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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1막, 나눔과 봉사의 삶은 2막” 아트 포 라이프 성필관·용미중 부부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공연은 1막, 나눔과 봉사의 삶은 2막” 아트 포 라이프 성필관·용미중 부부

“공연은 1막, 나눔과 봉사의 삶은 2막” 아트 포 라이프 성필관·용미중 부부
매주 토요일 오후 아담한 클래식 콘서트가 열리고, 우아한 친교의 자리쯤으로 여겨졌던 서울 부암동의 레스토랑 ‘아트 포 라이프(Art for Life)’가 소외된 이웃을 보살피는 봉사의 현장이었음이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아트 포 라이프는 나눔의 정신이 붐을 이루는 장소예요.”(용미중 씨)

이곳 주인인 오보이스트 성필관(53), 플루티스트 용미중(46) 씨 부부는 크리스마스에 자택으로 20명의 학생을 초청해 자립금을 전달했다. 이들은 대부분 갑작스럽게 부모를 잃은 학생들로, 이 가운데는 올해 서울대와 연세대 수시모집에 합격한 학생들도 있다. 성씨 부부가 주축이 된 ‘아트 포 라이프 자원봉사회’(회장 용미중)는 이들에게 매년 120만~180만원의 자립 지원금을 지급하며 아이들이 자긍심 갖고 자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위기가정 청소년 상담 및 생활 물품도 지원하고 있다. 봉사회에는 김영백 중앙대 의대 교수, 조해근 굿센테크날러지 사장 등 12명의 이사와 27명의 회원, 음악으로 봉사하는 100여 명의 음악가 등이 뜻을 같이하고 있다.

“10여 년 전 호스피스 자원봉사를 갔다가 암에 걸려 임종을 앞둔 어느 어머니 앞에서 자녀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던 게 시작이었어요.”(용씨)

지난 크리스마스 자택서 20명 학생 초청 자립금 지급



용씨는 2004년 연주회장으로 ‘아트 포 라이프’의 문을 열면서 좀더 조직적인 나훔(선지자의 이름) 봉사회를 시작했고, 2007년 12월 초 서울시로부터 비영리단체 ‘아트 포 라이프 자원봉사회’로 허가도 받았다. 최근 해마다 500만원씩 기부하겠다는 독지가도 나타나는 등 자원봉사회는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띠고 있다.

“매주 토요일 열리는 콘서트와 외부 자선 콘서트 수익금, 바자 수익금, 레스토랑에서 판매한 도자기 수익금 등을 통해서도 기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성필관 씨)

성씨는 서울목관5중주단, 채리티앙상블 소속으로 활동하며 강원도 태백의 진폐환자, 시각장애인, 노동자 등 음악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한 해 30회 정도 자선공연도 벌여오고 있다.

더 완벽한 연주를 위해 시간을 쪼개 살던 이들 중견 음악인에게 ‘자원봉사’가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성씨는 21세 때인 1975년 서울시립교향악단 수석단원으로 임명됐고, 28세 때부터 한양대 중앙대 등에서 강의했으며, 용씨 역시 84년부터 서울시립교향악단 소속 플루티스트로 활동해왔다.

“30대 중반까지 연주에만 몰두했습니다. 그런데 연주를 하면 할수록 내가 하는 음악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자문하게 되더군요. 그래서 서른여덟이던 92년 외국 유학을 떠났습니다. 유학생활 중에 아베 피에르 신부의 빈민구제운동인 ‘엠마우스 공동체’를 알게 됐습니다. 그 활동을 하면서 가난한 자에게 봉사하는 삶이 참된 삶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성씨)

“공연은 1막, 나눔과 봉사의 삶은 2막” 아트 포 라이프 성필관·용미중 부부

성씨 부부는 2007년 크리스마스에 조촐한 행사를 갖고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에게 자립금을 전달했다.

그는 온몸으로 체험한 예술만이 진정한 감동을 주는 예술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교향악단과 대학을 떠나 일반인과 함께하는 음악인의 삶을 살고 싶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음악의 감동을 전하는 봉사를 하고, 그들의 마음을 음악으로 교화해 그들이 이웃을 돕는 봉사를 하도록 하겠다는 뜻을 세웠다.

“음악의 비밀 가운데 하나가 바로 봉사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주위를 둘러보세요. 음악인이나 예술가들 가운데 유독 봉사하는 이들이 많아요. 가수 김장훈 씨는 월셋집에 살면서도 불우 청소년 등을 위해 10년 동안 40억원이나 기부했다고 하잖아요. 김장훈 씨뿐이 아니에요. 수많은 음악인들이 자선 콘서트를 열고 기부행렬에 앞장서고 있습니다.”(성씨)

이들 부부는 봉사 현장을 만들기 위해 청와대 뒤편 부암동에 낡은 한옥을 사서 1년 넘게 리모델링해 2004년 문을 열었다. 입구에 ‘아트 포 라이프 Art for Life’라고 적힌 문을 밀면 작은 정원이 나온다. 거기 바닥에 박힌 ‘삶을 축제로’라고 적힌 비석이 이채롭다. 당시 부부는 장기 기증을 서약하고 자신들의 묘비를 마련했던 것이다.

“우리 인생이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지만 오늘 하루에 충실한 삶, 축제 같은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사실 우리들 대부분의 삶은 축제가 아니지요. 그렇게 되기를 소망하는 거지요. 그래서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자각하고, 유서를 써두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용씨)

‘아트 포 라이프’의 백미는 무엇보다 매주 토요일 오후 5시에 열리는 ‘작은 음악회’. 50석 규모의 작은 공연장에서 기타리스트 서정실, 테너 박승희, 첼리스트 지진경 등 수준급 연주가들이 무대를 채운다. 2008년 상반기에는 재즈페스티벌이 10회, 8월엔 고음악 페스티벌이 예정돼 있고, 2009년까지 130여 회 콘서트가 벌써 준비돼 있다.

공연이 끝나면 계단 아래 1층 레스토랑에서 용씨가 직접 준비한 이탈리아 요리와 와인이 제공된다. 용씨는 레스토랑 운영을 위해 이탈리아 요리를 배웠다. 식사가 끝나면 다시 성씨 부부와 출연진이 함께 연주하는 뒤풀이 공연이 이어진다.

매주 토요일 오후 5시 ‘작은 음악회’ 2009년까지 벌써 준비

12월22일 콘서트 무대에 섰던 소프라노 최훈녀(동의대 교수) 씨는 “성 선생 부부가 음악으로 봉사하는 것을 넘어 실천하고 행동하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연주인으로서 그만큼 음악활동이 줄어들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결정이고, 용기 있는 행동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무리 봉사가 뜻 깊은 일이라 해도 쉽기만 할까. 평소 알고 지내던 이들 중에선 “늘그막에 미쳤다”는 반응을 보인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남들은 돈 벌러 뛰어다니는데 우리는 하고 싶은 일, 물질에 대한 욕망을 줄이고 언행이 일치하는 삶을 살겠다고 나섰으니 힘이 들 수밖에요. 우리도 인간일 뿐 결코 천사가 아니니까요. 아내와 제가 연주나 봉사하러 떠나고 나면 혼자 남은 딸(연지 양, 수의학과 재학 중)은 또 얼마나 외로웠겠어요. 그래서 딸에겐 늘 미안해요.”

이들 부부는 나이보다 한참 젊어 보인다. 비결을 물었더니 “유익한 즐거움을 추구하다 보면 행복해지고, 행복해지면 젊어진다”는 답이 돌아왔다. 평일에는 레스토랑에 손님이 거의 없지만 이들은 웃음과 희망을 잃지 않는다. 곁에 평생을 함께해온 든든한 음악이 있기 때문.

이들 부부를 보면 잘 사는 것이 무엇인지 새삼 돌아보게 된다. 스콧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이 미국 메인주 한적한 시골에서 ‘굿 라이프’를 실천했듯, 성필관 용미중 부부도 도시의 외진 곳에서 ‘단순함, 고요한 생활, 가치 있는 일, 조화로움’을 추구하며 ‘삶을 위한 예술 Art for Life’를 실천하고 있다. (문의 02-3217-9364)



주간동아 618호 (p62~63)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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