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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新고부갈등

여성 對 여성의 이익투쟁 ‘뿔’나거나 화합이거나

고부갈등 사회·정신의학적 4가지 분석 … 외동들 결혼 본격화, 다양한 갈등 표출

여성 對 여성의 이익투쟁 ‘뿔’나거나 화합이거나

여성 對 여성의 이익투쟁 ‘뿔’나거나 화합이거나
시댁(媤宅)과 갈등을 겪는 며느리들은 ‘시금치’도 싫어한다고 한다. ‘시’자만 들어가도 시댁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가을볕에는 딸을 쬐이고 봄볕에는 며느리를 쬐인다’ ‘미운 열 사위 없고 고운 외며느리 없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고부갈등은 한국사회를 특징짓는 키워드 중 하나다.

오랫동안 큰며느리는 인고와 한맺힘의 상징처럼 여겨져왔다. 시어머니는 곳간 열쇠를 쥐고 있으면서 며느리에게 항상 무언가를 가르치고, 엄하게 꾸짖거나 불호령을 내리는 이미지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서구화·산업화되면서, 그리고 한 자녀 가정에서 자란 외동들의 결혼이 본격화되면서 전통적인 시어머니와 며느리 이미지는 급격히 무너져내리고 있다. 그에 따라 고부갈등 유형도 다양하게 표출된다.

서로 헌신적 태도와 행동 한계 부닥치면 폭발

그렇다면 고부갈등은 왜 생기고, 또한 진화하는 걸까. ‘사회·정신의학 돋보기’를 대보면 몇 가지 유형이 보인다.



첫째, ‘아들 집착’ 유형이다. 아직도 대부분의 시어머니들이 이 유형에 해당한다. 공들여 키워놨더니 어느 날 나타난 며느리가 ‘나의 분신’을 빼앗았다는 상실감이 고부갈등을 일으킨다. 며느리 또한 집안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아들(남편)과 결혼했기 때문에 ‘새로운 권력자’가 됐다고 느낄 수 있다.

사회학자 울프(Wolf)는 ‘자궁 가족(uterine family)’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전통적인 유교문화권에서 농경산업이 주를 이룬 한국과 중국은 그동안 ‘자궁 가족’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다른 성씨를 가진 여성이 시집오면 시댁에서 매우 미약한 지위에 놓이지만, 그의 자궁을 통해 아들을 낳고 키우면서 권력과 지위를 획득해나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어머니가 되면 집안의 주도권을 쥐고 존경을 받으면서 새로운 며느리를 맞게 된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 사회는 더 이상 농경사회도 아니고, 유교적 가치인 효(孝)마저 약화됐으니 고부간 갈등은 어쩌면 필연적인 결과일 수 있다. 오랫동안 우리 어머니들의 잠재의식 속에 이어져 내려온 ‘아들은 곧 권력’이라는 생각이 아들에 대한 집착적인 행동으로 나타나면서 갈등은 심화된다.

둘째는 ‘헌신 강박’ 유형. 이 유형은 시어머니와 며느리 모두에게 나타날 수 있다. 즉 자신이 상대방에게 헌신하면 할수록 더욱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어머니는 자신이 늘 아들에게 음식을 챙겨주고 빨래를 해줬던 것처럼 며느리에게도 헌신적인 태도와 행동을 보인다. 시댁을 찾은 며느리에게 일을 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보살피려 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은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언젠가 ‘그래도 내가 어른이고 어머니로서 대접받아야 한다’는 욕구와 충돌하면 폭발 가능성이 높다.

여성 對 여성의 이익투쟁 ‘뿔’나거나 화합이거나

드라마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의 한 장면.

실제 필자가 상담한 한 시어머니는 며느리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지 못하고, 친정어머니 대신 산후조리까지 도맡아 하다 일시적인 기억상실에 빠져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며느리 또한 시어머니에게 최선을 다하다 급기야는 참을성의 한계에 부닥친다. 결국 크게 싸우거나 대드는 등의 일로 다시는 서로 보지 않는 임상 사례도 있다.

셋째는 ‘지위 경쟁’ 유형이다. 시어머니가 사회활동을 하거나 부와 명예를 지니고 있다면, 그는 결코 며느리에게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또는 며느리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며느리를 ‘아들의 아내’라기보다 ‘아들과 가장 가까운 여성 두 명 중 하나’라고 여긴다. 따라서 그가 추구하는 것은 며느리보다 낫다는 우월감이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때론 상대방을 무시하는 발언도 한다.

아들에게 칭찬(“역시 우리 엄마는 멋쟁이” 등)을 들으면서 우월감을 확인하기도 한다. 며느리 또한 자신의 젊음과 지성, 미모, 직업 등을 통해 시어머니보다 우월한 여성임을 확인하려고 한다. 따라서 서로 간 갈등과 경쟁은 불가피하다.

바쁜 시어머니와 직장인 며느리 갈등 잠복

넷째는 최근 빠르게 늘고 있는 ‘이익 투쟁’ 유형이다. 이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모두 바빠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의 시어머니는 과거와 달리 모임이 많고, 운동이나 취미생활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손자를 돌볼 생각은 처음부터 없다. 그리고 아들에게 적당한 액수의 용돈을 받아 필요한 것을 구입하기를 원한다. 직장생활을 하는 며느리는 내심 시어머니가 집안일을 거들거나 자녀양육을 도와주길 바라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 야속하게 느껴진다. 그러고도 항상 우리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시어머니에게 얄미운 감정마저 들곤 한다.

반대 경우도 있다. 며느리는 돈이 필요할 때만 우리 집을 찾아온다. 손자들의 교육을 이유로 온갖 아양을 떨며 돈을 타낸다. 그러고도 본인 또는 아이들이 바쁘거나 아프다는 핑계를 대면서 집안 행사나 각종 일거리에는 도움을 주려 하지 않는다. 시어머니 또는 며느리가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현실적 이익이나 편안함을 추구하려는 가운데서 갈등은 점점 깊어만 간다.

위의 네 가지 유형 외에도 최근엔 좀더 세분화된 고부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고부갈등의 다양화·세분화는 아마 점차 복잡해지고, 다양한 갈등이 나타나는 우리 사회의 모습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주간동아 2008.05.20 636호 (p46~47)

  •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의학박사 psysohn@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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