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4

2008.02.26

이명박-부시 캠프 데이비드서 만난다

한미 정상회담 4월 중 추진 물밑 조율, 한국 대통령 최초, 성사되면 양국 관계 ‘순풍의 돛’

  • 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입력2008-02-25 09: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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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부시 캠프 데이비드서 만난다

    이명박-부시 첫 정상회담은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의 이미지를 합성한 것이다.

    2월25일 대통령에 취임하는 이명박 당선인의 방미 일정이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이 당선인은 취임 한 달여 뒤인 4월쯤 미국을 방문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첫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기정사실이 돼가고 있는 이명박-부시 회담에 쏠린 가장 큰 관심은 과연 어디서 회담을 갖느냐는 것이다. 회담 장소에 관심이 모아지는 까닭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미국 측과 부시 행정부의 관심을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이 ‘일반적인 나라’와의 정상회담은 워싱턴에서, ‘친밀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정상’과의 회담은 미국 대통령의 공식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그리고 친구 수준에 이른 아주 가까운 정상과의 회담은 그의 개인 목장인 크로포드에서 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부시 대통령이 재임 중 크로포드 목장으로 초청한 외국 정상은 극소수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10여 개국 정상만 크로포드로 초청했다.

    ‘친밀하고 좋은 관계 유지’하는 회담 장소



    친미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조차도 지난해 11월 방미 때 ‘크로포드 초청장’을 받지 못했다. 그가 크로포드로 초대받지 못한 이유는 대통령에 취임한 지 1년도 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해 5월16일 대통령에 취임했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이 취임 한 달여 만인, 게다가 처음으로 대면하는 한국의 새 대통령을 크로포드로 초청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 공식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받을 수 있느냐가 관심의 초점이 돼왔다.

    캠프 데이비드 한미 정상회담에 관심이 쏠린 데는 이승만부터 노무현에 이르는 9명의 역대 한국 대통령 중 단 한 명도 그곳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갖지 못했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한미관계에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최근 미국 측은 캠프 데이비드에서 이명박-부시 정상회담을 갖는 데 사실상 동의했다.

    캠프 데이비드 한미 정상회담이 공개적으로 논의된 것은 1월 말 정몽준 의원이 이 당선인의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다. 1월22일 특사단은 백악관의 스티븐 해들리 안보보좌관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이때 부시 대통령이 ‘지나가다 우연히 들르는’ 형식으로 해들리 보좌관 사무실로 들어와 특사단을 만났다.

    특사단을 만난 부시 대통령은 “이 당선인이 되도록 빨리, 그리고 편한 시기에 미국을 방문하길 바란다”고 말했고, 정 의원을 비롯한 특사단은 “이 당선인도 부시 대통령이 적절한 시기에 한국을 방문하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이러한 접촉을 계기로 이 당선인 측은 실무 방문 형식으로 미국을 방문해 캠프 데이비드에서 첫 정상회담을 여는 것을 추진했다. 이에 대해 미국 측이 보인 첫 반응은 ‘곤란하다’였다. 미국 측은 “부시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과 8차례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한 번도 캠프 데이비드에서 회담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처음으로 만나는 이명박 대통령을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의견을 보내왔다고 한다.

    프랑스는 친미적이지 않은 나라로 분류된다. 그런데 지난 정부에서 내무장관을 지낸 사르코지 대통령만은 적극적으로 친미노선을 강조해왔다. 이러한 그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지난해 초, 부시 대통령이 그를 만남으로써 그에게 힘을 실어준 바 있다. 사르코지 당시 장관이 백악관을 방문해 해들리 보좌관을 만나고 있을 때, 부시 대통령이 우연히 사무실을 들르는 형식으로 사르코지를 만나 면담한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한미관계 복원에 무게를 두었다. 미국 측은 한나라당을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추진된 것이 지난해 10월의 이명박 후보 방미였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이 제3국의 대통령 후보를 공식적으로 만날 수는 없으므로 ‘사르코지 방식’으로 부시 대통령 면담을 추진했다고 한다. 여러 사람이 모이는 리셉션 장소에 두 사람이 모두 참가해 우연히 마주치는 형식으로 만남을 갖고자 했다는 것.

    이 아이디어는 주한 미국대사관 측에서 아이디어를 내 추진됐다고 하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강영우 미국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차관보가 한국의 CBS와 가진 인터뷰에서 성급히 부시-이명박 면담 예정 사실을 밝히면서 무산됐다. 강 차관보의 공개로 부시-이명박 면담이 예정돼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으니, 우연히 이 후보를 만나려고 했던 부시 대통령 측은 “이 후보를 만날 계획이 없다”는 공식 발표를 하게 됐다.

    이러한 경험이 있는 만큼 백악관 측에서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담을 갖는 것에 난색을 표하자, 주한 미국대사관 측은 본국 정부를 향해 즉각 반론을 폈다고 한다. Y씨를 비롯해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정치문제를 담당하는 인사들이 ‘이명박과 노무현이 다른 점 15가지’를 문서로 작성해 본국으로 보낸 것이다.

    주한 미대사관 이명박 치켜세우기 작전

    이 정도로 주한 미국대사관이 열성을 보이자 백악관 측은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담을 갖는 데 동의했다고 한다.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미국 하원은 만장일치로 ‘이명박 대통령 당선 축하 결의안’을 채택하고 이어 상원도 같은 결의안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의회가 외국 대통령의 당선 축하 결의안을 채택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지난 10년간 한미관계는 힘들었다. 이에 대해 이 당선인은 미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 대학원을 나와 미국 사정에 정통한 김병국 고려대 교수(정치학)를 외교안보수석에 임명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한미관계는 순풍에 돛을 올리게 될까.

    캠프 데이비드는?

    美 대통령 공식 별장 … 이스라엘·이집트 평화협정으로 유명


    이명박-부시 캠프 데이비드서 만난다
    캠프 데이비드(사진)는 워싱턴에서 북서쪽으로 113km쯤 떨어진 미국 국립공원인 캐톡틴 산에 있다. 면적은 81ha로 철통 같은 경비체제가 구축돼 있으며 일반인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1942년부터 이곳을 비밀회합 장소로 활용했다. 루스벨트는 이곳에서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와 회담한 바 있다. 45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이곳을 미국 대통령의 공식 별장으로 지정했고, 후임자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자신의 손자 이름을 따서 이곳을 캠프 데이비드로 이름지었다.

    1978년 9월 지미 카터 대통령은 이곳에서 이스라엘-이집트 정상을 불러 두 나라 간 평화협정을 맺게 함으로써 캠프 데이비드 협정이라는 용어를 탄생시켰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곳에서 고이즈미 전 일본 총리를 만나고, 이어 크로포드 목장에서 카우보이 식으로 고이즈미 전 총리를 만남으로써 두터운 미일관계를 과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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