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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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 하라고 했더니 대상 주네요”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7-12-05 14: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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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OW 하라고 했더니 대상 주네요”
    ‘쇼 곱하기 쇼는 쇼’ ‘세상에 없던, 세상이 기다리던 쇼를 하라’ ‘쇼, 대한민국 보고서’…. 올 한 해 숱한 화제와 재미를 불러일으킨 KTF의 3세대 이동통신 광고 ‘쇼(SHOW)’가 대한민국 광고대상을 수상했다.

    일등공신은 광고 기획제작을 총괄 지휘한 제일기획 이정락(48) 상무. 그의 별명은 이름 끝자를 딴 ‘락(樂) 상무’, 때론 ‘쭈꾸미 상무’라고도 불린다. ‘낙지’라는 별명이 붙은 김낙회 대표이사에게 한 등급 밀렸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전언이다.

    재미있는 별명만큼이나 회사 내에서의 관계도 무난하다는 이 상무는 그동안 여러 차례 광고대상을 받은 실력파다. 이순신 장군을 내세운 다음커뮤니케이션 광고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정보기술(IT) 업계 1위로 만들었고, 삼성전자 매직스테이션과 센스Q는 감각적인 광고로 화제를 모았다. 최근 주유업계 광고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S-오일 광고도 이 상무의 작품이다.

    이 상무가 KTF의 3세대 이동통신 광고 기획제작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올해 초. 광고 제작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이 상품 이름을 정하는 일이었다. 여러 후보들이 나왔지만 그중 가장 눈길을 끈 이름이 바로 ‘쇼’였다. 이 상무의 이야기다.

    “‘쇼’는 고유명사가 아닌 일반명사예요. 그래서 그 자체가 갖는 (대중적) 폭발력이 굉장하리라 생각했죠. 하지만 네거티브(부정적)한 이미지가 많다는 점이 문제였어요.”



    실제 ‘쇼’라는 단어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사람들이 흔히 ‘쇼하네’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이는 상대방이 거짓말이나 거짓행동을 한다는 것을 빗댄 매우 부정적인 표현이다. 하지만 KTF 조영주 사장은 다른 대안을 모두 물리치고 ‘쇼’를 선택했다. “조 사장은 ‘쇼’가 약점을 보완하고도 남을 강점들을 지녔다고 판단했다”는 게 이 상무의 전언이다.

    이 상무에게 떨어진 과제는 ‘쇼’가 가진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는 대신 긍정적 이미지를 덧씌우는, 결코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이 상무는 먼저 일반인의 의식 속에 자리잡은 ‘쇼’의 부정적 이미지를 깨뜨리는 데 주력했다.

    정식 제품이 출시되기 전에 방송되는 예고 광고에 광고업계에서 터부시하던 ‘무덤’ ‘정자와 난자’를 내세운 것은 파격이었다. 터부에 정면으로 도전하면서 ‘쇼’의 부정적 이미지를 깨뜨리는 효과를 기대했던 것. 여기에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고(故) 백남준 씨를 등장시켜 ‘쇼’라는 이름에 긍정적인 의미 부여를 꾀했다.

    이 상무의 전략은 적중했다. 급기야 ‘쇼 곱하기 쇼’ 광고는 인터넷 UCC를 통해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쇼 곱하기 쇼는 과연 쇼인가’라는 다소 엉뚱하면서도 철학적인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리고 그 여파는 고스란히 ‘쇼’의 소비로 이어졌다.

    현재 3세대 이동통신사업 분야에서 KTF의 시장점유율은 1위다. 기존 이동통신 시장을 장악했던 SKT를 보기 좋게 따돌린 것. 광고의 힘이 얼마만큼 위력적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상무는 “이제 광고는 단순히 판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건을 만들어내는 수단이다. 영화도 될 수 있고, 게임도 (광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평범한 것에 대한 저항, 도전, 파괴라는 측면에서 예술과도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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