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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영미가 사랑하는 시

‘아!’

‘아!’

‘아!’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Federico Garcia Lorca 1899~1936


아! 외마디 비명소리 바람소리 속에

사이프러스 그늘을 드리운다.

(나를 이 벌판에서 홀로 울게 내버려다오.)



세상의 모든 것은 다 부서지고 말았다.

남은 것은 침묵.

(나를 이 벌판에서 홀로 울게 내버려다오.)

빛을 잃은 지평선을

타오르는 불길이 물어뜯는다.

(제발, 나를

이 벌판 속에 홀로

홀로 울게 내버려다오.)

[출전] 민용태 ‘로르까에서 네루다까지’ 창작과비평사, 1995

* 자신의 운명을 예언하듯, 그의 시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로르카는 스페인 내란 중 그라나다 근교에서 살해됐다. 그가 죽기 전까지 살았던 그라나다의 집을 둘러보며 나는 묘한 배신감을 느꼈다. 그와 그의 가족이 여름 별장으로 사용하던 이층집은 부르주아의 저택처럼 컸으며, 실내는 ‘죽음’과는 무관하게 밝고 우아했다. 유리상자에 보존된 그의 친필도 투우와 축제에 열광한 정열의 시인답지 않게 가지런했다.

‘아!’는 일종의 극시(劇詩)라고 할 수 있다. 시는 크게 두 부분, 괄호 안과 괄호 밖으로 나뉜다. 괄호 안 ‘나를 이 벌판에서 홀로 울게 내버려다오’가 없다면 밋밋한 서정시에 그쳤을 텐데, 중간 중간 되풀이되는 독백으로 비극적인 긴장감이 고조된다. 기회가 되면 집시처럼 떠돌며 기타 반주에 맞춰 로르카의 시를 낭송하고 싶다. 세상의 모든 것은 부서지고 말았으니.

‘아!’




주간동아 2008.01.29 621호 (p7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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