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1

2008.04.15

바람 가른 주먹, 거인은 고목처럼쿵!

한국형 격투기대회 ‘더 칸 2008’ 열기 후끈… 입식 타격기, 그라운드 경기 함께 진행

  • 고승철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cheer@donga.com

    입력2008-04-11 11: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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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 가른 주먹, 거인은 고목처럼쿵!

    최무배(위)가 게리 굿리지를 상대로 파운딩 공격을 하고 있다.

    휙!오른쪽 주먹에서 날카로운 바람소리가 나면서 상대방의 왼쪽 턱에 펀치가 꽂혔다. 상대는 썩은 고목처럼 앞으로 고꾸라졌다. 승부는 찰나에 끝났다.

    일발필중(一發必中)의 라이트 훅을 날린 파이터는 ‘부산 중전차’ 최무배(38), 쓰러진 거한은 ‘팔씨름 세계 챔피언’ 게리 굿리지(42)였다. 3월30일 서울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열린 이종격투기 대회 ‘더 칸(the KHAN) 2008 시리즈 1’에서 벌어진 장면이다. 굿리지는 격투기 선수로서는 최무배보다 훨씬 지명도가 높은 인물이다. 팔씨름으로 세계를 제패한 역사(力士)답게 유난히 두툼한 삼두박근과 배구공만큼 큼직한 어깨가 돋보였다. 키 190cm, 몸무게 110kg.

    아마추어 레슬링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최무배는 2004년 일본 프라이드 무대에서 파죽의 4연승을 기록하며 스타로 발돋움할 가능성을 보였으나 강적 앞에 잇따라 무릎을 꿇은 뒤 1년3개월째 링에 서지 못했다. 후진을 양성하며 스스로도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은 그는 이날 1라운드 공이 울리자마자 적극적인 공세에 나섰다. 태클로 테이크다운에 성공한 그는 굿리지를 곁누르기로 계속 압박했다. 그의 노련한 그라운드 기술이 빛을 발했다. 키 190cm, 몸무게 115kg인 체격도 굿리지보다 우위였다.

    2라운드 초반, 최무배는 굿리지의 펀치를 맞으면서도 닉네임에 걸맞게 거침없이 돌진했다. 그라운드 자세가 끝나고 스탠딩 상태에서 경기가 속행되는 순간 최무배의 전광석화 같은 주먹이 굿리지의 턱을 강타했다. 쓰러진 굿리지의 등에 올라탄 최무배가 무차별 파운딩 공격을 개시하려는 순간 주심은 TKO를 선언했다. 이로써 격투기 전적에서 최무배는 7승2패를, 굿리지는 23승1무16패를 기록했다. 굿리지가 비록 ‘한물간’ 선수라 평가받기는 하지만 지명도가 높으므로 그를 꺾은 최무배의 몸값은 더 올라가게 됐다.

    ‘부산 중전차’ 최무배 실력 입증 … ‘보타의 괴성’ 여전‘더 칸’은 일본의 K-1, 미국의 UFC에 버금가는 대회로 키우기 위해 스포츠 전문 채널인 MBC-ESPN이 주최한 한국형 격투기대회. K-1과 같은 입식 타격기와 프라이드 같은 그라운드 경기를 함께 운영하는 게 특징이다.



    이날 시선을 끈 또 다른 빅매치는 국제복싱연맹(IBF) 헤비급 챔피언 출신 프랑수아 보타(40)와 태국의 격투기 영웅 카오클라이 켄노르싱(25)의 대결이었다. 보타는 복서 시절에 타이슨과도 자웅을 겨룬 적이 있을 정도의 강타자. 펀치를 넣을 때 “하, 하”라는 괴성을 지르는 것으로도 이름이 났다. 격투기에서는 썩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레미 본야스키, 레이 세포 등 최정상급 선수들과 결전을 치른 경력이 있다. 피터 아츠에게 1회 KO승을 거두기도 했다. 키 190cm, 몸무게 115kg의 거한이다.

    바람 가른 주먹, 거인은 고목처럼쿵!

    임수정(왼쪽)이 아쉬리의 복부를 가격하고 있다.

    무에타이로 단련된 카오클라이는 원래 미들급 선수다. 키 179cm에 평소 몸무게는 77~78kg. 미들급에서는 적수가 없을 정도로 최강자여서 무제한급 거구들과도 겨룬다. 킥의 달인이다. 그는 2005년 3월19일 체중이 거의 2배인 최홍만과도 대전한 적이 있다. 당시 대등한 경기를 벌여 연장전까지 갔으나 판정패했다. 그는 혼혈 파이터 데니스 강을 1회에 KO로 눕히기도 했다.

    칸 무대에 선 보타와 카오클라이. 덩치 차이가 너무 뚜렷했다. 허리가 굵은 보타와 유난히 몸매가 날렵한 카오클라이가 링에 오르니 어른과 아이가 맞선 것 같았다. 그러나 경기 내용은 거의 대등했다. 보타는 주로 복싱 스타일로, 카오클라이는 다양한 킥으로 맞섰다. 3회에 보타의 레프트 훅을 맞은 카오클라이가 다운당했다. 이 때문에 보타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최홍만 제압 선언 유양래, 패했지만 재기 가능성

    일본에서 격투기를 수련한 무제한급 파이터 유양래(27)의 경기도 눈길을 끌었다. 그의 상대는 ‘동유럽의 피터 아츠’라 불리는 알렉세이 이그나쇼프. 유양래는 일본에서 복싱 헤비급 챔피언 출신 우치다 노보루와 두 번 붙어 1무1패 전적을 남겼다. 그는 “K-1에 출전하려고 접시닦이 아르바이트까지 했지만 부상 등의 불운으로 운동을 중단했다”면서 “이제 이그나쇼프를 꺾고 다음엔 최홍만을 누르며 재기하겠다”고 야심만만한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유양래는 오랜 공백 탓인지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이그나쇼프에게 잔 펀치를 많이 허용해 판정패했다. 그러나 허리 유연성이 좋고 킥 동작이 안정적이어서 재기 가능성은 엿보였다.

    ‘얼짱 여전사’ 임수정(21)은 호주의 미녀 선수 아쉬리를 맞아 일방적인 경기를 펼쳤다. 강력한 좌우 스트레이트로 아쉬리의 얼굴을 집중 공략한 임수정은 3회 TKO승을 거뒀다. 아쉬리가 코피를 많이 흘리자 의사가 주심에게 경기 중지를 요청했다. 임수정은 펀치력이 강하고 킥 기초를 잘 갖춰 세계무대에서도 활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돌주먹’이라는 별명을 가진 미들급의 김세기는 몽골의 강타자 키시리를 1회에 두 번 다운시키는 등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은 끝에 2회 레프리 스톱 TKO로 승리했다. ‘특전사 요원’ 대 ‘강력계 형사’의 대결로 이목을 끈 이경준 이광훈의 오프닝 경기에서는 이경준이 판정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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