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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으면 이뤄진다”… the Secret 대박 행진

뻔한 격언 증명 시도 8개월 만에 100만부… 불안한 시대 희망과 위안 사람들 호응

“믿으면 이뤄진다”… the Secret 대박 행진

“믿으면 이뤄진다”… the Secret 대박 행진
지하철에서 20대 후반의 한 여성이 뚫어져라 책을 읽고 있다. 그다지 두껍지 않은 고급양장 표지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쓰여 있다. “수세기 동안 단 1%만이 알았던 부와 성공의 비밀.” 그리고 그 아래엔 이 책이 유명 온라인 서점과 언론의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홍보문구가 가득하다.

‘1%’와 ‘1위’라는 단어는 두 가지 감정을 부른다. 부와 성공을 거머쥔 1%의 비밀이라는 말에 호기심이 일고, 한편으론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를 만큼 유명해져버린 그 비밀을 나만 모르고 있지 않을까 두려워진다. 그 불안을 꿰뚫은 것인지 뒤표지엔 다음과 같은 경고성 카피가 붙어 있다. “이 세상 사람은 모두 두 부류로 나뉜다. ‘시크릿’을 아는 사람과 알지 못하는 사람.”

결국 많은 사람들이 ‘시크릿을 아는 사람’이 되고자 그 책을 구입했다. 그게 자그마치 100만부에 이른다.

이른바 자기계발서인 ‘시크릿’의 인기 비결은 뭘까. 호주의 전직 TV 프로듀서 론다 번이 지은 이 책은 플라톤, 셰익스피어, 에디슨, 아인슈타인 등 역사상 위대한 인물들을 포함해 성공한 사람들의 비밀에 대한 이야기를 주제로 하고 있다. 미국에서 DVD로 먼저 나왔고 ‘오프라 윈프리 쇼’에 소개되면서 인기를 얻은 뒤 책으로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아마존과 ‘뉴욕 타임스’의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론다 번은 지난해 ‘타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신드롬은 이어졌다. 지난해 6월 말 출간된 이 책은 올해 2월 셋째 주 100만부, 100쇄를 돌파했다(살림Biz 출고 기준). 2000년 이후 최대 히트작으로 꼽히는 ‘마시멜로 이야기’가 2005년 출간된 후 10개월 만에 100만부를 돌파했다면 ‘시크릿’은 그보다 2개월 앞서 100만부 고지를 넘은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내내 1위 자리를 지켰던 ‘시크릿’은 현재까지도 각종 차트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다. 책을 낸 살림Biz 측도 “(인기를) 기대하긴 했지만 이렇게 큰 반향을 일으킬지 몰랐다”고 할 정도다.



1%와 1위…‘끌어당김의 법칙’으로 요약

‘시크릿’은 분류상 자기계발서에 속하지만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성공한 인생의 비밀이란 ‘끌어당김의 법칙’으로 요약되는데, 이는 어떤 생각을 하면 마치 주파수를 잡듯 그와 비슷한 일이 이뤄지는 것으로 결국 ‘간절히 바라고 생각하면 이뤄진다’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여느 자기계발서에 등장하는 세세한 행동강령(?)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부’ ‘성공’ 등 바라는 바에 대한 ‘집중’과 그것이 이뤄지리라는 강력한 ‘믿음’, 그리고 ‘긍정적 태도’면 충분하다. 이는 어느 면에서 자기계발법이나 처세술이라기보다 종교적인 느낌을 풍긴다.

사실 ‘긍정의 힘’이나 ‘간절히 믿으면 이뤄진다’는 말은 그동안 우리가 숱하게 들어온 뻔한 ‘격언’이다. 다만 이 책에 다른 점이 있다면, 다양한 사례를 통해 그 뻔한 격언에 대한 증명을 시도했다는 것이다.(ex)“아인슈타인은 비밀을 아주 잘 알았고 날마다 수백 번씩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_‘시크릿’ 102쪽)

출판평론가 표정훈 씨는 이 책의 인기에 대해 “멘토나 스승이 사라진 세상에서 격언이나 충고로 이뤄진 ‘시크릿’ 같은 책을 통해 인생의 좌표를 구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또 ‘시크릿’이나 그 뒤를 잇는 ‘마시멜로 두 번째 이야기’ ‘1%’ 등의 책처럼 미국의 자기계발서가 인기를 끄는 것에 대해서는 “세세한 항목으로 토막나 있는 일본식 자기계발서에 비해 미국에서 출간된 책들은 스토리가 있어서 읽는 재미를 주고, 더불어 한국 사회의 기준이 상당히 미국화되어 있기 때문이다”라고 해석했다.

“믿으면 이뤄진다”… the Secret 대박 행진

대형 서점의 자기계발서 코너. 최근 베스트셀러는 자기계발서가 주를 이룬다.

한편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9·11테러 이후 불안을 경험한 미국 사회에서 등장한 책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많은 미국인이 테러를 겪으면서 서구식 합리성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시작했고, 그에 따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또는 비합리적인 존재)을 강조하는 ‘시크릿’류의 책도 인기를 얻게 됐다는 것이다.

“‘시크릿’의 인기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미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베스트셀러입니다. 경쟁은 끝없이 치열해지지만 개인이 이성적으로 예측하거나 준비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그만큼 사회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기존 처방과는 다른 방식의 해결책을 찾는 것입니다.”

여성과 젊은 층에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는 점도 이채롭다.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해 ‘시크릿’ 구매자의 60% 이상이 여성이었으며 이 가운데 20, 30대가 대다수였다. 이는 자기계발서의 주요 독자층이 30대 이상의 남성이던 것과 구별되는 점이자, 자기계발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여성과 젊은 층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쉽게 성공하기 어려울수록 자기계발서 인기

인터파크도서의 임채욱 경제경영 북마스터는 “‘시크릿’의 영향으로 ‘꿈꾸는 다락방’ ‘끌어당김의 법칙’ 등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가르쳐주기보다 사람 마음 근원의 믿음을 중시하는 책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시크릿’과 유사한 제목의 ‘부의 시크릿’ ‘부의 비밀’ ‘크리스찬을 위한 시크릿’ ‘걸스 시크릿’ 등이 출간되기도 했다.

많은 자기계발서가 그렇듯, 이 책에는 독자의 바람이나 목표 자체에 대해서는 의문을 던지지 않는다. 이 책에는 위대한 발명이나 큰 부를 거머쥐고 싶은 바람에서부터 살을 빼거나 여자친구를 만들고 싶은 마음까지, 다양한 목표를 ‘비밀’ 방법을 통해 이뤄낸 사람들의 사례가 등장한다. 한 출판인은 이 책을 비롯한 자기계발서의 계속되는 인기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자기계발서가 히트를 칠수록 기획되는 책들이 그 방향으로 몰리게 됩니다. 현재 어린이와 청소년을 겨냥한 자기계발서까지 쏟아지는 상황인데, 온 국민이 성공을 위한 자기계발서에만 몰두하고 그것에만 마케팅이 집중되는 일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출판시장의 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으니까요.”

어쨌든 많은 사람들은 쉽사리 성공하기 어려운 이 시대에 성공지침을 일러주는 자기계발서를 찾는다. 숱한 자기계발서를 봐온 어떤 사람들은 지금, 단순하지만 확신에 차 “믿으면 이뤄질 것”이라고 말하는 ‘시크릿’에 열광한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해 ‘젊은이들에게 추천하는 책’(예스24의 대선주자 대상 조사)으로 ‘시크릿’을 꼽은 바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성공의 비결은 역경과 어려움에 둘러싸여도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도전하고 노력했기 때문”이라며 이 책을 추천했다.

“간절히 원하면 이뤄진다”는 말은 매혹적이다. 어려운(심지어 불합리하기까지 한)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태도로 살면 언젠가는 ‘성공’과 ‘부’를 거머쥔다는 말은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시대를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을 고무시킨다. 바라는 것도 많고, 이루고 싶은 것도 많지만 도통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저 믿기만 하면 된다고 말하는 이 책의 해법은 희망과 위안도 함께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그 ‘비밀’에 대해 얼마만큼 믿고 확신하며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더불어 가난과 실패를 겪는 누군가를 보면서 ‘그는 믿음과 확신이 부족했다’고 간단히 판단해도 될까. ‘시크릿’에는 결정적으로 그에 대한 답이 빠져 있다. 물론 딱히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는 그 꿈이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 수밖에 도리가 없을지도 모른다. 결국 성공과 부를 거머쥐게 한다는 그 비밀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불안한 시대가 ‘시크릿’ 인기의 주요 비밀이라는 사실이다.



주간동아 2008.03.04 625호 (p60~61)

  •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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