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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의 즐거움

1월 연이어 59타 기록 58타가 최저…메이저는 63타 못 깨

최저타 ‘배니스터 효과’

  • 남화영 헤럴드경제 스포츠에디터 nhy6294@gmail.com

1월 연이어 59타 기록 58타가 최저…메이저는 63타 못 깨

1월 연이어 59타 기록 58타가 최저…메이저는 63타 못 깨

지난해 8월 7일 트래블러스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에서 58타 대기록을 작성한 짐 퓨릭. [출처 · PGA투어 공식 페이스북]

1954년 5월 6일은 세계 육상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날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의대생 로저 배니스터가 인간으로서는 불가능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1마일(약 1600m) 4분’ 벽을 깼기 때문이다. 400m 트랙 네 바퀴를 4분 안에 뛴다는 건 영원히 깰 수 없는 장벽처럼 느껴졌다. 23년 핀란드 파보 누르미가 4분10초를 끊은 후 1930~40년대를 지나 기록이 조금씩 당겨지더니 45년에는 스웨덴 군데르 하그가 4분01초까지 끌어내렸다. 하지만 당시에는 ‘4분 벽을 깨면 심장이 터진다’는 미신이 정설처럼 인식됐다.

의학도 배니스터는 이 미신에 도전했다. 친구인 크리스 채터웨이와 나중에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딴 크리스 브라셔가 페이스세터(pacesetter) 구실을 맡았다. 처음 두 바퀴는 브라셔가 선두로 나서 1분58초에 돌았다. 세 바퀴째 채터웨이가 선두로 나섰고, 키다리 배니스터가 바로 뒤를 이었다. 마지막 바퀴에서 보폭을 넓힌 그는 폭발적인 스피드로 코너를 돌아 테이프를 끊었다. 장내 아나운서가 ‘3분59초4’를 발표하는 순간 3000여 명이 운집한 운동장은 환호에 휩싸였다. 배니스터가 ‘1마일 4분’ 벽을 깨고 난 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한 달 후 4분 벽을 깬 선수가 10명, 1년 후에는 37명으로 늘었다. 2년 후에는 300명의 선수가 ‘1마일 4분’ 벽을 넘었다. 인식의 틀이 바뀌면 결과도 달라지는 현상을 스포츠 학자들은 ‘배니스터 효과’라고 부른다.  

1월 22일 미국 프로골프협회(PGA) 투어에서 ‘꿈의 타수’로 여겨지던 한 라운드 60타 기록이 두 대회 연속 깨졌다. 미국 팜스프링스 라킨타골프클럽에서 열린 커리어빌더챌린지 3라운드에서 애덤 해드윈이 59타를 기록했다. 하와이에서 열린 소니오픈 1라운드에서 저스틴 토머스가 59타를 친 지 열흘 만에 다시 59타를 기록한 것이다. 토머스는 파70 코스에서 11언더파를 쳤고, 해드윈은 파72 코스에서 버디 13개를 잡았다. 이로써 PGA투어에서 59타를 친 선수는 1977년 앨 가이버거를 시작으로 칩 벡(1991), 데이비드 듀발(1999), 폴 고이도스(2010), 스튜어트 애플비(2010), 짐 퓨릭(2013년), 그리고 올해 2명을 더해 총 8명이 됐다.  

최근 두 선수가 놀라운 기록을 작성하자 사람들은 그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그중 가장 설득력 있는 논리가 미국프로농구(NBA) 선수들을 상담하는 브랫 매케이브 앨라배마대 심리학 교수가 언급한 배니스터 효과다. 매케이브 교수는 ‘기록 경신이란 인식 확장의 부산물’이라고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은 자신이 정한 한계를 따라 성장하는 가변성을 가졌다.  

골프 선수의 인식 확장에 기여한 일대 사건은 지난해 8월 7일 짐 퓨릭이 만들어냈다. 8자 스윙으로 유명한 퓨릭이 트래블러스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에서 58타 대기록을 작성한 것. 스윙도 느리고 비거리도 짧은 43세 ‘노땅’ 선수가 만든 대기록은 다른 선수들에게 60타를 깨는 게 별스럽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토머스와 해드윈의 59타는 퓨릭이 작성한 58타에 비하면 특별히 놀랄 만한 일도 아닌 셈이다. 골프는 ‘멘틀 게임’이다. 정지한 공을 치기 때문에 스스로 만든 두려움이 곤란한 상황을 야기한다.



하지만 강박에 싸인 정신을 풀어헤쳐 반드시 깨야 할 기록이 있다. 아직도 63타에 머물러 있는 메이저대회 최저타 기록이 그것이다. 조니 밀러가 1973년 오크몬트컨트리클럽에서 열린 US오픈에서 63타를 친 뒤 43년 동안 63타 기록만 30번 나왔을 뿐 기록은 깨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4개 메이저대회에서 63타 기록이 3번이나 나왔다. 디오픈챔피언십에서 헨리크 스텐손은 마지막 날, 필 미컬슨은 첫날 63타를 쳤다. ‘메이저대회여서 기록 경신이 어렵다’는 것 또한 인식의 장벽임이 분명하다. 그 장벽을 누군가 넘는 순간 새로운 기록은 그냥 평범한 일상이 될 것이다.






주간동아 2017.02.08 1074호 (p66~66)

남화영 헤럴드경제 스포츠에디터 nhy629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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