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1

2008.04.15

한옥의 뉴웨이브 개척자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08-04-11 11: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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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옥의 뉴웨이브 개척자
    어느새 만 9년. 조정구(43) 구가도시건축 소장이 기억에서 사라져간 한국의 고건축을 재평가하고 되살리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의 한옥들을 찾아 헤맨 기간이다. 그의 곁에는 한옥을 사랑하는 동지들이 늘 함께했다. 이른바 ‘수요답사’ 모임의 회원들이다.

    “청계천 뒷골목에서 시작해 경주 한옥마을까지 380여 회를 답사했습니다. 특히 서울 북촌을 중심으로 한 구도심 지역은 세밀하게 훑고 기록했습니다.”

    이 같은 노력은 2000년 초부터 일기 시작한 한옥 붐과 함께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는 북촌의 도시한옥을 시작으로 원서동 궁중음식연구원, 동선동 권진규 아틀리에, 가회동 선음재, 인사동 누리 레스토랑, 안동 군자마을 회관 등 현대적 실용성을 겸비한 작품을 연달아 내놓으며 ‘한옥의 뉴웨이브’를 이끄는 선두주자로 주목받았다.

    그는 한옥을 통해 내려온 전통기법과 현대건축을 과감히 접목했다. 이렇게 탄생한 한옥은 전통적 형태에 매몰되지 않은, 삶의 필요에 따라 진화한 창의적인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가 설계한 한옥에 가면 다소 낯선 모습이 눈에 띈다. 현대적 아트리움이 처마와 조화를 이루고, 첨단욕조와 벽난로가 한옥 속에 자리를 틀고 있다. 하지만 어색하지 않다.

    4월 초까지 서울 정동 경향갤러리에서 열린 그의 첫 건축전시회 ‘삶의 형상을 찾아서’전에서 그는 야심찬 기획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그의 대표작으로 회자되는 국내 최초의 한옥호텔 ‘경주 라궁’은 2007년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 대상을 수상하면서 우리나라의 대표 명소로 자리잡았다. 라궁을 보기 위해 경주를 찾는 사람들이 생겨났을 정도라고. 그는 이후에도 두포리 전원주택, 인제 미명재 등 기존 한옥의 영역을 뛰어넘어 현재 우리의 삶을 녹여내는 작품들을 연달아 선보이며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최종 목표는 한옥에서 보편적 창의성을 찾아 널리 전파하는 것입니다. 대중이 한옥을 더 이상 낯선 것으로 여기지 않을 때 새로운 한옥의 역사가 시작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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