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4

2008.02.26

미네랄 풍부한 남성의 맛 여리고 섬세한 여성의 맛

  • 아트옥션 대표·고려대 강사

    입력2008-02-20 16: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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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네랄 풍부한 남성의 맛 여리고 섬세한 여성의 맛

    남성적인 맛을 내는 와인 ‘뫼르소 페리에르’.

    뫼르소에는 포도밭이 많다. 예부터 와인으로 유명한 곳이니 당연한 일이다. 어떤 포도밭은 탁월한 열매를 맺는 덕에 특별한 이름을 얻었고, 그렇지 못한 포도밭은 그저 포도밭으로만 불리는 무명지다.

    오늘날 뫼르소의 일부 밭은 주민들이 따로 부르는 이름으로 다른 밭과 구별된다. 이런 밭에서 나온 와인은 ‘뫼르소’라는 마을명에 포도밭 이름까지 합쳐져 라벨에 표기된다. 뫼르소의 포도밭 중에는 ‘페리에르(Perriere′s)’가 가장 유명한데 라벨에 ‘뫼르소 페리에르’라는 원산지 명칭을 달고 있다. ‘뫼르소 주네브리에르(Meursault-Genevrie′res)’는 뫼르소 페리에르와 특성이 대조적이라 비교 시음하면 재미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페리에르는 뫼르소의 최남단에 자리하며 해발 250m에서 300m에 이르는 동향 언덕배기에 있다. 부르고뉴의 다른 마을에도 이 높이 정도에 마을 최고의 밭이 자리한다. 얇은 지표층 석회암 토양에서 자라는 샤르도네의 뿌리는 깊이 20m를 넘어 지하 깊숙한 데서 자양분을 흡수한다. 그 덕분에 청포도가 가질 수 있는 강한 힘을 포도 열매에 선사해 누가 마셔도 남성의 와인이라 부를 만하다. 암석을 갈아 만든 주스처럼 흙이나 돌의 향이 나는데, 이를 와인세계에서는 ‘미네랄’이 풍부하다고 표현한다.

    이 지역 와인은 강건한 구조와 뚜렷한 골격이 느껴지며 여운도 오래가서 숙성력이 풍부한 와인으로 꼽힌다. 1855년 보르도의 등급이 크게 상향 조정된 것을 지켜본 부르고뉴 사람들은 디종대학 라발 교수에게 부르고뉴의 포도밭 평가를 부탁했고, 지금까지 그 평가는 유효하다. 라발 교수의 책에 따르면 뫼르소 최고의 포도밭으로 오직 한 지역이 선정됐는데, 그곳이 바로 페리에르다.

    싱싱한 해산물 요리와 함께 음미할 때 제격



    주네브리에르는 페리에르의 북쪽에 자리하며 해발고도는 좀 낮다. 뫼르소에서 남쪽으로 달리다 보면 오른쪽에 주네브리에르가 나타나고, 곧이어 왼쪽 산등성이에 페리에르가 보인다.

    주네브리에르 와인은 페리에르 와인보다 여리고 질감이 섬세하다. 또한 신맛과 과일의 입체적인 향기가 조화롭다. 우아한 풍미가 돋보여 여성의 와인이라고 부른다.

    이 두 와인은 힘과 세기가 달라 쉽게 구별된다. 따로 시음한다면 두 와인 모두 복합적인 과일 향기와 은근한 바닐라 향취로 무척 자연스럽고 깔끔한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와인을 삼킨 후에는 우아한 향취가 입 안을 맴돈다.

    뫼르소 지역의 와인은 밭에 따라 특질이 제각각이고 맛이 복합적이라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들다. 이때 종종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처럼 언어와 자신 사이의 괴리감을 맛보기도 한다. ‘이방인’의 주인공 이름은 묘하게도 뫼르소다.

    뫼르소의 맛을 표현하기 위해 고민하기보다는 차라리 싱싱한 해산물 요리와 함께 음미해보자. 생선회를 쫀득쪽득하게 씹힐 만큼 두껍게 썰어 뫼르소에 곁들이면 생선의 육즙과 뫼르소의 질감이 꽤 잘 어우러진다. 지방이 많은 생선이 뫼르소의 맛을 풍성하게 살리기에 광어나 우럭보다는 연어 방어 민어가 낫다. 참치의 뱃살 부위도 물론 좋다. 좀더 섬세한 맛을 원한다면 회 대신 끓는 물에 살짝 삶은 생선살에 최상급 올리브기름 정도만 곁들여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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