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5

2017.02.15

김민경의 미식세계

오롯이 누리는 조용한 한 끼의 속삭임

혼자라서 더 즐거운 밥집

  •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입력2017-02-13 15: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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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를 보면 ‘모르는 사람과 마주 앉아서 김밥으로 점심을 먹는 일은 쓸쓸하다. 쓸쓸해하는 나의 존재가 내 앞에서 라면을 먹는 사내를 쓸쓸하게 해주었을 일을 생각하면 더욱 쓸쓸하다. (중략) 한 달 벌어 한 달 살아가는 사람이 거리에서 돈을 주고 사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뻔하다’라는 글이 있다. 삶을 ‘먹고사는 일’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면 사는 와중에 ‘먹는 일(食事)’이란 인생의 목적만큼 중요한 일임이 분명하다. 이 중요한 일을 우리는 누군가와 함께 나누는 것이 즐겁고 익숙했다. 그렇지만 요즘에는 이를 오롯이 혼자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자신의 중요한 일상과 고유한 취향을 누릴 때 스스로에게 집중하길 바라는, 이른바 ‘혼족’이 많아진 것이다.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의 ‘동차밥’은 혼자 밥 먹기 더없이 좋은 식당이다. 메뉴판에 ‘마음 담고 마음 나누기’라는 말이 적혀 있다. 요리사이자 주인인 김동국 씨가 분주하게 움직이며 밥을 짓고 가져다주면서 미소와 마음을 틈틈이 손님에게 전한다. 식당이 작은 만큼 온기가 금세 전해진다. ‘동차밥’에는 돈가스, 새우튀김, 탕수육, 크로켓 등 튀김요리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튀김을 잘한다. 독특한 노하우를 발휘해 화려하지는 않지만 남다르며, 놀랍지는 않지만 정겹고 흐뭇한 튀김 맛을 낸다. 인기 있는 메뉴는 돈가스로, 안심과 등심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 겉은 파삭파삭하고 고기는 도톰한데 부드럽다. 무엇보다 촉촉하게 밴 밑간의 향긋한 여운이 좋다. 여기에 따끈한 밥 한 공기, 맑은국, 개운한 반찬 몇 가지를 곁들이면 근사한 한 끼가 완성된다.

    서울 강남구 논현로 ‘양출쿠킹’의 밥은 ‘아내’와 같다. 2000년 개봉한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속 그 ‘아내’의 의미다. 다정스럽고 세심하며 살뜰하고 어여쁘다. 일본 핫토리영양전문학교를 졸업한 주인 김양출 씨는 일본 요리와 한국 요리를 절묘하게 섞은 정식 메뉴를 선보인다. 국물, 조림, 볶음, 구이 등 매일 바뀌는 주요리에는 제철 재료를 많이 사용한다. 제철 재료는 보리순, 아욱, 봄동, 비름, 톳, 꼬막, 굴, 멍게처럼 대단하지는 않지만 제때 제맛을 놓치지 않아야 할 것들이다. 밑반찬으로는 김치와 철마다 담가둔 장아찌, 젓갈, 생채를 곁들여 저장된 계절의 맛까지 볼 수 있다. 지리산 된장, 신안 천일염, 순창 고추장과 매실청 등 온전히 국내산 재료만 사용한다. 여기에 일본식 가쓰오부시 국물이나 달착지근한 조림장 등을 곁들여 정갈하고 깊은 맛을 낸다.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에 자리 잡은 ‘일호식’은 밥집보다 카페 같은 분위기다. 커다란 창으로 하루 종일 해가 들어오며 매끈하고 따뜻한 나무 재질로 가게를 꾸몄다. 음식도 자극이 없고 도드라지지 않는다. 달고 짜고 매운맛을 줄이려고 일본식 맛국물, 쓰유, 데리야키소스 등을 직접 만들어 적절히 활용한다. 현미쌀은 무농약, 소금은 토판염, 달걀은 무항생제 ‘소소란’만 사용한다. 직원 식당을 염두에 두고 시작해서인지,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고 맛이 일정한 음식을 고르고 또 골랐다. ‘일호식’ 음식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상에 차려진 식재료가 언뜻 특별할 것 없어 보이며 맛도 참으로 심심하고 무심한데 가격은 싸지 않다. 그렇지만 한 상 비우고 나면 기분만큼은 확실히 정화된다.

                   
    동차밥 02-6671-1021, 정오~오후 4시, 오후 5시 30분~9시 30분(월·화요일 휴무)
    양출쿠킹 02-547-4420, 오전 11시 30분~오후 9시 30분(일요일 휴무)
    일호식 02-794-2648, 오전 11시~오후 10시(연중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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