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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여야 대선후보 부인 24시

“시어머니 20년 모신 경력 섬기고 돌보는 일 더 진력”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부인 민혜경 씨

  •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시어머니 20년 모신 경력 섬기고 돌보는 일 더 진력”

“시어머니 20년 모신 경력 섬기고 돌보는 일 더 진력”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1월27일 오전 서울 영등포역 앞. 자그마한 몸집에 선거홍보용 주황색 점퍼를 입은 여성이 두 손으로 마이크를 꼭 쥔 채 유세차량에 올랐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날씨가 정말 춥죠? 저는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아내 민혜경입니다!”

대통합민주신당(이하 통합신당) 정동영 후보 부인 민혜경(51) 씨의 첫 대선 유세연설이었다. 5분이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주변에 모인 통합신당 지지자들은 “민혜경!”을 뜨겁게 연호했다.

단아한 이미지 … 영부인 선호도 조사 1위

민씨는 정 후보 캠프의 ‘보물’ 같은 존재다. 지지율 답보상태로 이명박 이회창 후보에 밀려 3위를 달리는 남편 정 후보와 달리, 그는 한 여성지의 ‘영부인 선호도 조사’에서 63%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1위를 차지했다. 단아한 분위기의 현모양처 이미지에 ‘13대 종손 며느리로 20여 년 홀시어머니를 모신 경력’은 영부인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한국 사회의 정서와 통한다는 평이다. 정 후보 캠프에서는 “후보들은 일주일 쉬고 후보 부인들끼리만 투표하면 좋겠다”는 농담이 돌 정도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민씨는 매일 새벽 6시 미사로 하루를 시작한다. 방송기자였던 정 후보가 정치입문을 고민하던 시기에 시작한 새벽기도가 13년째. 이제는 하루를 지탱해주는 활력소가 됐다.

“(정 후보가) 96년 정치에 입문한다고 했을 때는 저도 반대했어요. 그런데 어둡고 차가운 곳을 밝고 따뜻하게 만드는 것이 정치라며 꼭 해보고 싶다 했고, 남편이라면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통령 못지않게 영부인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은 만큼 행사 참여뿐 아니라 방송 출연과 인터뷰도 후보 부인 일정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기자가 민씨를 만난 27일, 그는 새벽미사 후 주부대상 아침 생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전날 정 후보가 세계박람회 유치 응원차 여수에 내려가 밤을 새우는 동안 자신 역시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는 그는 생방송 출연에 대한 긴장감이 더해져 다소 지쳐 보였다. 그래도 “여수 유치가 확정된 뒤 들떠 있는 남편 목소리를 전화로라도 들으니 피곤함을 잊을 만큼 기뻤다”며 “정치인 남편 때문에 세상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커졌다”고 덧붙였다.

이날 방송출연 후 민씨는 서울-대전-서울을 오가며 선거 거리유세에 참여했다. 방송출연이나 격식을 갖춰야 하는 행사에서는 화사한 파스텔톤 치마정장을 입지만, 유세장에는 홍보용 점퍼와 정장바지를 입는다. 가끔 목걸이를 하는 것 외에 반지나 귀고리 등 액세서리는 하지 않는 소박한 스타일을 고수한다.

정 후보 측근들은 민씨에 대해 “조용하고 여린 듯 보이지만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외유내강형”이라고 표현한다.

“지원유세 아직 쑥스러워” … 노인문제 관심 많아

전북 전주 출신인 민씨는 숙명여대 피아노과 재학시절 지역 동문회에서 서울대 국사학과 복학생이던 정 후보를 처음 만났다. 정 후보와 민씨의 러브스토리는 유명하다. 민씨에게 반한 정 후보는 개나리 묶음을 들고 숙대 기숙사 앞에서 “민혜경 나와라” 고함을 질러 기숙생 사이에서 ‘개나리 아저씨’라고 불릴 만큼 저돌적으로 접근했다. 그러나 전주교대 교수와 전북사대부고 교장을 지낸 민씨의 아버지가 “기자 사위는 싫다”며 반대하자 MBC에 사표를 제출하고 민씨를 설악산으로 납치(?)하는 소동을 벌여 결국 81년 결혼에 성공하게 된다.

“홀어머니, 세 명의 시동생과 함께 조그만 셋방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했다”는 민씨는 2005년 시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24년간 모시며 시동생들을 모두 장가보냈고, 현재 육군과 해병대에서 군복무 중인 두 아들 욱진(24) 씨와 현중(21) 씨를 낳고 키웠다. 두 아들은 각각 미국 스탠퍼드대 화학과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휴학 중이다.

결혼 이후 기자생활과 정치로 바빴던 남편 정 후보를 대신해 살림을 이끌어온 그는 남편에 대한 서운함보다 “(남편의) 진심을 알기에” 애잔함이 더 크다. 현재의 지지율 약세에 대해서는 “원래 시동이 늦지만 그만큼 멀리 간다”고 답하며 “후보 자질이나 정책 문제가 아닌 당에 대한 편견이 큰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크고 작은 선거를 겪으면서 마음고생도 꽤 했지만, 지난 총선에서 노인 폄하 발언 시비 때는 너무 힘들었어요. 가장 가까이서 본 저는 제 남편이 어르신들께 얼마나 잘하는 사람인지를 잘 알고 있잖아요. 그런 사람이 공격받으니까 속상했죠. 오도됐다는 생각에 억울한 측면도 있었지만, 혹시나 같은 당 후보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제대로 반박도 못하고 마음만 졸였어요.”

이미지 정치를 잘한다는 정 후보에 대한 세간의 평에 대해 “오히려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 게 (정 후보의) 약점인 것 같다”고 민씨는 말했다. 한편으로는 “집에서는 그렇게 부드럽고 조용한 사람이 유세장에서는 너무나 강해 내 남편이 맞나 싶다”고도 했다.

‘가족행복 시대’를 슬로건으로 내건 정 후보 캠프에서는 대중의 호감도가 높은 민씨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려 한다. 1996년 정 후보가 정치에 입문한 뒤 총선과 당 경선 등 일곱 차례의 선거를 치를 때마다 그림자 내조를 해온 민씨는 최근 ‘정치인 아내로서’ 활동반경을 넓히고 있다. 27일 거리유세를 마치고 근육병 퇴치를 위한 후원모임에 참석한 뒤 집에 들어와 기자와 추가 전화인터뷰를 한 시간이 밤 11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강행군이었건만 “그래도 다른 날보다 여유로운 편”이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엄두도 못 냈는데 정치인 아내 역할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물론 아직도 쑥스럽지만 그래도 많이 달라졌죠. 가끔은 이런 모습에 스스로도 놀랄 때가 있어요.(웃음)”

“시어머니를 모시며 맏며느리로 사는 게 결코 쉽지 않았지만, 배운 게 더 많다”고 말한 민씨는 노인 문제에 특히 관심이 많다. 영부인이 된다면 주력하고 싶은 분야도 여성, 아동, 노인 복지 쪽이다.

“24년간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서 어르신이 원하는 게 뭔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조언하고, 최선을 다해 돕고 싶어요.”

정 후보 측은 남은 선거운동 기간 민씨가 일정을 쪼개 최대한 많은 유권자를 만날 계획이며, 일주일에 2~3회는 부부가 함께 유세를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간동아 614호 (p22~23)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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