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8

2008.03.25

“저, 시드니에 한글도서관 세워요”

국민 여동생 문근영 책 이어 건물까지 … 린필드한국학교와 구체적 협의 중

  • 시드니=윤필립 통신원 phillipsyd@hanmail.net

    입력2008-03-19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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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시드니에 한글도서관 세워요”
    ‘국민 여동생’ 문근영(21)의 선행이 바다 건너 시드니까지 이르고 있다. 문근영은 시드니 곳곳에 있는 40여 개의 한글학교에서 공부하는 1만여 명의 한인 어린이들이 한글교과서 말고는 마땅히 읽을 만한 한글도서가 없다는 것을 알고 2006년부터 여섯 차례에 걸쳐 수천 권의 책을 시드니로 보내왔다. 그러나 책을 비치할 장소가 없어 현재 한 교민 가정의 차고를 이용해 이동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초 시드니를 방문한 문근영은 이 소식을 접하고 시드니에 거주하는 외삼촌 류식 씨를 통해 도서관 건립 의사를 알려왔다.

    책 놓지 않는 독서광 사랑의 나눔 실천

    문근영은 성균관대 인문학부 1학년이던 2006년 8월, 방학을 이용해 시드니를 처음 방문했다. 호주에는 문근영의 동생 지영 씨가 유학 중이고, 외삼촌 가족이 거주하고 있다. 문근영은 어린 이종사촌 동생들이 호주에서 태어나 자랐음에도 한국어가 유창하다는 데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시드니 방문 중 문근영은 700여 권의 한글도서를 한국학교에 기증하고 ‘한글 홍보대사’와 ‘한국학교 일일 교사’를 맡기도 했다. 또 방문한 린필드한국학교의 형편이 예상보다 훨씬 열악한 것을 보고 ‘한국학교 돕기 자선모금 사인회’를 열었다.

    한국으로 돌아간 문근영은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어머니와 상의해 호주의 한인 학생들을 위한 우량도서를 구입하기 시작했다. 수천 권의 한글도서를 비행기와 화물선에 실어 보냈다. 그러나 책이 호주에 도착한 다음에도 1만여 명의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결국 문근영은 호주에 한글도서관 건립을 결심하게 된 것이다.

    린필드한국학교 신기현 교장(NSW대학 한국학과 교수)은 “솔직히 문근영 양이 책을 보내준다고 했을 때, 한두 번 보내고 말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2년도 안 되는 기간에 여섯 차례나 책을 보내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면서 “고마움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도서관 마련은 우리 힘으로 해야 하는데 결국 그 일까지 근영 양이 나서줘 고마우면서도 염치가 없다”고 말했다.



    “저, 시드니에 한글도서관 세워요”

    2006년 8월 호주 방문 중 린필드한국학교의 교민 어린이들과 함께한 문근영. 그는 일일 교사 자격으로 교단에 서 어린이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문근영 자신부터가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독서광이다. 그는 시드니를 방문하는 동안 한 어린이에게서 “어쩌면 그렇게 말을 잘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문근영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나는 말을 잘한다기보다 내 생각을 잘 정리해서 표현하는 편이다. 그런데 자기 생각을 잘 담아내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소리내서 읽기도 하고, 동화나 소설은 연기하듯 낭송하다 보면 발성연습도 되고 지식도 축적된다. 무엇보다 생각이 깊어져 의사를 적절하게 표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현재 도서관 건립을 위해 신기현 교장, 류식 씨 등이 문근영의 어머니와 구체적인 과정을 협의하고 있다. 이 도서관에서 책을 읽은 교민 어린이들이 문근영 같은 ‘나눔 천사’로 자라나길 기대해본다.

    Interview

    - 린필드한국학교 일일 교사로 맺은 인연이 도서관 건립 후원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소감은?

    “학교에서 만났던 똘망똘망한 친구들이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꼭 도서관이 건립됐으면 좋겠습니다. ^^”

    - 여섯 차례나 많은 분량의 책을 시드니로 보내면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운송비용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

    “사실 항공사나 그 외 기관들의 도움 없이 하려니 운송비가 만만치 않았어요. 도서구입비 전체의 20% 이상을 운송비가 차지하거든요. 이왕이면 그 경비까지 책을 사는 데 쓰이면 더 좋겠지요. 그러나 시작이란 것이 늘 쉽지만은 않잖아요. 이제 시작 테이프를 끊었으니 조금은 쉬워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 해외에서 운영될 도서관 건립 후원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닌데, 혹시 이런 일은 국가나 동포사회에서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지?

    “물론 그러면 더 좋겠지요.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시작이 어려워 모두들 망설였다고 봐요. 제가 뭐 굉장한 일을 한 것처럼 돼버렸는데 그렇지는 않고요.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실 거라 믿고 있습니다.”

    - 해외동포 1.5세대와 2세대의 한국어 및 한글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 문화를 배울 수 있고 익숙해질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하나에만 몰두하다 보면 다른 하나를 포기하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은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입니다. 두 문화 모두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기회를 포기하다니요. 조금은 힘들더라도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늘 가지셨으면 합니다.”

    - 올 하반기에 방영되는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다면?

    “이정명 선생님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이고 화가 김홍도와 신윤복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을 연기할 수 있어 기대됩니다. 도서관이 빨리 건립돼서 제 드라마가 방영될 즈음에는 모두들 ‘바람의 화원’을 읽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드라마 촬영 때문에 바쁘겠지만, 그래도 도서관 건립을 협의하기 위해 시드니를 방문할 계획이 있는지?

    “아직은 일정이 확실치 않아 뭐라고 답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마음만은 꼭 방문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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