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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영미가 사랑하는 시

아말휘의 밤 노래 Night Song at Amalfi

아말휘의 밤 노래 Night Song at Amalfi

아말휘의 밤 노래 Night Song at Amalfi

-사라 티즈데일(Sarah Teasdale, 1884~1933)


아말휘의 밤 노래 Night Song at Amalfi
별이 빛나는 하늘에게 나는 물었네

내 사랑에게 무엇을 주어야 마땅한지-

하늘은 내게 조용히 대답했네,



오로지 침묵으로.

어두워지는 바다에게 나는 물었네

저 밑에 어부들이 지나가는 바다에-

바다는 내게 조용히 대답했네,

아래로부터 침묵으로.

오, 나는 그에게 울음을 주고,

아니면 그에게 노래는 줄 수 있으련만-

하지만 어떻게 침묵을 주리요,

내 온 생애가 담긴 침묵을?

I asked the heaven of stars

What I should give my love-

It answered me with silence,

Silence above.

I asked the darkened sea

Down where the fishers go-

It answered me with silence,

Silence below.

Oh, I could give him weeping,

Or I could give him song-

But how can I give silence,

My whole life long?

[출전] Sarah Teasdale, The collected Poems of Sarah Teasdale, The Macmillan Company, 1946

* 황진이의 ‘동짓달 기나긴 밤’으로 시작하는 시조만큼이나 애절한 사랑노래다. 사라 티즈데일은 그리스의 사포처럼 일상의 언어가 가진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데 남다른 재능이 있었다. 하늘, 별, 바다, 어부 등 초등학생 수준의 영어단어들을 조합해 인간관계의 본질, 우주의 신비에 접근한다.

내 침묵을 어떻게 그이에게 줄 수 있어요? 하늘도 바다도 대답하지 않는다. 서양문학에서 희귀한, 여자니까 가능했던 소박한 절창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자들은 같은 말이라도 좀더 어렵게 비비 꼬는 경향이 있다.

아말휘는 이탈리아 남부 해안가의 작은 마을이다. 풍광이 아름다워 예로부터 예술가나 유명인사들이 즐겨 찾았다는데, 죽기 전에 나도 아말휘에 갔으면. 절벽에 서서 지루한 생애의 무게가 실린 침묵을 날려버렸으면.



주간동아 2008.04.08 630호 (p6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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