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4

2008.05.06

“2013 하계 U대회 유치 최선 다했으니 후회 없다”

개최지 결정 앞둔 광주광역시 박광태 시장 “유치 땐 北 대학생들 초청할 것”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08-04-30 09: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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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 하계 U대회 유치 최선 다했으니 후회 없다”

    <b>약력</b><br>●1943년생<br>●제14, 15, 16대 국회의원<br>●전 대한핸드볼협회장<br>●제9, 10대 광주광역시장

    애초 광주는 학생들이 주도해 일본 제국주의와 군사정권에 항거한 역사적 전통을 지닌 도시요. 그러니 대학생들의 축제인 2013년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이하 U대회)의 개최 정당성은 충분합니다.”

    걸쭉한 사투리가 인상적인 박광태(65) 광주시장의 목소리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3월6일 U대회 후보도시 답사를 위해 광주를 방문한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회장단이 광주의 준비 상태에 감탄한 것도 박 시장의 자신감을 북돋는 데 한몫했을지 모른다.

    진짜 ‘시험’은 5월1일부터 5일까지 이어지는 평가단의 현지실사다. 만반의 태세를 갖춘 광주는 이때 실사단을 맞이할 시민지원단 10만여 명까지 조직해 대규모 환영행사를 펼칠 계획이라고 한다. U대회 개최지 최종발표는 5월3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한다. 마치 시험문제를 다 풀고 성적표를 기다리는 학생의 심정 같다고 할까.

    “지난 1년간 틈틈이 시간을 내 지구를 두 바퀴 반이나 돌았어요. ‘진작 대형 스포츠 대회를 유치할걸’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한 번의 도전만으로 승리를 거두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박 시장뿐 아니라, 이희범 유치위원장을 대표로 한 U대회 유치단은 FISU 집행위원국과 27명의 집행위원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득표활동을 전개해왔다. 평가단 실사를 눈앞에 둔 박 시장의 목소리에서는 초조감과 함께 유치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힘겨운 투쟁이 엿보였다.



    러시아 카잔·스페인 비고와 삼파전

    광주의 경쟁상대는 러시아의 카잔과 스페인의 비고다. 일반적인 관측으로는 스페인보다 최근 ‘오일달러’를 무기로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강력한 힘을 과시하는 러시아가 맞수로 평가된다. 지난번 동계올림픽 유치전에서 평창을 밀어낸 푸틴 대통령의 영향력이 대학 스포츠 대회에까지 미치고 있다는 후문이다.

    평창의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박 시장을 비롯한 유치단은 러시아의 오만을 역으로 이용할 수 있는 치밀한 전략을 짜서 실천에 옮겼다. 바로 ‘완벽한 준비’와 ‘정당성 홍보’, 광주사람 특유의 ‘뜨거운 가슴’이 어우러진 삼박자가 그것이다.

    “광주의 준비 상황을 살펴본 심사위원들이 공통적으로 놀란 게 있어요. 시민 95% 이상이 대회 유치를 갈망하는 사례를 본 적이 없다는 거예요. 10만명의 자원봉사자와 100만명의 지지서명…. 유치 열기로만 보면 경쟁도시보다 절대우위를 점하고 있지요.”

    대회 개최를 위한 하드웨어적 측면은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다. 광주는 이미 2002년 한일월드컵과 2005년 피스컵 코리아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도시이자, 수차례 전국체전을 치러낸 국내 대표적 체육도시다. 또한 ‘김대중 컨벤션센터’라는 국제회의장까지 갖췄다. 전반적인 도시 여건과 교통접근성 면에서 인구 30만명의 소도시 비고나 러시아의 변방 카잔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환경을 자랑한다. 게다가 광주 인근에만 16개 대학과 13만명의 대학생이 거주할 정도로 교육도시라는 점도 자랑거리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광주가 ‘민주와 인권, 평화의 도시’라는 점이에요. 아시아 민주주의의 성지(聖地)라 할 수 있는 이 빛고을에서 대학생 축전이 벌어진다는 것은 U대회의 의미를 더욱 빛나게 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을 집행위원들에게 집중 홍보했습니다. 물론 호응도 컸습니다.”

    “2013 하계 U대회 유치 최선 다했으니 후회 없다”

    박광태 광주시장이 3월7일 광주를 방문한 조지 킬리언 국제대학스포츠연맹 집행위원장(맨 왼쪽)에게 준비 시설을 소개하고 있다.

    1년간의 준비 끝에 2월13일 광주는 가장 먼저 공식적인 유치신청서를 FISU에 제출했다. 시기적으로 새 정부 출범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명박 대통령은 3월21일 광주를 방문해 U대회를 반드시 유치할 것을 당부하며 국가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한승수 국무총리도 “평창의 한을 광주에서 풀겠다”며 강력한 지원 의사를 내비쳤다.

    170여 개국 1만여 명의 대학생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U대회의 경제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생산유발 효과만 9500억원, 부가가치 창출이 4500억원, 그리고 도합 3만여 명의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그보다는 광주가 국제적인 문화관광 거점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3만여 명 일자리 창출 … 국제 문화관광도시 도약 기회”

    실제 광주는 1995년부터 연 광주비엔날레뿐 아니라 2010년에는 유네스코 예술교육세계대회를 유치할 정도로 아시아의 대표적 문화도시로 거듭날 준비를 꾸준히 해왔다. 이 같은 문화적 역량이 스포츠대회와 맞물린다면 시너지 효과가 일어날 것이라는 게 박 시장의 구상이다.

    “U대회가 유치되면 꼭 북한 대학생들도 초청할 계획입니다. 그렇게 되면 평화와 인권의 도시 광주가 더욱 세계적인 조명을 받을 것입니다.”

    박 시장은 인터뷰 중간중간에 전쟁과도 같았던 유치 과정에서 벌어진 갖가지 에피소드를 들려주기도 했다. 주로 유럽이 주도하는 국제 스포츠계의 현실과 러시아 측의 무소불위 유치활동에 집중됐다. 그러나 박 시장은 “인지도와 자금까지 부족한 광주 처지에선 억울하다기보다 반드시 이겨야 할 정당성을 찾은 것 같아 기쁘다”고 담담하게 속내를 드러냈다.

    “우리나라가 올림픽과 월드컵을 치러낸 스포츠 강국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평창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 국제사회에서는 아직 변방이더군요. 더욱이 서울이나 부산도 아닌 광주는 국제 스포츠계에서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에요. 따라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대한민국의 외교력이 힘을 합쳐 하나하나씩 도전하고 성취해나가야 합니다. 정말이지 최선의 노력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려는데 박 시장이 기자에게 한마디를 던진다.

    “우주인 이소연이 원래 광주 학생(광주과학고)이잖소. 덕분에 광주를 홍보할 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니까. 광주가 반드시 승리하리라는 계시 같아서 정말 기분 좋습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그리고 2013년에 열릴지도 모를 광주 U대회까지 한국의 광역도시들은 하나 둘씩 국제화의 문을 통과하고 있다. 1988년의 서울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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