%는 투자 목적이고 나머지는 주거 목적).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3%(건수), 42%(금액)가 각기 감소한 수치다. 하지만 해외부동산 투자를 향한 한국인의 ‘안테나’는 오히려 길어지는 추세다. 국내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탓이 큰데, 실제로 올해 들어 매달 투자 건수가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동남아 시장으로 수요가 몰렸지만, 여전히 이민과 유학 수요가 많고 시장이 안정화된 북미 지역에 관심이 높다.

은행 PB 고객들 미국 시장 눈 돌려

이러한 수요를 반영하듯, 최근 국내에서는 미국 부동산 투자설명회가 심심치 않게 열리고 있다. 5월 초 서울 삼성동 파크하얏트호텔에서는 뉴욕 맨해튼의 전문 부동산회사 뉴욕레지던스 주최로 맨해튼 중심부에 들어서는 고급 콘도미니엄 ‘더 센터리언(The Centurion)’에 대한 투자설명회가 열렸다. 6월17일에는 서울 서초구에서 종합부동산서비스업체 콜드웰뱅커코리아 주최로 미국 부동산시장 현황에 대한 설명회가 열렸다. 또 6월19일과 20일에는 서울 서초구 센트럴시티에서 뉴욕, 뉴저지, 애틀랜타, 하와이 등지의 고급 콘도미니엄 15곳이 참가하는 ‘모노폴리 쇼’가 ‘럭셔리 콘도미니엄 인 USA’라는 주제로 열린다. 미국의 유명한 부동산 트레이딩 보드게임인 모노폴리 게임을 콘셉트로 박람회장에 대형 게임판을 재현해놓은 뒤 각 콘도미니엄 등을 전시해 투자자를 유치하는 행사다.

이 밖에도 해마다 프라이빗뱅커(PB) 고객들을 대상으로 해외부동산 견학 행사를 주최해온 신한은행도 10월로 예정된 행사 방문지를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로 일찌감치 정해놓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을 둘러봤는데, 올해는 PB 고객들이 미국 부동산시장에 관심이 높은 점을 고려해 미국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국 부동산업체가 멀리 한국까지 날아와 투자자를 유치하려는 이유는 자국 내에서 판로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지난 1/4 분기 미국 주택가격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4.1% 하락했다. 10대 대도시 주택가격 하락폭은 이보다 커서 15%를 기록했다. CBRE 해외부동산팀 김한석 부장은 “미국 내에서 주택경기가 얼어붙자 특히 분양을 앞둔 부동산업체들이 한국 중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신흥부자들을 찾아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센트럴시티에서 열리는 ‘모노폴리 쇼’에 참가할 예정인 미국 뉴욕의 부동산중개업자 브랜디 송 씨는 “한국에는 부동산으로 돈을 번 사람이 꽤 많아서 맨해튼의 고급 콘도미니엄에 매력을 느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씨의 말처럼 해외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이들은 국내 부동산 투자로 수익을 얻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주를 이룬다. 각종 규제와 부동산시장 침체로 더는 국내 부동산 투자에서 예전 같은 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해외로 관심을 돌리고 있는 것. 이들이 구입하는 부동산의 평균가격은 우리 돈으로 3억5000만원에서 4억원 사이로, 주로 주거용 아파트에 투자하고 있다. 300만 달러 한도가 폐지되면서 앞으로는 상가건물 등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투자도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부동산 포털업체 루티즈코리아 임채광 팀장은 “40, 50대 중산층뿐 아니라 20, 30대 젊은 사람들도 해외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많다”면서 “이들은 현지에서 융자받는 것을 전제로 적게는 4000만~5000만원을 갖고 해외부동산에 뛰어들기도 한다”고 전했다.

해외부동산 투자 열기에 맞춰 ‘복덕방’도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 수십 곳이 해외부동산 매매중개 및 컨설팅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크게 국내업체와 해외업체로 나뉜다. 먼저 해외업체는 전 세계적인 체인망을 갖춘 미국 부동산중개업체의 한국법인 형태를 취한다. ERA코리아, CBRE, 콜드웰뱅커코리아 등이 그 예다. ERA코리아와 CBRE는 각각 1994년과 99년 국내에 진출해 상업용 빌딩의 매매중개, 컨설팅, 관리 사업 등을 하다가 2006년 내국인의 해외부동산 투자 허가에 맞춰 해외부동산 매매중개 및 컨설팅 사업을 새로 시작했다.

한편 전 세계 47개국, 3700개 오피스, 11만7000여 명의 부동산 중개업자를 보유한 콜드웰뱅커는 해외부동산 투자 완전 자유화를 앞둔 지난해 11월 한국에 진출했다. 콜드웰뱅커코리아 이철현 상무는 “미국과 비자면제 협정이 체결되면 미국 부동산에 대한 투자가 더욱 확산될 것”이라며 “은행 PB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등 VVIP 마케팅을 통해 10억~30억원의 상품을 주로 중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부동산 전문 포털사이트들은 국내의 투자 희망자들과 해외 부동산 중개업자를 연결하는 다리 구실을 한다. 개별 부동산 상품에 투자자를 유치하는 업체들도 여럿이다. 최근에는 국내 업체들 중에서도 미래에셋 계열사 ‘맵리얼티’처럼 해외 부동산중개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직접 중개 사업을 벌이는 곳들이 생겨나고 있다.

미국 부동산시장에서는 중개수수료를 집을 파는 사람만 낸다. 그러므로 한국인이 해외부동산 중개업체를 통해 미국 부동산을 구입할 경우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다. 시장조사나 주택관리 등 개별적으로 선택한 부가서비스에 대한 요금만 지불하면 되는 셈이다. 또 동남아 국가들과 달리 미국에서는 에스크로(명의 이전이 이뤄질 때까지 자금이나 양도증서를 포함한 모든 서류를 신탁은행이 보관하는 제도) 계좌를 통해 구입대금이 관리되기 때문에 안전한 거래가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중개업소 추천 성급한 투자 낭패 보기 십상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미국 부동산 투자에서도 주의해야 할 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먼저 ‘브랜드 맹신’은 금물이다. 글로벌기업의 이름을 내건 회사라 하더라도 프랜차이즈 형식의 순수 한국업체인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윤웅기 차장은 “간혹 투자설명회에 은행 이름을 내걸거나 은행과 제휴를 맺은 회사라고 홍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은행 처지에서는 해외부동산 투자를 희망하는 고객에게 복수의 중개업체를 안내해주는 것일 뿐”이라며 “은행이 추천한 곳이라 여기고 해당업체를 무작정 신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맵리얼티 김준성 이사는 “단일 부동산 상품을 마케팅하는 업체의 경우 투자자보다 물건 파는 입장에 서 있기 마련이므로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미국 주택시장의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지나친 낙관론은 금물이다. 올 하반기부터 미국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미국 내에서도 찬반양론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CBRE 김 부장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해외부동산 투자 원칙은 중개업체의 추천 이유가 아니라, 해당 지역에 오래 거주한 사람이 내리는 해당 상품에 대한 투자가치 평가”라면서 “현지에 한두 번 다녀온 것만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08.06.24 641호 (p24~25)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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