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6

2008.05.20

50살 마돈나 파리의 쇼케이스

  • 송평인 pisong@donga.com

    입력2008-05-13 16: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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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돈나의 공연을 봤다. 유서 깊은 프랑스 파리의 올랭피아 극장에서, 8월이면 만 50세가 되는 마돈나를 처음으로 직접 봤다. 한국 나이로 치면 58년 개띠. 댄스가수로서는 도저히 현역일 수 없는 나이의 마돈나가 ‘하드 캔디(Hard Candy)’라는 앨범을 내고 쇼케이스에 나섰다. 4월30일 미국 뉴욕에서 처음 쇼케이스를 가졌고, 5월11일에는 영국 런던에서 열렸다. 5월6일 파리를 포함해 모두 세 차례뿐인 쇼케이스다. 본격적인 순회공연은 9월에 시작된다.

    ‘유물적 소녀(Material Girl)’로 무대를 연 마돈나는 “에디트 피아프, 쥘리에트 그레코, 마를레네 디트리히가 섰던 무대에서 노래하는 건 정말 특별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비브 라 프랑스(Vive la France·프랑스여 영원히)”라고 외쳤다. 팬들은 열광했다.

    마돈나는 내가 막 대학에 들어갔을 무렵 등장했는데, 그를 좋아해본 적은 없다. 그런데도 공연장을 찾은 것은 팝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그 유명한 마돈나를 한국에선 볼 기회가 없었고, 이왕 파리에서 기회가 왔으니 마돈나가 더 늙기 전에 한 번 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두 시간 반 늦은 공연 불구 성적 도발 이미지로 여전히 인기

    원래 쇼케이스는 오후 8시부터 열릴 예정이었지만, 밤 10시30분에야 시작됐다. 오후 7시부터 입장했으니 3시간 반은 족히 기다린 셈이다. 시간에 맞춰 등장하면 그는 이미 우상이 아닌 모양이다. 초조해진 관중이 “마돈나”를 한 시간 가까이 외친 다음에야 마돈나는 무대에 등장했다.



    마돈나 같은 대스타라면 수만명이 들어가는 ‘스타드 드 프랑스’ 축구경기장이나 베르시 종합체육관 같은 곳에서 공연하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앨범 홍보를 위한 쇼케이스는 소수만을 초대한 공연이기 때문에 경기장 같은 넓은 장소에서 하지 않는다. 약 1500명이 들어가는, 객석과 무대가 비교적 가까운 극장에서 마돈나를 지켜볼 수 있다는 건 운이 좋은 경우다.

    가까이에서 지켜본 마돈나의 공연이 감동적이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처녀처럼(Like a Virgin)’의 마돈나가 25년이 지난 뒤에도 처녀처럼 봐달라고 강요하는 것 같고, 무대에서 이상한 포즈를 취하고 요상한 신음소리를 내는 게 50세란 나이에는 스스로 민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극장을 나오면서 현지 방송 기자들이 관객과 인터뷰하는 것을 들어보니 “마돈나는 무대에서 비교를 거부한다” “마돈나는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다” 등 칭찬 일색이다. 마돈나에서 시작된, 도발적이며 나이에 정복당하지 않는 1980년대식 신여성의 이미지는 여전히 잘 팔리고 있었다.

    파리에서는 잘록한 허리에 미니스커트를 입은 뒷모습이 아름다워 지나치다 흘낏 돌아보면 50, 60대의 주름 많은 여성인 경우가 종종 있어 놀라곤 한다. 나이가 들어도 스스로 늙었음을 인정하기 거부하는 마돈나들. 이걸 어찌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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