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0

2008.04.08

‘無腦兒’ 조장하는 無感한 사회

  • 편집장 김진수

    입력2008-04-02 09: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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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팍팍합니다. 세상이 팍팍하니 마음까지 팍팍합니다. 마감날 저녁, 또 한 끼를 팀원들과 대충 때우고 편집실로 빨려(!) 들어가는 충정로의 무미(無味)한 거리에서 잠시 머릿속을 스쳐 지나는 이런 생각 한 자락에 두 다리마저 왠지 팍팍해집니다.

    뭐, 그다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요. 춘곤증에다 이어지는 야근, 팀원들이 추진 중이던 몇몇 주요 취재 아이템의 기약 없는 실종사건(?)이야 사실 빈번한 일이지요. 그런데 이번 호를 준비하면서 매우 비중 있는 인터뷰이(interviewee)가 철석같이 한 인터뷰 약속을 일언반구도 없이 깨버리는 바람에, 그것도 공교롭게 만우절(萬愚節)을 며칠 앞두고 그런 까닭에 좀 거시기한 표현이긴 하지만, ‘머리에 스팀 받는’ 봄날 밤입니다.

    문득 우리가 얼마만큼의 스트레스에 둘러싸여 살아가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밥벌이의 고단함, 별로 새로울 게 없는 일상의 반복에 뒤따르게 마련인 스트레스 말고 말입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나오는 사건 사고의 연장선에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정신건강은 어떨까요? 한번 그와 같은 사건 사고들에 전문가들이 분석한 수치를 대입해볼까요?

    지난해 12월 발생한 충남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스트레스 지수 26점. 입학이나 졸업에 버금가는 정도랍니다. 직접적인 사고 관련자라면 47점까지 치솟는다는군요. 다음은 숭례문 방화사건=역시 26점. 문화재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친한 친구가 사망한 경우에 해당하는 37점까지 올라간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안양 초등학생 피살사건=35~44점, 전 프로야구 선수 이호성 씨의 네 모녀 살해사건=20점, 생쥐머리 새우깡 사건=23점 등등.



    지난 3개월 남짓한 동안에 우리 모두가 받은 가외(加外)의 스트레스 지수가 얼추 130점 이상에 이릅니다. 연간 스트레스 지수가 200점을 넘으면 스트레스로 인한 발병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과중한 스트레스가 불안장애로까지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선 이 같은 도도한 스트레스의 물결에 맞설 이완(弛緩)이 절실하다는군요(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시면 ‘주간동아’ 이번 호 섹션3를 뒤적여보십시오).

    하지만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워낙 무감(無感)한 사회라 차라리 ‘무뇌아(無腦兒)’가 편하겠다는 분들도 없지 않을 성싶습니다.

    ‘無腦兒’ 조장하는 無感한 사회
    이제 곧 4·9총선.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입니다. 선택의 기로에서 또 한 번 번민해야 할 나날들이 뻔히 보이네요. 당신의 스트레스 지수는 얼마인가요?

    어허, 그래도 스팀 받은 머리는 쿨다운(cooldown)~, 쿨다운~!

    편집장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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