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2

2008.02.05

웹이 진화하면 인간은 어떻게 변할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khhan21@hanmail.net

    입력2008-01-30 17: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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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이 진화하면 인간은 어떻게 변할까

    <b>웹 인간론</b><br>우메다 모치오·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이정환 옮김/ 넥서스BIZ 펴냄/ 208쪽/ 1만1000원

    읽기는 음독에서 묵독으로, 묵독은 다시 ‘집중형’ 독서에서 ‘분산형’ 독서로 변해왔다. 집중형 독서는 제한된 양의 텍스트를 반복하며 숙독·음미하는 독서고, 분산형 독서는 날마다 생산되는 대량의 텍스트를 그 자리에서 소비하고 다시 돌아보지 않는 대중 저널리즘의 독서를 말한다. 서적사가들은 집중형 독서에서 분산형 독서로 옮겨진 시기를 18세기로 본다.

    그렇다면 20세기 말 인터넷의 등장으로 나타난 ‘디지털 독서’는 어떻게 불러야 할까? 나는 감히 ‘검색형 독서’로 이름 지었다. 처음에는 ‘굳이 독서라고 할 수 있을까’ 저어했지만 여러 차례 글을 쓰다 보니 자연스러워졌다.

    2002년 나는 인간의 검색 습관으로 책의 세계가 분할과 통합이 동시에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권의 책이 다루는 내용은 갈수록 잘게 쪼개지지만 설명 방식은 통합적인 형태가 되리라는 예측이었다. 그리고 6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하나의 테마(키워드)를 다루되 통합적으로 설명하는 책이 책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연말 일본의 한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웹 진화론’의 저자인 우메다 모치오와 ‘일식’으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히라노 게이치로의 대담집 ‘웹 인간론’을 발견했다. 이 책의 차례를 훑어보다 “검색이 모든 것의 중심이다”라는 글귀를 보고 무척 반가웠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95로 세계를 ‘평정’한 1995년부터 2005년까지의 10년이 인터넷 시대였다면 2006년부터 10년은 ‘구글시대’, 즉 ‘검색엔진 시대’라 명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앞의 시기를 웹1.0, 뒤의 시기를 웹2.0으로 부른다. 어쨌든 웹은 격렬한 속도로 계속 진화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10년 동안은 검색해서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내용을 매우 빠른 속도로 늘려갈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웹의 기술적 진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웹의 진화로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인간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해 개성이 다른 두 저자가 한 차례 8시간씩, 두 번에 걸쳐 나눈 대담이다. 따라서 책은 두 가지 ‘웹 인간론’의 경계를 넘나든다. 하나는 우메다가 밝혔듯 웹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인가, 인간은 웹의 진화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하는 의미에서의 ‘웹 인간론’이다. 다른 하나는 구글 창업자나 전 세계에 흩어진 오픈소스 프로그래머처럼 웹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최첨단 종사자들, 웹 진화와 함께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젊은 세대 등 ‘웹 인간’을 논하는 ‘웹 인간론’이다.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인터넷에서 어떻게 유연한 사고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하는지 상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웹 인간’은 긍정적인가? 1975년생인 히라노는 현실적인 문제점을 들며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낸 반면, 60년생인 우메다는 매우 낙관적으로 바라본다. 나이로 따지면 입장이 바뀐 듯 보일 정도다. 시시때때로 익명성을 무기 삼아 벌떼처럼 달려들어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인터넷 문화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40대 이후 세대니 말이다.

    우메다는 웹에서 거처를 잘 찾기만 하면 시공을 초월해 현실세계에서 느끼는 중압감을 줄이고 만족스런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인터넷은 모두가 ‘섬 우주(island universe·소우주)’로 충족하는 방향을 가속화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앞으로 개인은 인터넷의 힘을 이용해 섬 우주적 충족감을 얻는 쪽으로 나아갈 것으로 내다봤다. 대표적 현상이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는 오픈소스인데, 이는 긍정적 사회활동이 활발해지는 싹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특히 히라노처럼 1975년 이후 태어난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일본의 대표적 인터넷 벤처기업인 하데나의 창업자 곤도 준야나 일본 최대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로 우리의 싸이월드에 버금가는 믹시의 가사하라 겐지 사장도 1975년생이다.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하던 95년 19~20세였던 이들은 인터넷이라는 장벽을 처음으로 뛰어넘은 ‘골드에이지’란다. 또한 패전 직후 태어난 단카이 세대(1947~49년생)의 2세로 버블경제와 현재의 호경기 사이에서 대학시절을 보냈고, 취직 빙하기에 사회에 진출해야 했던 배경을 갖고 있다. 현실생활에서는 그다지 만족하지 못했지만 인터넷에서는 주도적으로 가능성을 열어 행복한 결과를 얻은 경험의 소유자가 많다.

    우메다는 이들 세대부터 인터넷 성립 사상과 오픈소스 사상, 그리고 그것을 지탱하는 ‘해커 에식스’(hacker ethics·프로그래머라는 새로운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윤리관) 같은 것을 조합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돈보다 명예를 중시하고 정보 점유보다 공유에 익숙한 이들은 프로그래머로서의 창조성에 긍지를 갖고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태도를 긍정하며 권위라는 굴레도 벗어던질 것이란다.

    책에서는 한 미국기업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는 평범한 대학생이 인터넷으로 연결된 수백명의 친구에게 도움을 받아 어떤 지시에도 즉시 일을 처리하는 능력을 발휘한 사례를 소개한다. 글쎄! 인터넷에 몰두하는 어린 세대가 모두 이 대학생처럼 긍정적으로 변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내다본 면이 없지 않지만, 설을 앞두고 우리 모두의 미래에 대한 덕담으로 한 번쯤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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