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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곳이 사무실” … U -워커족 떴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접속 업무처리 … 사무실을 회의실로 활용, 개념도 바꿔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지금 이곳이 사무실” … U -워커족 떴다

“지금 이곳이 사무실” … U -워커족 떴다

더 높은 생산성을 위해 사무실 밖에서도 사무실과 동일한 업무 환경을 제공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세계적 규모의 eCRM(고객관리) 업체인 ‘세일즈포스’는 싱가포르에 아시아 통합사무실을 두고 있다. 한국에도 적지 않은 고객사를 갖고 있지만 서울에는 사무실이 없다. 일상적으로 필요한 영업관리와 관련 회의는 화상대화나 콘퍼런스 콜(일명 전화회의)을 통해 해결한다. 세일즈포스 한국지역 책임자인 김성문 이사는 “싱가포르 사무실에서 아시아 전체 고객사를 관리하기 때문에 비용이나 효율 면에서 이득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인터넷과 통신기술이 바꿔놓은 비즈니스 풍경은 예전과 비교하면 판이하다. 이 같은 경영환경 변화는 기술의 진화 덕분인데, 이는 노동 형태의 변화까지 동반하기 때문에 그 파장이 단순하지 않다.

무선기술과 화상전화 도입 가속화

외국계 기업에 근무하는 황상현(32) 씨는 얼마 전 홍콩 출장 중 서울 사무실에서 급한 전화를 받았다. 촌각을 다투는 사안이었다. 그는 즉시 인근 스타벅스에 들어가 노트북의 웹캠으로 화상회의에 참석했고, 그 자리에서 싱가포르와 영국에 있는 직원들과 공동작업해 글로벌 마케팅 분석자료를 완성했다. ‘언제 어디서나, 지금 이곳이 사무실’이 된 환경에서 일하는 ‘유비쿼터스 워커(U-worker)’의 생활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유비쿼터스(Ubiquitous)’는 라틴어 ‘유비쿼타스(ubiquitas)’에서 온 말로 ‘동시에 어디에나 존재하는’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최근 쓰이는 ‘유비쿼터스 시대’란 말에서는 ‘네트워크 기반의 확장형 컴퓨팅 환경’을 뜻한다. 즉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유비쿼터스 환경’에 적응한, 나아가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노동자들이 바로 ‘유비쿼터스 워커’ 또는 ‘이동족(移動族)’이다. 이동족을 떠올릴 때 가장 쉬운 예가 바로 e메일. 인터넷 시대 이후 지식노동자들의 업무는 e메일을 쓰고 응답하는 일에 집중됐다. 올해 초 미국 뉴욕에서는 정전 때문에 큰 소동이 일어났다. 비즈니스맨들이 개인용 컴퓨터(PC)를 켤 수 없었던 것. 그때 빛을 발한 물건이 e메일과 연동된 ‘블루베리’ ‘블랙잭’ 등 스마트폰이었다.

‘언제든지 (온라인에) 연결돼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이동 중에도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와이브로(Wibro) 등 무선기술과 화상전화의 도입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디지털기기로 무장한 ‘유비쿼터스 워커 문화’가 신세대와 전문직을 중심으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U-워커’의 최대 장점은 효율성과 업무 성과다. 예를 들면 직장 상사가 출장 간 직원에게 긴급 사안 때문에 전화와 휴대전화로 연락했는데 받지 않는다면 어떨까? 또는 고객이 직원에게 e메일을 보냈는데 회신이 없어 업무를 진행할 수 없다면? 이때 단일번호로 그 사람의 소재를 파악해 신속하게 연결할 수 있다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매끄럽게 일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한때 통신기술의 발달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예상한 이들이 많았다. 노동자는 집에서 가사와 회사일을 함께 할 수 있고, 회사는 부동산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현대의 이동족은 바로 그 생산성 제고를 위해 사무실 밖으로 나간다. 한 광고회사는 정기적으로 카페나 호프집에서 아이디어 회의를 한다.

“지금 이곳이 사무실” … U -워커족 떴다

MS코리아의 이자영 부장(위)은 외근이 잦은 팀원들과는 주로 휴대전화나 메신저를 통해 소통한다.

이동족들은 노동시간과 장소의 통제에 대해 불합리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업무 성과를 위해서라면 시간과 장소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한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김현정 부장은 “요즘 입사하는 후배들은 사무실 밖에서도 사무실과 같은 업무 효율을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인터넷 기업인 NHN은 아예 ‘카페에서 수다를 떨어라’는 항목을 경영방침에 넣어 적극적으로 노동자에게 “나가 놀아라”며 자유를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사무실에 대한 개념도 바뀌고 있다. 요즘 첨단 지식회사의 사무실은 ‘회의장소’로만 활용될 뿐 평소에는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사무실이 ‘협업을 위한 창조적 휴게실’로 바뀐 사례도 있다. 사무실을 첨단 놀이터이자 휴식공간으로 바꿔 화제를 모은 구글 코리아가 대표적인 예다.

‘유비쿼터스’와 관련된 비즈니스 역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여러 기업이 회사 전화, 회사 e메일, 개인 휴대전화, 웹메일, 팩스, 인스턴트 메신저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통합해 더 효율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통합커뮤니케이션(UC: Unified Communications)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2007년 상반기 통신시장의 최대 화두였으며, 해가 갈수록 급성장하는 미래성장 산업이다.

지식근로자들은 하루에 평균 100여 개 메시지를 7개의 서로 다른 매체를 통해 받는다고 한다. 이를 관리하는 비용도 상당하다. 한 통계에 따르면 1년에 30시간 이상을 전화통화 혼선 때문에 허비한다고 한다. UC의 목표는 그 낭비를 줄이는 것.

한국 특유의 대면문화와 정면충돌

삼일회계법인은 최근 회사를 새 빌딩으로 옮기면서 유비쿼터스 환경에 걸맞게 디자인했다. 과거에는 업무상 회사 바깥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은 직원들이 부재중 걸려온 전화나 음성메시지를 확인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런데 새 사무실에선 전화기를 통해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떤 장소에 있든 IP 설정만 해주면 전화까지 따라온다.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인 SK C·C는 2800명의 직원 모두에게 e메일과 음성메일, 팩스, 계약정보 등 모든 비즈니스 통신수단에 접속할 수 있는 통합 메시징 환경을 제공해 영업직원들에게서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외근이 많은 영업사원들은 휴대전화를 통해 쉽게 음성 메일을 확인하고 팩스를 송신하는 등 외부에서 업무를 처리하면서 업무 연속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e메일 확인에 들였던 시간 낭비와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물론 첨단장비로 무장한 비즈니스 전사들에게도 ‘복병’은 존재한다. 바로 한국 특유의 대면(對面) 문화다. ‘U-워커’란 직장 상사와 마주치는 일이 줄어든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직장 상사나 고위 간부와 전화회의만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한국문화에서 쉽지 않은 도전이다. 문자메시지나 메신저를 이용한 업무협조 요청도 말처럼 쉬운 일만은 아니다. 영업이나 마케팅 부서의 경우 고객과 얼굴 맞대고 정감을 나누는 것이 전화통화 100번보다 효과가 크다는 측면도 있다. 한국MS 비즈니스 · 마케팅본부 이자영 부장의 말이다.

“어떻게 보면 유비쿼터스란 끊임없이 발품을 팔고 고객에게 얼굴을 비치라는 소리로 들린다. 쉽게 말해 노동자들에게 휴대전화를 끌 자유를 포기하라는 압박인 셈이다. 하지만 유비쿼터스 환경에 익숙해진 진짜 ‘U-워커’들은 이를 자유의 시작으로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



주간동아 616호 (p62~63)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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