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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은 ‘유머 양념’ 있어 흥미진진

유력 후보들 날선 풍자 코미디 주요 소재, 한국 사생결단 폭로·원색 비난과 대조

  • 전원경 작가 winniejeon@yahoo.co.kr

美 대선은 ‘유머 양념’ 있어 흥미진진

美 대선은 ‘유머 양념’  있어 흥미진진

세 번 결혼한 경력이 입방아에 오르고 있는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2008년 미국 대선은 유난히 일찍 시작된 듯싶다. 올해 초부터 대선 분위기는 후끈 달아오른 상태다. 힐러리 클린턴, 버락 오바마 등 유력한 후보들도 끊임없이 언론에 오르내린다. 그러나 사실 양당의 대선 후보조차 결정되지 않았으니 대선은 아직 초반 레이스인 셈이다. 본격적인 미국 대선은 내년 1월3일 아이오와주 당원대회와 1월10일 뉴햄프셔주 예비선거로 시작된다.

현재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각각 민주당과 공화당의 선두주자로 자리를 굳히고 있는 양상이다. 그리고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이상 민주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프레드 톰슨 전 상원의원(이상 공화당) 등이 이들을 추격하며 혼전을 벌이고 있다.

엎치락뒤치락 초반 레이스 후끈

선거 분위기가 가열될수록 대선에 나선 정치인들이 TV 화면에 자주 등장한다. 미국의 TV 프로그램이나 언론은 대선에 나선 정치인들을 코미디의 주요 소재로 삼곤 한다. 이들은 정치인들의 장단점을 때로는 신랄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풍자하는데 이 같은 ‘대선 유머’를 보는 것은 미 대선의 삼삼한 재미다. 특히 ‘더 투나잇 쇼’ ‘데이비드 레터맨 쇼’ 등 심야 TV 토크쇼에서 정치 유머는 빼놓을 수 없는 양념이다.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이 최근 ‘신랄하고도 재미있는’ 대선 유머 몇 가지를 소개했다. 예를 들면 CBS TV의 인기 프로그램 ‘데이비드 레터맨 쇼’의 데이비드 레터맨은 “알고 보면 힐러리 클린턴과 루돌프 줄리아니는 공통점이 많다”고 말했다. “한 사람은 결혼생활에 문제가 많은 ‘뻣뻣남’이고, 다른 한 사람은 결혼생활에 문제가 많은 남자와 사는 ‘뻣뻣녀’라는 거죠.”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남편의 연애행각과 자신의 차가운 이미지 때문에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반면, 클린턴의 경쟁자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별다른 정치 경력이 없다는 것이 약점이다. TV 프로그램과 신문 만평은 늘 오바마의 빈약한 경력을 물고 늘어진다. “오바마 의원이 자신의 경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답니다. ‘제가 경력이 부족하다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시민변호사, 개방대학 교수, 4H클럽 회계, 점심시간 모임의 간사, 2년의 재즈 레슨 그리고 4년의 탭댄스 연습 등 많은 경력을 쌓았는걸요.” NBC TV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서 나온 말이다.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뭐니뭐니 해도 세 번 결혼한 경력이 화젯거리다. 정치 풍자로 유명한 코미디언 제이 레노는 ‘더 투나잇 쇼’에서 줄리아니를 이렇게 비꼬았다. “줄리아니가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의 혼외정사 사건에 대해 ‘결점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변호하고 나섰습니다. 맞습니다! 줄리아니도 세 번 결혼했고, 깅리치도 세 번 결혼했습니다. 이들이 팀을 이루면 클린턴 부부도 문제없이 이길 수 있겠네요.”

줄리아니 전 시장은 9·11테러 당시 보여준 용기 있는 대응 외에 별다른 공적이 없는 정치인이다. 줄리아니의 비판세력은 ‘두고두고 9·11테러를 우려먹는다’고 그를 공격하는데, 이 역시 유머의 단골소재. “이란 대통령이 ‘그라운드 제로’에 꽃다발을 바치려 하자 보좌진이 만류했답니다. 그건 줄리아니의 직업을 뺏는 일이라면서요.”

정치 풍자는 유권자들 지속 관심 유도

공화당 대선주자 중 한 사람인 미트 롬니 전 주지사는 몰몬교 신자다. 코미디언들이 이런 호재를 놓칠 리 없다. “미트 롬니 전 주지사가 자신의 증조할아버지와 다섯 명의 증조할머니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땀 뺐답니다. 그렇지만 고조할아버지에 비하면 약과죠. 롬니의 고조할머니는 열두 명이라고 하니까요.”

그런가 하면 고령임에도 꾸준히 대선에 도전하는 존 매케인 의원은 자금과 인력난에 고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매케인 상원의원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연설문 작성 담당자가 그만두는 바람에 매케인이 더 할 말이 없어졌답니다.”

정치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이처럼 날선 풍자와 유머 대상이 된다. 때로 이런 풍자에 의해 결정적인 타격을 입는 정치인도 있다. 그러나 정치 유머 때문에 미국 유권자들이 대선에 한결 관심을 갖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정치인 본인도 적절한 유머를 발휘해 어려운 순간을 넘기곤 한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동성애자들의 결혼을 지지하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 뉴욕시장일 당시 210쌍의 동성애자 커플이 뉴욕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알고 보면 그들도 다 남자, 아니면 여자일 뿐이지 별것 없더라고요. 뉴욕은 그래서 멋진 도시 아닐까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힐러리 클린턴 의원이 여성들의 동정심에 호소해 지지를 끌어내고 있다는 비난을 여유 있게 받아넘겼다. “힐러리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죠.”

대선 과열 양상에 관해서라면 한국도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수준이다. 그러나 한국 정치인의 ‘말’에서 이 같은 유머나 풍자는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양복쟁이 정치인들의 사생결단의 폭로와 원색적 비난만 난무할 뿐이다. 코앞에 다가온 대선에 대해 대중은 유례없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등 돌린 대중의 마음을 되돌리려면 ‘너 죽고 나 살기’식 폭로나 비난보다는 ‘너도 살고 나도 사는’ 유머와 여유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주간동아 613호 (p36~38)

전원경 작가 winniejeon@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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