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15

2007.12.18

한화 글로벌 경영 불붙었다

세계적 부품기업 아즈델 인수 … 리조트·증권·플랜트 등 전 계열사 잇단 해외 공략

  • 이임광 기업 전문기자 llkhkb@yahoo.co.kr

    입력2007-12-12 14: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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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글로벌 경영 불붙었다

    한화L&C의 아즈델 인수 조인식.

    11월20일 세계 자동차 부품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 빅딜이 있었다. 한화L·C(옛 한화종합화학)가 미국 굴지의 자동차 부품기업 아즈델(Azdel)을 6200만 달러에 사들인 것이다. 아즈델은 자동차 천장 내장재 등의 소재인 LWRT 분야에서 세계 1위, 차 범퍼 소재인 GMT 분야에서 미국 1위 업체다. 아즈델 인수로 한화L·C는 세계적인 LWRT·GMT 업체로 급부상했고, 전 세계 자동차 메이커에 부품·소재를 공급할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게 됐다.

    신기술 개발과 해외기업 M·A ‘동시에’

    한화그룹 측은 “아즈델 인수는 그룹의 글로벌 인수합병(M·A) 신호탄”이라며 “이를 계기로 국제적인 M·A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룹 글로벌 전략의 선봉장인 한화L·C는 2008년까지 해외사업에 총 1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현재 체코에 200억원을 투자해 자동차 부품 제조사 설립을 확정했고, 창호·인조대리석 등 건축자재 제조로 확대하는 추가 투자도 검토 중이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자동차산업단지에도 2009년까지 700억원을 투자해 건축자재 제조회사를 설립하고, 향후 자동차 부품소재 성형사업을 추가할 계획이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지난해 10월9일 창립기념식에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해외진출 속도가 느리다”며 “각 사에 맞는 해외진출 전략을 빨리 수립하라”고 채근했다.

    한화그룹은 세계시장에서 통할 신기술과 신제품 개발에 나서는 동시에 미래 수익성이 높은 해외 기업을 M·A하거나 경쟁력 있는 기업들과 제휴하는 데 관심이 쏠려 있다. 한화의 글로벌 전략은 올해 1월 CI(기업이미지) 선포식에서 불이 붙었다. 당시 김 회장은 “올해 사업은 모두 해외에서 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달 말 김 회장은 계열사 CEO와 임원 50여 명을 이끌고 태국으로 날아가 해외사업 진출 전략회의를 주관했다.



    태국 방콕 시내 호텔에서 사장단과 임원들은 도시락과 밤참을 먹으며 새벽 5시까지 장장 15시간 동안 마라톤 회의를 했다. 논의 끝에 해외사업 전략 업그레이드, 추진 프로세스 재구축, 해외조직 정비, 인력 확보, 해외사업 목표관리 체제·전략 사령탑 구축 등 해외사업 추진 6대 실천과제를 도출했다. 귀국 후 그룹 경영기획실 내 글로벌 경영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각 사별로 진출 가능한 사업 검토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진출 가능한 아시아 유럽의 이머징 마켓을 중심으로 4개 권역(동유럽·중앙아시아·중동·동남아)을 구성하고, 권역별로 11개국을 방문해 사업 타당성을 검토했다. 이를 바탕으로 10개 계열사가 도시개발, 플랜트 건설, 자원개발, 환경사업 등에 대한 검토를 마쳤다.

    한화그룹의 수출은 ㈜한화 무역부문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다. 한화무역의 지난해 수출액은 10억5700만 달러로 절반이 중국에서 올린 실적이다. 한화무역은 중국에 치중하던 수출 지역을 다변화하고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지역 수출액은 2년간 10%나 늘었다. 러시아와 인도는 20%, 아프리카에서는 44%나 증가했다.

    한화그룹의 해외 사업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은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미국 앨라배마에 자동차 부품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인조대리석 공장을, 태국에서는 바닥재 공장도 운영하고 있다. 중국에서 자동차 범퍼용 부품을 완성차 공장에 납품해 지난해 174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미국에선 112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현대·기아차에 이어 폴크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같은 완성차로부터 수주도 기대된다.

    2011년까지 해외매출 비중 40%까지 확대 목표

    한화석유화학은 중국 곳곳에 진출해 있다. 상하이사무소만 해도 연간 1억85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최근 수소 저장물질 등 나노기술 사업에도 뛰어들고, 해외 진출도 서두르고 있다. 한화증권도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996년 헝가리에 한화헝가리은행을 설립한 이후 2003년 상하이에 사무소를 개설해 중국 최대 증권사인 해통증권과도 제휴했다.

    한화국토개발은 현재 중국 최대 리조트인 천륜콘도와 회원 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향후 천륜콘도와 함께 베이징과 상하이에 골프장을 포함한 리조트 개발에 뛰어드는 등 중국 내 합작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화건설은 적극적인 해외 플랜트 사업 수주를 위해 원천기술을 보유한 해외 엔지니어링 회사 인수를 추진 중이다.

    한화증권은 6월 국내 증권사 최초로 카자흐스탄 현지에 합작증권사 SRC를 설립했다. 카자흐스탄이 중앙아시아의 금융허브로 성장할 것을 내다본 포석이다. 대한생명도 미래 수익기반 강화를 위해 중국 등 성장잠재력이 큰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는 항공기에 들어가는 유압부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최근엔 국내 방위산업용뿐 아니라 해외 민간항공기 부품 공급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부품기술 확보와 해외 거래처 확대를 위해 5월부터 해외 항공기 부품회사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한화무역은 캐나다 서스캐처원 주에 자리한 우라늄 탐사 광구에 지분 참여했다. 우라늄 발견에 성공할 경우 적잖은 수익이 기대된다.

    김 회장은 지난해 글로벌 경영을 선포하며 “둥지만 지키는 텃새보다는 먹이를 찾아 대륙을 횡단하는 철새의 생존본능을 배워야 한다”며 “해외에서도 통하는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각고의 노력을 하라”고 주문했다. 한화그룹은 2011년까지 그룹의 해외매출 비중을 현재의 10%대에서 40%까지 끌어올린다는 글로벌경영 목표를 잡았다. 철새의 생존본능으로 3년에 30%의 거리를 날아갈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한화가 둥지를 벗어난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사회공헌사업도 활발

    자원봉사팀 1만여 명 매주 릴레이 봉사


    한화 글로벌 경영 불붙었다
    한화그룹은 10월1일 창립 55주년을 맞아 한화사회봉사단을 설립하고 강력한 사회공헌 활동 의지를 선포했다. 이어 8일 계열사 사장들과 전국 임직원 5000여 명이 대규모 자원봉사 퍼레이드를 시작해 현재 전국 280개 임직원 자원봉사팀 1만여 명이 12월까지 매주 릴레이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2002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사회공헌 활동을 시작한 한화그룹은 임직원들의 자유로운 자원봉사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유급자원봉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근무시간에도 언제든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 무려 3만2000여 명이 참여했다.

    ‘밝은 세상 만들기 기금’을 조성해 임직원들의 자원봉사 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임직원들이 기부하면 회사에서 추가로 150%의 기금을 출연하고 있다. 한화그룹 측은 “한화의 사회공헌 활동은 단순한 기부가 아닌, 참여형 사회공헌 활동으로 재정적인 지원과 함께 임직원이 직접 지원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그룹은 계열사별, 지역 사업장별 특성을 살린 사회공헌 활동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한화리조트가 전국 13개 문화재를 대상으로 지킴이 활동을 벌이고, 한화석유화학 여수공장과 ㈜한화 여수공장을 중심으로 남해안 낙도지역 주민을 돕고, 한화건설과 한화종합화학이 저소득층 가정의 주거환경 개보수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한화그룹은 앞으로 매년 2만3000명 규모의 자원봉사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임직원의 자원봉사 참여율을 90%로 높이고, 연간 1인당 자원봉사 시간도 16시간(2일)으로 늘리며, 자원봉사 프로그램도 400개에서 600개로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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