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13

2007.12.04

BBK 김경준의 두 여인, 쓰나미냐 허풍이냐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7-11-26 18: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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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BK 김경준의 두 여인, 쓰나미냐 허풍이냐

    에리카 김(왼쪽)과 이보라.

    ‘BBK풍(風)’으로 대선정국이 요동치는 가운데 김경준(41) 씨의 ‘두 여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월2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기자회견을 한 부인 이보라(37) 씨와 22일 국내 라디오방송에 출연한 누나 에리카 김(43) 씨다.

    이씨에 대해서는 국내에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BBK 관련 서류에 따르면, 이씨는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모건스탠리와 환은살로만스미스바니 등 세계적인 증권회사에서 일했다. 1종과 2종 투자상담사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다. 전문 분야는 트레이딩.

    이씨가 남편 김씨를 만난 것은 환은살로만스미스바니에 근무할 때라고 알려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모건스탠리 등에서 근무하던 김씨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국내로 들어오면서 일한 곳이 환은살로만스미스바니였기 때문.

    1999년 이씨는 김씨가 세운 BBK로 자리를 옮긴다. 당시 29세였지만 직위는 등기이사 겸 부장이었다. 김씨와 결혼하기 전이었음을 고려하면 그에 대한 신뢰가 두터웠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후 이씨는 김씨가 2001년 12월 해외로 도피하기까지 전 과정을 함께한다. 이씨는 김씨보다 먼저 미국으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씨 어머니는 이면계약서 들고 한국행



    에리카 김씨는 1995년 ‘나는 언제나 한국인’이라는 자서전을 통해 한국에 알려졌다. 명문 코넬대학 정치학과, UCLA 법학대학원을 졸업하고 90년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당시 26세. 활발한 사회활동으로 국내외에서 인맥을 넓히던 에리카 김씨는 97년 8월 미국령 괌에서 발생한 대한항공기 추락 참사 때 유족 대표 변호사로 활약했다.

    동생 김씨를 이명박 후보와 연결해준 것도 그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 때문에 에리카 김씨는 BBK 사건에 연루돼 한국에 들어올 경우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할 처지다.

    에리카 김씨는 10월11일 미 연방법원에서 문서위조와 돈세탁, 허위 세금보고 등 4건의 혐의 사실을 인정하고 최근 변호사 면허를 자진 반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미국 변호사협회가 자격정지 심의에 착수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두 여인이 언론에 공개하려다 철회한 김씨와 이 후보 간의 이면계약서는 진짜일까, 가짜일까. 예정된 기자회견 시간을 2시간 이상 어긴 데다, 당초 원본을 공개하겠다던 약속을 어긴 이유(이 후보가 서명을 바꾸거나 위조할 가능성) 또한 설득력을 얻지 못하면서 한나라당과 이 후보 측의 ‘헛방’ 공세에 밀리는 분위기다.

    이제 김씨의 어머니가 이면계약서 진본을 검찰에 제출하면 공은 검찰로 넘어가게 된다. 진본 검증 결과에 따라 BBK 사건은 대선정국을 뒤흔들 ‘쓰나미’가 될 수도, 황당한 ‘허풍’으로 끝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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