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3

2008.02.19

재활병원 건립 홍보대사 사랑 나누는 지선 씨

  •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입력2008-02-11 14: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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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활병원 건립 홍보대사 사랑 나누는 지선 씨
    “요즘에도 가끔씩 길을 가다 보면 위아래를 훑어보며 ‘어쩌다 이지경이 됐냐’고 묻는 분들이 계세요. 그러면 속으로 생각하죠. ‘TV도 안 보시나’.(웃음)”

    희망, 행복 같은 명사들이 남발되지만 실제 삶에서 이를 증명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유쾌하지만은 않은 세상을 긍정하기 위해서는 적잖은 용기와 내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책 ‘지선아 사랑해’와 TV 다큐멘터리를 통해 잘 알려진 이지선(30) 씨는 그런 내공을 가진 흔치 않은 인물이다. 이화여대 4학년이던 2000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전신에 화상을 입었지만, 늘 밝고 당당한 태도로 살아가는 그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현재 미국 보스턴대학에서 재활상담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방학 때마다 한국에 돌아와 재건 성형수술을 받는데 그동안 20여 차례의 수술을 받아야 했다. 피부 이식수술을 받은 뒤에는 한 달간 집에 머물러 있어야 하지만, 그는 “웃어도 웃는 표정이 안 나오던” 예전에 비하면 “웃을 수 있을 만큼 좋아진 지금에 감사한다”고 말한다.

    “저처럼 화상을 입은 어떤 분이 ‘그래도 지선 씨는 커서 사고를 당해 어린 시절 예쁜 사진을 가지고 있지 않느냐’고 말씀하셨어요. 그런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아파요. 화상을 입거나 장애를 가진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데 되레 상처를 드리는 게 아닐까 걱정되기도 하고요.”

    다시 미국에 가서 석사과정 마지막 학기를 마치면 전공을 바꿔 사회복지학 박사과정을 밟을 계획이다. “자신처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싶어서” 재활상담을 전공했지만 “개개인 치료 이상으로 사회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사회복지로 전공을 바꿨다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그들을 위한 사회적 자원이 늘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이씨는 현재 재활병원 건립을 위한 비영리 공익재단 푸르메재단의 홍보대사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미국 출국 전인 2월2일 푸르메재단의 연탄나눔 행사에 참가한다. 서울 개포동 구룡마을 50여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이 행사에는 강지원 변호사, 가수 강원래, 외환은행 임직원 150명이 함께한다.

    “유명해지는 것은 신나고 고마운 일이에요. 저는 언론에 알려지면서 세상에 나오기가 훨씬 수월해졌고, 자꾸 제 얘기를 하면서 제 상태를 객관화하게 됐죠. 덕분에 많은 분들에게 도움도 받았고요. 이제는 저에게 보내주신 관심과 에너지를 사회적 변화까지 이끌어내는 데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 비록 작은 힘일지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푸르메재단 www.purm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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