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5

2008.05.13

브랜드 파워 키우기 와인경쟁대회 성행

  • 입력2008-05-07 16: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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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랜드 파워 키우기 와인경쟁대회 성행

    3월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열린 제16회 국제와인경쟁대회 모습.

    모든 사람의 입맛을 대변할 수는 없어도 일반적으로 맛있는 와인은 많은 시음자들에게 지지를 받는다. 애써 담근 와인이 많은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는다면 여간 보람 있는 일이 아니다. 그들은 단순히 말하면 와인 한 병에 호감을 표한 것이지만, 좀더 풀어보면 내가 가꾼 포도와 그 포도밭의 정기를 각별하게 생각한다는 뜻이기도 하므로.

    소비자는 결국 품질로 구매를 결정하겠지만, 아직 우리 와인 시장에서는 브랜드가 구매를 결정한다. 와인 소비가 가장 진화되었다고 평가받는 영국 시장에서조차 브랜드 파워는 대단하다. 거기서도 역시 유명한 와인들이 주로 소비되며, 무명 와인도 유명 유통 회사의 브랜드를 라벨에 바르면 쉽게 쇼핑 카트에 간택된다. 백화점 프리미엄 브랜드처럼 유명세를 등에 업어야 팔리는 것이다.

    무명 와인이면서 유명 유통 회사의 후광도 받지 못한다면 어떻게 와인을 홍보할 수 있을까. 황무지를 개간해, 심지어 토마토 밭이나 올리브 밭을 갈아엎어가며 와인 경작지를 늘리는 상황이다 보니 와인 공급은 계속 늘고 있다. 홍수 같은 와인 경쟁 사회에서 자신만의 특별함을 인정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 자체다. 해서 국제적인 와인경쟁대회가 성행한다. 이러한 대회는 와인의 맛을 따져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 등으로 순위를 정한다. 우리나라에도 물론 이 같은 와인맛 경쟁 대회가 생겼다. 무명 생산자는 홍보의 방편으로, 유명 생산자는 브랜드 강화 차원에서 대회에 참가한다. 대회 결과에 따라 금메달을 받은 생산자는 자사 와인의 라벨에 금메달 스티커를 붙인다.

    색·향·맛 등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순위 결정

    지난 3월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열린 제16회 국제와인경쟁대회(Concorso Enologico Internazionale)에 참가했다. 30여 개국에서 출품된 4000여 종류의 와인을 맛보는 행사다. 양조전문가와 와인기자들이 팀을 이뤄 특정 항목별 와인들을 시음한다. 각각의 와인은 시음 결과표에 의거해 평가된다. 색, 향, 맛, 질감, 피니시, 복합성 등이 주 평가요소다. 나흘 동안에 팀별로 할당된 항목들, 예를 들면 유럽의 드라이 화이트, 비(非)유럽의 드라이 화이트, 유럽의 스위트 화이트 등을 각각 평가했다.



    마지막 날인 다섯째 날에는 그간 평가에서 일정 수준 이상을 받은 와인을 골라 결선을 치른다. 결선은 세 팀이 동시에 시음하는 것이 예선과 차이나는 부분이다. 사실 예선에서는 해당 항목을 한 팀, 즉 2인의 와인기자, 3인의 양조전문가들만이 평가한다. 이 모든 평가는 블라인드 테이스팅 방식이다. 라벨을 가리고 순전히 와인의 맛만으로 평가받는 것이다. 이러한 맛보기 대회가 신뢰성 있는 결과를 산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팀원들의 전문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오직 다섯 명의 결과에 따라 결선 진출이 가려지기 때문이다. 또 샘플 와인의 수가 많아야 통계적 문제가 없다. 메달의 비율도 중요하다. 모두가 메달을 받는 대회는 무용지물이다.

    독일 와인대회 문두스비니는 이탈리아 대회와는 좀 다르다. 일곱 명으로 한 팀이 구성되고, 시음자들의 평가가 팀장에 의해 공개되며, 예선 결선 구분 없이 예선이 곧 결선이다. 라벨에 붙은 메달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메달의 권위는 결국 대회 주최 측의 신뢰성과 평가의 타당성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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