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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X팔려’가 너무했나요?

‘X팔려’가 너무했나요?

마감 막바지에 이 글을 쓰기 위해 인터넷에서 영국 하원 홈페이지를 찾아들어가 봤습니다. 민주주의 원조(元祖)라고 할 영국 의원들은 의사당에서 어떤 화법(話法)을 구사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오래전 영국의회 의사록을 영어공부 재료로 활용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읽은 내용들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상대를 부르는 호칭에는 온갖 형식적인 수식어를 동원하면서도, 오가는 대화는 마치 독 묻은 칼처럼 섬뜩했기 때문입니다.

찾아보니, 역시 영국 의회는 다르더군요. 최근의 미얀마 사태를 다룬 10월29일 오후 5시16분 회의록의 첫 대목을 잠깐 살펴볼까요?

“외무장관과 어젯밤 얘기를 나눴는데, 그는 오늘 밤 둘째 아들 제이콥을 입양하느라 잠시 장관 직무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다며 먼저 양해를 구해왔습니다. 전체 의회가 밀리밴드 가족(현 영국 외무장관은 데이비드 밀리밴드입니다)의 경사에 축하를 보내주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더글러스 알렉산더 국제개발장관)

국가의 외교 현안을 다루는 자리에서 일개 장관의 가정사를 언급하는 모습이 참으로 정감어려 보이지 않습니까? 오가는 언사도 정중하기 그지없습니다. 질의하는 의원이나 답변하는 각료나 말문을 열 때마다 ‘나의 존경하는 동료(my honorable Friend)’라는 표현이 빠지는 법이 없으니까요. 그러면서도 인권 폭압이 계속되는 미얀마 독재정권에 대한 영국 정부의 정책을 따져 묻는 질문은 전문적이면서도 예리합니다.

만약 우리 국회에서 어떤 의원이 이런 식으로 서두를 꺼냈다면 어떤 반응이 나왔을까 상상해봅니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에 소개된 우리 선량(選良)들의 말본새를 흉내내본다면 “웬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는 호통이 당장 나올지 모릅니다. 아니면 “엄숙한 국정을 논하는 자리에서 무슨 사적인 얘기냐”는 질책이 쏟아질 수도 있겠지요.



이 글을 쓰던 중간에 이번 호 표지에 올릴 문안을 놓고 몇몇 기자들과 논의했습니다. 애초에 제가 제시한 건 ‘·#52059;·#52059;·#52059; … 2007 국정감사 무삭제 생생중계’와 ‘·#52059;·#52059;·#52059; … 국민은 당신들이 X팔려!’ 두 가지였습니다. 앞의 제목은 ‘주간동아’의 전통적인 작법(作法)에 충실한 것이고, 뒤의 제목은 우리 국회의원들 어법을 따라 비속어를 넣어본 것입니다. 기자들 의견은 앞의 제목이 낫다는 반응이 더 많더군요.

‘X팔려’가 너무했나요?
그럼에도 (욕먹을 각오하고) 이번 호 표지 제목은 뒤의 것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막말하는 국회의원들 정신 좀 차리라는 뜻에서 말입니다.

편집장 송문홍



주간동아 610호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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