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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이무지치, 봄 햇살 같은 선율

伊 이무지치, 봄 햇살 같은 선율

伊 이무지치, 봄 햇살 같은 선율
‘봄이 찾아왔다. 새들이 즐거운 노래로 봄에게 인사한다. 시냇물은 살랑이는 산들바람과 함께 부드럽게 속삭인다.’(비발디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 제1 악장의 소네트)

남녘의 꽃소식에 귀 기울이며 얼어붙은 마음을 추스르고 따뜻한 봄볕에 기지개를 켜고 싶은 때다. 이맘때 비발디(1678~1741)의 ‘사계’ 가운데 제1번 ‘봄’을 듣노라면 이 곡에 붙은 작자 미상의 소네트 한 구절이 저절로 떠오른다.

그러나 봄은 쉽게 오지 않는다. 3월 말에도 간혹 눈발이 휘날리지 않던가. 소네트도 ‘이윽고 돌연 먹구름이 몰려와 벼락과 천둥으로 봄을 알린다’는 구절로 이어진다. 그래도 가는 겨울을 붙잡을 순 없다. 완연한 봄이 오면 다시 여름이 기다리고 있고, 무성한 여름 뒤엔 가을, 겨울로 이어진다. 이렇듯 순환하는 삶의 진리를 바이올린 선율로 묘사한 비발디의 ‘사계’는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클래식 음악 중 하나다.

이 곡을 가장 잘 연주하는 것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실내악단 ‘이무지치(I Musici·사진)’가 한국에 봄을 몰고 올 예정이다. 3월14일 경기 고양아람누리를 시작으로 4월1일까지 광주 대전 수원 전주 순천 성남 서울(28, 2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등 8개 도시 공연장에서 한국 관객과 만나게 된다. 지난해 오르페우스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던 장영주의 ‘사계’가 ‘열정’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했다면, 이무지치의 ‘사계’ 공연 키워드는 ‘조화’가 아닐까. 이탈리아 명문 산타체칠리아 음악원을 졸업한 연주자 12인이 빚어내는 선율의 조화가 어떤 미감을 선사할지 기대된다. ‘사계’에 식상한 이들이라면 이무지치가 덧붙여 준비한 파야의 ‘허무한 인생’, 파가니니의 ‘베네치아의 축제’, 피아졸라의 ‘항구의 여름’ 등 주옥같은 곡들에 기대를 걸어도 좋겠다.

이탈리아어로 ‘음악가들’을 뜻하는 이무지치는 1952년 창단돼 바로크 음악의 사도를 자처했으며, 80년대 이후로는 현대음악까지 레퍼토리를 확대해왔다. 연주자들의 악기가 대부분 엄청난 고가인 17, 18세기 과다니니나 아마티 제품인 것도 흥미롭다. 이들의 ‘사계’ 음반은 1983년에 이미 1000만장 판매 기록을 세웠다. 이무지치는 이번 내한공연에 앞서 ‘아카디아’ 레이블로 13년 만에 새로운 ‘사계’ 음반을 발표했다. 문의 02-733-8370, 031-932-8373



伊 이무지치, 봄 햇살 같은 선율
영국의 기타리스트 줄리언 브림(Julian Bream)은 20세기 세계 3대 클래식 기타리스트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다. 그는 영국에 클래식기타 붐을 일으켰고, 잊혀졌던 엘리자베스 시대의 류트를 현대에 되살려내기도 했다.

브림이 직접 뽑은 ‘에센셜 줄리언 브림’(소니비엠지)에는 1959년 녹음한 말콤 아놀드 경의 ‘기타 콘체르토 Op.67’에서부터 1984년 녹음한 페르난도 소르의 ‘모차르트 주제에 의한 변주곡 Op.9’까지 흥미로운 곡들이 수록돼 있다. 두 곡 모두 선율이 아름답고 서정적이다. 1969년 녹음된 바흐의 ‘트리오 소나타 작품 1 BWV525’는 류트와 하프시코드가 함께 연주되는데, 울림이 무척 크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나 빌라 로보스의 연습곡들도 깔끔하다.

수많은 상을 휩쓸고 영국 훈장까지 받으며 전성기를 구가하던 그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51세 되던 1984년, 좋아하던 스포츠카를 몰다 교통사고로 오른팔을 크게 다친 것이다. 연주자에게는 치명적 사고였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1989년 마침내 재기 무대에 섰고, ‘올해의 가장 영감 넘치는 연주’라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과연 인생은 새옹지마 아닌가.



주간동아 2008.03.18 627호 (p77~77)

  • 정현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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