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9

2008.06.10

他者, 아웃!

  • 편집장 김진수

    입력2008-06-02 11: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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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주일간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머리 좀 식힐 겸 몸도 휴식을 간절히 바라던 터라, 오랜만의 휴가가 이렇게도 소중하구나 하는 자명한 생각을 새삼 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역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제정신 온전히 추스르기조차 힘들 만큼 다사다난한 세상살이의 변화상을 다채로운 광경으로 보여주더군요.

    비좁은 땅덩이인데도 영동고속도로 톨게이트 곳곳에선 외지인 차량 진출입에 따른 조류인플루엔자(AI) 전파에 대비한 방역활동이 한창이었습니다. 때 이른 더위에도 방역복을 입은 채 작업에 열중하는 공무원들의 모습이 조금은 생경하면서도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런가 하면 설악산과 평창의 ‘양떼목장’에는 수학여행 온 학생들의 행렬이 장사진을 이뤘습니다.

    일본 교과서의 독도 침탈 시도를 아는지 모르는지, 동해안 대포항과 동명항엔 상인과 손님들 간에 횟감 가격을 실랑이하는 소리들로 활기가 넘쳤습니다. 철 이른 속초해수욕장에도 가족단위 행락객과 연인들의 발자국이 모래사장을 뒤덮고 있더군요.

    그럴 겁니다. 이런 게 삶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굴레의 편린들이겠지요. 이 같은 인생의 굴곡을 위무받으며 살아가는 데는 인간의 원초적 승부욕을 자극하는 스포츠가 빠질 수 없겠지요. 하여 이번 호 커버스토리는 독자 여러분의 끊이지 않는 근심을 잠시나마 훌훌 떨치라는 마음에서 요즘 인기절정인 프로야구로 택했습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기름값과 장바구니 물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로 시작해 이제 취임 100일을 맞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외침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촛불집회, 개원 직후부터 진통이 뻔히 예상되는 18대 국회…. 강퍅한 이 시대를 이겨내는 법 가운데 하나는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듯 타자(他者)의 시선으로 세상사를 관조해보는 것이 아닐까요?

    他者, 아웃!
    어떻습니까? 여러분 한 명 한 명이 ‘해피 코리언즈(Happy Koreans)’라는 가상의 신생 야구팀을 이끄는 투수가 돼보는 건…. 여러분의 복잡다기한 구질(球質)을 감히 상대할 타자는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삶의 질을 높일 의무를 지녔으되, 전혀 그러하지 못하고 있는 ‘그 모든’ 이들입니다. 서민대중을 타자(他者)로만 대하는 그들을 타자(打者) 삼아 삼진아웃 시켜버리는 상상의 야구경기 한판 즐겨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요? 무릇 모든 스포츠의 묘미는 극적인 반전(反轉)에 있는 법입니다.

    자, 1회 초 경기가 시작됐습니다. 아무쪼록 완봉승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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