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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창|‘피스메이커’

핵무기 통제보다 힘든 세계화 혼돈

핵무기 통제보다 힘든 세계화 혼돈

핵무기 통제보다 힘든 세계화 혼돈

‘피스메이커’의 한 장면.

러시아 외진 곳에서 핵무기가 괴한들에 의해 탈취당한다. 정보를 입수한 미국 정보기관 요원들이 핵무기 회수 작전에 나선다. 동유럽 테러단체들을 추적하지만 이 핵폭탄은 이란 국경 앞에서 사라지고 만다. 핵폭탄을 탈취한 이들은 미국의 대외 정책에 불만을 품은 발칸반도의 민족주의자들. 그중 한 명이 이 소형 핵무기를 갖고 미국에 잠입한다. 핵배낭을 메고 그가 접근한 곳은 뉴욕 맨해튼의 유엔본부. 자살폭탄 공격을 감행하려는 것이다. 문명사회의 심장부가 한 줌의 재로 사라질 위기다. 과연 이 참극은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영화 ‘피스메이커’가 그리는 이 절체절명의 상황은 물론 가상의 얘기다. 그러나 얼마든지 현실화할 수 있는 끔찍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무장 테러단체의 수중에 핵무기가 들어간다는 상상은 충분히 있음직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걱정했던 사고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우려에 비해 핵무기가 잘 관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걱정스러운 것은 ‘신종 핵무기’다. ‘피스메이커’에서 테러분자들이 노렸던 유엔본부 근처의 월스트리트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핵무기, 바로 똑똑한 월가의 아이들이 장난감처럼 갖고 노는 첨단 금융상품들이다.

문명사회에 대한 위협과 혼란은 후진국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문명사회 중심부에서 만들어낸 이 신종 핵무기야말로 세계의 안전, 문명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살상무기다.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이런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막대한 손실 규모가 아니었다. 진짜 위험은 그 위험이 얼마나 큰지,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는 데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처럼 4중 5중으로 얽힌 대출·담보 구조의 파생금융 상품은 월가 아이들이 갖고 놀기에는 지나치게 위험한 물건이었던 것이다.



미국에서 터진 이 금융 부실의 폭풍우는 후발주자인 아시아를 불안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선진문명 세계발 위기의 세계화, 불안과 공포의 세계화인 셈이다.

안에 뭐가 있는지 모르는 안개 속의 괴물을 그려 공포감을 극대화한 영화 ‘미스트’. 월스트리트의 무서운 아이들과 이들이 만들어낸 혼돈이 그 안개 속 괴물과도 같이 인류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이 괴물을 누가 잡을 것인가. 이는 진짜 핵무기를 통제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주간동아 2008.02.19 623호 (p96~96)

  • 이명재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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