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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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아트 인덱스가 필요한 까닭

  • 이호숙 아트마켓 애널리스트

    입력2008-04-30 15: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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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리적 아트 인덱스가 필요한 까닭
    아트마켓을 향한 대중의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아트마켓 강연은 늘 성황리에 열리며, 대형서점은 미술투자 관련 서적만 모은 코너를 만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아트마켓을 설명할 수 있는 자료나 전문가들은 극히 드문 실정이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난무하는 현상, 그리고 미술을 경제적인 측면으로만 해석하려 하는 가짜 전문가들의 부상이다.

    아트마켓은 파이낸셜 마켓과 유사한 동시에 다른 시장이다. 이 때문에 유사성만을 보고 아트마켓에 진입한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것이다. 이들을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는 아트마켓의 예측 불가능성이다. 또한 아트마켓에 투자해도 안전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가 없다는 사실이 불안을 가중시킨다.

    예술의 가치를 수치화, 객관화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고도 난감한 문제다. 그럼에도 아트마켓이 진일보하기 위해 아트 인덱스는 반드시 필요한 바로미터다. 아트를 수치화, 상품화하는 행위 자체를 비난하는 미술계 내 여론도 많다. 그렇다고 아트마켓에 진입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처음부터 예술을 이해하라, 안목을 높여라, 훈련받고 들어오라고 말하는 것은 마켓의 장벽을 더욱 높게 만드는 일일 뿐이다. 이들과 코드를 맞추기 위해서는 어렵지만 아트마켓을 일반화할 필요가 있다(예술의 가치를 일반화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 이유는 예술작품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기준이 하나일 수 없으며 예외성이 훨씬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트 인덱스는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분명 필요한 도구지만 많은 위험성이 존재한다. 인덱스를 만들기 위한 가격 기준은 옥션 결과를 기준 삼을 수밖에 없다. 이는 굉장히 위험한 방법이지만 이 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 호당 100만원을 유지하던 작가의 작품이 갑자기 경합이 되어 호당 300만원에 낙찰됐다고 해서 이 작가의 작품가격이 호당 300만원으로 확정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어떤 작가의 작품을 얼마에 팔았는지 갤러리마다 물어보고 다닐 수 없으며, 그들이 대답해줄 리도 만무하다.

    아트마켓에 막 입문하는 초보자들은 옥션 결과가 결코 객관적인 데이터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같은 작품이 나와도 경매 분위기에 따라 더 높은 가격에 낙찰되기도 더 낮은 결과를 보이기도, 또는 아예 거래가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작품의 예술성을 떠나서 말이다. 그렇지만 왜곡돼 보이던 결과가 오랜 기간을 두고 반복되고 지속된다면 그 가격은 객관성을 인정받을 것이다.



    아트마켓은 확실히 커졌다. 그렇지만 이는 양적 팽창일 뿐, 질적인 성장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질적인 성장은 아트마켓 내부에서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질적인 성장이 이뤄져야만 시장은 안정성을 얻을 수 있다. 아트마켓에 투자가 들어오고는 있지만 일부 작가나 갤러리에만 국한된 일일 뿐, 대부분의 작가들은 수혜를 받지 못하고 있다. 아트마켓에 대한 투자를 더욱 합리적으로 배분하기 위해서는 아트 전문가들이 나서서 마켓을 보는 시각을 제대로 교육해야 한다. 결국 이들이 힘을 합해 한국 실정에 맞는 가장 합리적인 아트 인덱스를 고안해내는 것이 바람직한 해결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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