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9

2007.11.06

‘장식성’만 보면 초보 역사성 읽어야 프로

  • 최광진 미술평론가·理美知연구소장

    입력2007-10-31 17: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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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식성’만 보면 초보 역사성 읽어야 프로

    피카소의 1907년 작품 ‘아비뇽의 여인들’.

    작품 보는 안목을 기르는 가장 확실하고 좋은 방법은 직접 돈을 주고 사보는 것이다. 그냥 막연히 작품을 감상할 때는 작가와 작품의 우열을 가리는 일에 소극적이지만, 내 돈 주고 작품을 사려 하면 판단을 위해 객관적인 기준들을 들이댄다.

    평소 어떤 회사를 생각하는 것과 그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고자 하는 것은 천양지차이듯, 작품을 살 때는 작가에 대해 더 전문적인 정보와 기준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 미술에 취미를 갖게 되면 자기가 좋아하는 양식과 작품이 생기겠지만, 그 기준이 쉽지 않고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좋은 선수를 알아볼 수 있다. 그러나 히딩크 같은 명장이 보는 안목은 훨씬 거시적이고 객관적일 것이다. 그래서 축구의 히딩크 같은 좋은 컬렉터는 작가를 키우지만, 안목이 없는 나쁜 컬렉터는 작가를 병들게 할 수도 있다.

    초보 컬렉터의 눈을 사로잡는 첫 번째 기준은 ‘장식성’이다. 이는 자신의 집이나 걸려는 장소의 구조와 관계 있고 기능적인 면에서 효율성이 있다. 하지만 이 기준에 의존도가 크면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 하락을 피하기 어렵다.

    좀더 훈련된 컬렉터의 두 번째 기준은 ‘기호’다.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은 자신의 감정을 치유하고 정서를 승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여운이 길지 못하다. 기호는 주관적이고 변하기 때문이다.



    더 전문성을 가진 컬렉터의 세 번째 기준은 작품에서 ‘역사성’을 읽어내는 것이다. 이는 미술의 역사 속에서 관계망을 파악하고 시대정신과 미래지향적 비전을 읽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작품은 비(非)장식적일 수 있지만 가치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오늘날 미술사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마네나 피카소의 작품이 결코 장식적이 아니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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