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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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세 클래식 천재 北에 美의 소리 전하다

  • 전원경 주간동아 객원기자 winniejeon@hotmail.com

    입력2008-03-05 09: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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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객들은 우리 연주에 눈물을 흘리며 환호를 보냈다. 우리 단원들 모두는 그 순간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사람 대 사람의 소통이었다. 모든 위대한 일은 바로 사람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2월27일 오후, 평양 공연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도착한 뉴욕 필하모닉 지휘자 로린 마젤(78)은 평양 공연에 대한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마젤은 또 자신의 지휘로 협연한 북한 조선국립교향악단의 수준에 대해서는 “잘 훈련되고 집중력이 뛰어난 단원들이었다”고 평했다. 마젤은 빡빡한 일정에도 이날 조선국립교향악단과 바그너의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서곡과 차이코프스키의 관현악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지휘했다. 그는 연주 도중 몇 번이나 지휘를 멈추고 단원들에게 고쳐야 할 점을 세세히 설명했다고 한다.

    역사적 사건으로 회자되는 뉴욕필의 평양 공연을 지휘한 마젤은 일찍이 클래식계의 천재로 이름을 날린 음악가다. 유대계 미국인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그는 7세 때 처음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이어 11세에 토스카니니가 지휘하는 NBC 오케스트라의 객원 지휘자로 초청되는 기록을 세웠다. 지휘자인 동시에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오페라 ‘1984년’을 작곡한 작곡가이기도 하다.

    마젤은 2002년 뉴욕필 음악감독을 맡기 전까지 프랑스 국립오케스트라, 빈 국립오페라, 바이에른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등의 음악감독을 거쳤다. 어떤 악보든 한 번 보기만 하면 사진 찍듯 외워버린다는 마젤은 특히 라흐마니노프, 시벨리우스, 프로코피예프 등 낭만주의 음악에 능하다는 평을 듣는다.



    2002년 마젤이 뉴욕 필하모닉 음악감독으로 임명됐을 때 대다수 클래식 관계자들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당시 마젤은 이미 72세의 노령이었기 때문이다. 뉴욕필은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인 반면, 지휘자들에겐 ‘지휘자의 무덤’으로 불릴 정도로 악명 높은 오케스트라다. 실제 주빈 메타, 쿠르트 마주어 등 여러 지휘자들이 뉴욕필의 음악감독을 맡았으나 조련에 실패했다는 쓴소리만 듣고 물러나야 했다.

    그러나 마젤은 특유의 카리스마와 천재성으로 이 까다로운 오케스트라를 휘어잡는 데 성공했고, 6년이 지난 지금까지 무리 없이 뉴욕필을 이끌어오고 있다. 하지만 마젤은 2009년으로 예정된 뉴욕필과의 재계약에는 동의하지 않을 뜻임을 여러 차례 밝혔다. 뉴욕필은 그의 후임으로 앨런 길버트를 점찍어놓고 있다. 마젤은 뉴욕필과 함께 2004년, 2006년 그리고 이번 2008년 공연까지 세 차례 내한공연을 가져 한국 팬에게도 친숙한 얼굴이다. 한국 연주자 중에서는 사라 장, 장한나, 조수미, 손열음, 조이스 양, 이유라 등이 마젤과 협연한 경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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