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17

2008.01.01

타이어, 돌연변이 생명체로 변신

  • 류한승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입력2007-12-26 16: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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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어, 돌연변이 생명체로 변신

    ‘Wild Dog’, 2007, 160×75×78cm, Used Tire, Synthetic Resins<br>‘Bull Head’, 2007, 99×90×112cm, Wood, Steel, Styrofoam, Used Tire

    지용호의 작업에서는 타이어가 돋보인다. 그는 타이어라는 거친 재료로 비교적 사실적이고 정교한 동물 형상을 제작한다. 물론 자세히 보면 현실에 존재하는 동물은 아니다. 어떤 작품은 말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뒷다리는 소의 것이고 꼬리는 닭의 것이다. 이처럼 그는 괴상한 동물을 만드는데, 거기에 타이어가 더해져 괴수영화에 등장하는 괴물 같은 작품이 탄생한다.

    생동감 있는 구상 조각 … 미묘한 질감 표현

    그의 작업은 ‘mutant’로 시작하는데, 우리말로는 돌연변이체나 변이로 번역할 수 있다. 그는 특히 인공적인 변이에 관심이 많다. 사전적 의미에서 돌연변이체란 돌연변이(mutation)로 인해 새로운 유전자형이 나타난 개체, 조직, 세포를 뜻한다. 돌연변이는 세포분열 과정 중 자연적으로 생길 수 있지만, 화학물질과 방사선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돌연변이가 생물체에 유리한 변화를 거의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돌연변이된 생물은 기존 생물보다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며 번식도 쉽지 않다. 지용호가 만드는 형상들은 대체로 무시무시하고 강해 보이지만, 실제는 연약하고 불안정한 존재다. 작가는 아크릴 구슬로 동물의 눈을 묘사하는데, 이들의 눈빛은 자신들의 운명을 암시하듯 왠지 슬프고 처량해 보인다.

    동물을 변이시키는 지용호의 작업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초기에는 어떤 동물이 있고, 그 동물의 변이된 상태를 만들었다. 그렇기에 실제 동물과 비슷한 모양이었다. 단지 자세가 다소 공격적이고 위협적이어서 현실세계의 동물이 아닌 듯 보였다. 그리고 최근에는 동물과 동물이 합쳐진 형체를 제작한다. 좀더 과감하게 상상력을 발휘한 것이지만, 생명체의 변이라는 본래 취지를 벗어나지는 않는다.



    그런데 타이어라는 기성품을 가지고 생동감 있는 구상 조각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동물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근육을 재현할 때는 더욱 그렇다. 그러므로 각 타이어의 모든 특성을 숙지해야 하며, 능수능란하게 타이어를 다루는 기술도 보유해야 한다.

    지용호는 표현하고자 하는 형태, 부위, 근육에 따라 가장 적당한 타이어를 이용한다. 예를 들면 얼굴은 부드럽고 얇은 자전거 타이어를 사용하고 코, 턱선, 광대뼈 부근은 약간 울퉁불퉁한 산악용 자전거 타이어, 턱 부분은 오토바이 타이어를 선택한다. 목은 좀더 큰 자동차 타이어를 활용하며, 몸통 중간 중간에 강조하고 싶은 부위가 있다면 산악용 오토바이 타이어나 트랙터 타이어를 끼워 맞춘다. 그는 근육의 긴장된 상태를 보여주기 위해 닳아버린 타이어를 이용하며, 피부와 털은 타이어 무늬를 적절히 배열해 미묘한 질감을 나타낸다. 전시회는 인사아트센터에서 12월19일부터 2008년 1월1일까지 열린다.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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