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15

2007.12.18

단양팔경에 취하니 유적들이 깨워주네

  • 글·사진 = 양영훈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 blog.naver.com/travelmaker

    입력2007-12-12 17: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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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양팔경에 취하니 유적들이 깨워주네

    단양팔경 가운데 첫손에 꼽히는 도담삼봉의 새벽 풍경.

    물 따라 가는 길은 언제나 편안하다. 충북 단양에서 충주까지 남한강 물길을 따라가는 길도 그렇다. 춥고 썰렁한 겨울날에도 이 길의 서정과 낭만은 쉽게 스러지지 않는다. 충북의 맨 북쪽에 자리한 단양 땅을 굽이치는 남한강변에는 590년 고구려의 온달장군이 신라군과 싸우다 전사했다는 온달산성이 있다. 산성 아래의 매표소 주변에는 최근 종영된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촬영장이 들어서 있다. 드라마 촬영이 한창 진행될 때는 수십~수백 명의 일본인 관광객이 주인공 ‘담덕’ 역의 ‘욘사마(배용준)’를 보기 위해 멀고도 먼 이 산골까지 찾아오곤 했다.

    하지만 온달국민관광지에서는 근래 지어진 드라마 촬영장보다 역사의 숨결이 느껴지는 온달산성이 깊은 감동과 울림을 불러일으킨다. 제법 가파른 비탈길을 20~30분 오르면 산성에 다다르게 된다. 성벽에 올라서면 뱀처럼 구불거리는 남한강, 장성처럼 치솟은 소백산 자락, 강물 따라 이어지는 찻길 등의 풍경이 장엄하고도 상쾌하게 펼쳐진다. 산성 아래의 강기슭에는 온달장군이 수도했다는 온달동굴(천연기념물 제261호)도 있다.

    온달관광지에서 단양읍내로 가는 길은 남한강 물길과 나란히 달린다. 영춘면과 가곡면을 지나 단양읍에 들어선 남한강의 한복판에는 단양팔경 중에서도 첫손가락에 꼽히는 절경인 도담삼봉이 있다. 단양군수를 지낸 퇴계 이황을 비롯한 여러 시인 묵객의 마음을 사로잡았을 정도로 자연풍광이 빼어나다. 특히 물안개가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도담삼봉의 새벽 풍경은 한 폭의 산수화처럼 아름답다.

    청풍문화재단지·미륵리 절터 석불입상도 관람 필수코스

    단양팔경에 취하니 유적들이 깨워주네

    단양 온달국민관광지 내의 ‘태왕사신기’ 촬영 세트장(사진 위), 옥순대교 아래를 지나는 충주호 유람선.

    단양읍 외곽의 상진대교를 건너온 찻길은 충주호의 호반을 따라 이어진다. 사람의 기분은 물의 성질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흐르는 강물 따라 나란히 달릴 때는 기분도 가볍고 경쾌해진다. 반면 고요한 호숫가를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기분이 가라앉게 마련이다. 충주호의 수면에 비친 산 그림자가 선경(仙境)인 듯 아름답다. 산과 호수의 절묘한 조화는 단양팔경 중 하나인 옥순봉과 구담봉에서 절정의 풍광을 연출한다. 장회나루에서 유람선에 몸을 싣고 호수 한복판으로 나가면 옥순봉과 구담봉 일대 절경을 오롯이 엿볼 수 있다.



    옥순대교를 건너면 제천 땅에 들어선다. 길은 충주호에 반쯤 잠긴 산허리를 따라 끊임없이 구불거린다. 길 굽이를 돌아설 때마다 새롭게 변신하는 호수 풍광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옥순대교에서 제천 방면으로 가는 길에 들러볼 데가 하나 있다. 정방사라는 작은 산사다. ‘능강교’를 건너자마자 왼쪽 콘크리트길로 접어들어 3km 정도 올라가면 정방사에 닿는다. 신라 문무왕 2년(662)에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이 절은 높은 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올라앉았다. 경내에는 원통보전과 지장전, 칠성각, 요사채, 범종각 등이 들어서 있는데, 법당 앞에서 바라보는 충주호와 월악산의 풍광이 상쾌하기 그지없다. 법당 뒤편에는 ‘의상대’라 불리는 암벽이 우뚝한데 해가 짧은 겨울철에는 해돋이와 해넘이를 모두 감상할 수 있고, 일교차가 큰 날에는 충주호에서 피어오른 운무가 장관을 이룬다.

    충주호는 흔히 ‘내륙의 바다’라 불릴 정도로 넓다. 충주호에서도 가장 풍광이 아름답다는 충북 제천시 청풍면 일대는 특별히 ‘청풍호반’이라 불린다. 청풍호반에 우뚝한 망월산 중턱에는 청풍문화재단지가 자리잡았다. 충주호 수몰지역에 자리했던 한벽루(보물 제528호)를 포함한 옛 관아 건물과 민가, 고인돌과 석상들 그리고 민속유물 등을 모아놓은 곳이다.

    청풍문화재단지에서 수산사거리를 지나 20분가량 자동차로 달리면 월악산 초입의 월악나루에 당도한다. 여기서 왼쪽의 597번 지방도로 들어서면 월악산, 송계계곡, 덕주사, 미륵리 절터 등이 연이어 나타난다. 그중 미륵리 절터는 꼭 들러볼 만하다. 애초 이 절터에는 미륵대원이라는 석굴사원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당우(堂宇)도 모두 사라지고 석불입상(보물 제96호), 오층석탑(보물 제95호), 삼층석탑, 석등, 당간지주, 돌거북 같은 석물들만 남아 번성기의 영화를 짐작게 한다. 이 미륵리 절터에서 충북 최고의 온천휴양지인 수안보까지는 차로 10여 분밖에 걸리지 않을 만큼 가깝다. 그러므로 일부러라도 짬을 내 수안보온천에서 온천욕을 즐기며 여독을 푼 다음 귀로에 오르기를 권한다.

    추천 일정



    첫째 날 09:30 중앙고속도로 북단양IC(동서울톨게이트에서 144km) 통과`→`09:30~10:00 북단양IC~매포(33번 국지도)~덕천교삼거리(좌회전, 59번 국도)~군간교삼거리(우회전, 522번 지방도)~영춘교(우회전, 595번 지방도) 등을 경유해 온달관광지(관리소 043-423-8820) 도착`→`10:00~12:00 ‘태왕사신기’ 촬영장, 온달산성, 온달동굴 관람`→`12:00~13:10 온달관광지~구인사 입구~향산삼거리(좌회전, 59번 국도)~고수대교 등을 거쳐 단양읍내로 이동 후 점심식사(마늘솥밥)`→`13:10~15:30 단양읍~단양삼거리(5번 국도)~상진대교~북하삼거리(우회전, 36번 국도) 등을 경유해 장회나루 선착장(043-422-1188) 도착 후 유람선 관광`→`15:30~16:00 장회나루~원대삼거리(우회전)~옥순대교~능강솟대문화공간(043-653-6160) 등을 거쳐 청풍호반의 숙소 도착, 여장 푼 뒤 저녁식사(쏘가리매운탕)

    둘째 날 06:30~08:00 기상 후 정방사(043-647-7399)로 이동, 해돋이와 충주호의 운무 감상`→`08:00~09:30 짐정리, 세면 후 아침식사(청국장)`→`09:30~11:00 청풍문화재단지(043-641-4301) 관람`→`11:00~12:30 청풍문화재단지(82번 국지도)~수산사거리(우회전, 36번 국도)~월악삼거리(좌회전, 597번 지방도)~월악산국립공원을 거쳐 미륵리 절터 구경`→`12:30~15:00 수안보로 이동, 점심식사(한정식) 후 온천욕`→`15:00~15:10 수안보(517번 지방도)~방곡삼거리(직진)를 거쳐 중부내륙고속도로 괴산IC 진입


    여행 정보



    숙박 청풍문화재단지, 청풍랜드, 충주호가 한눈에 들어오는 청풍면 교리관광지에는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운영하는 청풍리조트(043-640-7000)가 있다. 그 인근 호숫가에 자리잡은 드림레이크관광펜션(043-648-6380)과 블루밍데이즈펜션(043-642-4600)도 시설과 전망이 좋다. 수산면 상천리의 상천민속마을(043-653-5501)에는 제천시가 조성하고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참숯가마와 황토방민박집이 있다. 한자리에서 숯가마찜질과 식사(참숯불돼지구이), 숙박이 가능하다.

    단양팔경에 취하니 유적들이 깨워주네
    맛집 단양읍내 장다리식당(043-423-3960)의 온달마늘솥밥에는 솥밥과 함께 장아찌, 샐러드, 맛탕, 쫑볶음, 튀김 등으로 조리된 다양한 마늘 요리가 밑반찬으로 나온다. 그리고 단양군 가곡면의 59번 국도변에 자리한 함지박(043-422-3565)은 우렁쌈밥과 묵은지갈비찜 맛이 일품이다. 그 밖에 제천시 청풍면의 청풍장평가든(청국장 043-647-0151)과 청풍명월횟집(민물회정식 043-643-4458), 제천시 수산면 능강리의 얼음골매운탕(쏘가리매운탕 043-651-6075), 충주시 상모면 수안보온천 관광지의 향나무식당(한정식 043-846-2813) 등도 들러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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