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3

2008.04.29

맨해튼 부동산은 불황 무풍지대?

  • 공종식 gong@donga.com

    입력2008-04-23 13: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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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해튼 부동산은 불황 무풍지대?

    센트럴파크 인근에 있는 20층 아파트 ‘햄프셔 하우스’. 맨해튼의 최고급 아파트인 이곳 소유주 중에는 고(故) 루치아노 파바로티를 비롯한 유명인들이 많다.

    얼마 전 초대를 받아 맨해튼 센트럴파크에 바로 붙어 있는 콘도(아파트)를 방문한 적이 있다. 맨해튼의 전형적인 소형 콘도로 한국 기준으론 방 2개짜리 소형 아파트 크기였다. 그런데 전망이 매우 좋았다. 센트럴파크가 한눈에 들어왔다. 야경도 만만치 않았다. 불야성을 이루는 맨해튼 야경에 둘러싸인 ‘캄캄한 센트럴파크’ 풍경은 묘한 느낌을 주었다.

    그런데 이 콘도의 가격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려 200만 달러(약 20억원)라는 것이었다. 아무리 맨해튼 중심에 자리하고 센트럴파크에 붙어 있다 해도 믿어지지 않는 값이었다. 더구나 이 콘도 가격은 지난해보다 더 올랐다고 한다.

    요즘 맨해튼은 이렇다. 미국 전역이 주택경기 침체로 주택가격이 폭락하고 있지만 맨해튼만큼은 예외다. 고급아파트 가격은 올해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올해 들어 한 채에 1000만 달러(약 100억원) 넘는 초고가 아파트 거래건수가 71건에 달해 이미 지난해 기록했던 17건을 훌쩍 뛰어넘었다.

    전 세계 ‘슈퍼부자’들 여전히 선호 … 지속 상승 여부는 미지수

    이처럼 맨해튼이 불황의 무풍지대인 것은 웬만한 불황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 ‘슈퍼부자’들이 이곳에 넘쳐나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동, 유럽 등 해외 슈퍼부자들도 맨해튼 부동산을 선호한다. 이 해외 슈퍼부자들은 맨해튼에 고급아파트 사두는 것을 ‘그들만의 클럽’에 속하기 위한 통과의례로 여긴다.



    요즘에는 중국 부자들이 맨해튼 아파트 구입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맨해튼 최대 부동산 중개체인인 코코란의 한 중개인은 “얼마 전에도 한 중국인 고객이 거액의 현금을 가지고 와서 맨해튼 아파트를 샀다”며 “중국 부자들에겐 맨해튼 아파트 한 채를 가지고 있는 것이 큰 자랑거리”라고 말했다.

    맨해튼 슈퍼부자들은 아파트를 구입한 뒤 바로 입주하지 않는다. 그들의 고급 입맛에 맞추기 위해 리노베이션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리노베이션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이 걸린다. 이 슈퍼부자들은 리노베이션을 하는 동안 맨해튼에서 호텔생활을 하기도 한다. 참고로 맨해튼 호텔은 미국 다른 지역 대도시보다 숙박비가 3배에 이를 만큼 비싸다.

    그런데 이처럼 잘나가는 맨해튼이 앞으로도 이 상태를 계속 이어갈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최근 맨해튼 경제의 주축을 이루는 금융계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 여파로 휘청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산업에서 실직자가 많아지고 있으며, 매년 말 벌어지는 천문학적인 보너스 잔치도 올해는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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