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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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출한 인물들의 창조성 키우는 비법

  •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www.gong.co.kr

    입력2008-05-21 10: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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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출한 인물들의 창조성 키우는 비법

    <b>크리에이티브 마인드</b> 허버트 마이어스, 리처드 거스트먼 지음/ 강수정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 352쪽/ 1만8000원

    창조는 무엇일까? 창조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디자인, 건축, 문학, 미술, 음악, 연출, 사업, 무대공연 등의 분야에서 실제로 창조성을 발휘하는 데 걸출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에게서 그들의 경험을 들어본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허버트 마이어스와 리처드 거스트먼이 쓴 ‘크리에이티브 마인드’(에코리브르)는 각 분야에서 창조적인 인물로 통하는 20인을 선택해 그들이 이해하는 창조성, 창조성을 발휘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 창조성을 갈고닦아온 과정과 성장 배경 등을 다루고 있다.

    저자 자신들도 이들 20인에 결코 손색이 없을 정도로 창조적인 인물이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이름을 딴 ‘거스트먼+마이어스’(현재의 ‘인터브랜드’)라는 다국적 디자인 컨설팅 회사를 함께 세워 35년간 디자인상 300여 개를 휩쓸어온 창조성의 산증인들이다.

    창조성 분야의 거장인 20인에게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주어진다. 그들은 어떤 사람일까? 인간성은 어떨까? 부모님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였을까? 그들은 고독할까? 그들은 남들과 좀처럼 어울리지 못하는 아웃사이더인가? 어린 시절부터 창조적인 기질을 보였을까? 아니면 다 큰 다음에 그런 재능을 발견하게 된 것일까? 그들은 어떤 방법으로 창조성을 계속 유지하고 있을까? 그들로 하여금 창조성을 갖도록 만드는 동기는 돈일까, 아니면 명성일까?

    2001년 ‘타임’지가 선정한 스티븐 홀은 미국 최고의 건축가로 꼽힌 인물이다. 그는 창조성을 “구태의연한 사고의 틀을 깨고 자기 일에 창조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창조성의 핵심은 한 단어로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가 자신의 창조성을 닦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 인상적이다. 그는 매일 아침마다 한 시간 정도 그림을 그린다. 5×7인치 크기의 영국제 수채화용 스케치북에 무려 25년간 하루도 쉬지 않고 그림을 그려왔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그려온 그림을 모두 보관하고 있으며 이것이야말로 창조성의 저장고라고 말한다. 때로는 건물을, 때로는 상상의 날개가 펼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그린다. 그가 그린 그림은 1년이면 스물넷에서 스물여덟 권 분량의 스케치북이 된다. 그는 “이것들은 이를테면 창조성이 처음으로 움튼 순간들의 기록이고, 스케치북을 뒤적여보면 그 순간들을 쉽게 더듬어볼 수 있다”고 말한다.



    한편 밀턴 글레이저는 그래픽디자인과 건축설계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프로정신과 창조성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프로정신은 실패할 가능성이나 위험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게 마련이지만, 창조성은 모험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들 사이의 갈등을 잘 조화시키는 일이야말로 창조적인 인물이 해야 할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에게 창조성의 원천은 어디일까? 그는 독서를 든다.

    “인류학과 행동주의, 뇌 구조 관련 서적도 읽는다.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은’ 곳, 도무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없는 곳은 동시대를 사는 다른 이들이 그 당시에 벌이는 행동들이다. 아이디어는 각자의 개인사와 다른 세대가 거쳐온 세월, 그리고 시각예술의 역사가 만나서 나오는 것 같다.”

    밀턴 글레이저가 거장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 혹은 그가 계속해서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힘은 다음 몇 문장으로 충분히 엿볼 수 있다.

    “나는 일이 너무 좋다. 세상에서 가장 신난다. 여전히 배울 게 많은 분야에서 일할 수 있다는 건 아주 큰 행운이다. 디자인 일이 지닌 최고 미덕은 배움에 끝이 없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반열에 오르면 그때까지의 성취로 순항하는 다른 분야의 프로들과 대조되는 긍정적인 혜택이다. 디자이너는 죽는 날까지 흥미와 열정과 경이를 간직할 수 있다.”

    그는 일, 독서 그리고 디자인의 본질을 생각하는 세 가지를 삶의 중심으로 삼았기에 늘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본다. “나는 진심으로 작업대 앞에서 숨을 거두고 싶다. 일은 곧 내 삶이다”라는 언급에서 그의 창조성의 출처를 엿볼 수 있다.

    데이비드 핼버스탬은 미국 최고의 사회·정치 기자였던 인물이다. 그는 창조성은 고도의 개인주의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이성이나 논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본능을 믿고 직관적인 판단을 할 때 창조성이 발휘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개인적인 선택과 자유를 극대화하고 자신에게 남다른 소질이 있음을 아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그 소질을 잘 간직한 채 최대치를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그는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로서 창조성을 발휘하기 위해 항상 눈을 크게 뜨고 생각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저마다의 분야에서 걸출한 창조성을 발휘하는 20인의 다양한 의견이나 관점, 그리고 정의와 방법을 엿볼 수 있다. 독특한 인물들인 만큼 그 의견들은 저마다 남다른 개성을 갖고 있다. 독자들이 각각의 사례들을 보면서 자신의 창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을 찾을 수 있다면, 혹은 이들 가운데 한두 가지라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값어치 있는 독서라 할 수 있다. 동시대의 걸출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단 한 권의 책으로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우리는 정말 대단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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