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9

2007.11.06

비정규직, 남의 일 아닙니다

  • 편집장 송문홍

    입력2007-10-31 10: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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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24일 이랜드-뉴코아 조합원 60여 명이 서울 종각에서 광화문까지 3보1배를 하며 ‘악덕 사주(社主) 구속’을 촉구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오래된 의문이 새삼 떠올랐습니다. 한때 기독교 기업임을 내세우며 승승장구하던 이 회사가 어떻게 해서 이렇게까지 비난받게 됐을까 하는 점입니다. 이건 법률적 차원 이전에 인간적인, 도덕적인 질문입니다.

    이랜드 측도 물론 할 말은 있겠지요. 그러나 ‘갑(甲)’의 위치인 사측 말을 들어주기 전에 ‘을(乙)’에 속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외침이 더 크게 들리는 것은 인지상정인가 봅니다. 인터넷을 둘러보면 노동운동을 하는 이들이 아니더라도 사측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훨씬 많으니까요. 굳이 성향을 따지자면 ‘중도보수’ 쪽인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랜드 사태의 한 축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상당수가 주부들입니다. 빠듯한 살림살이에 100만원이 채 안 되는 월급은 큰 보탬이 됐을 겁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한다고 만든 비정규직보호법은 오히려 그들 목을 찌른 칼날이 되었습니다.

    책임을 묻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겁니다. 명목만 그럴싸한 법을 덜컥 내놓은 정치권, 법 규정을 피하려고 대량해고라는 극한수단을 동원한 회사, 그 와중에 갈등을 부추기는 민주노총, 모두 잘한 게 없어 보입니다.

    문제는 2006년 현재 전체 임금노동자의 35.5%에 이르는 546만여 명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들은 정규직의 62.8%밖에 안 되는 월급을 받으면서도 일은 똑같이 합니다. 앞으로 세계화가 진행되면 이 같은 노동 양극화 현상은 더욱 악화될 수 있습니다. 이랜드 사태를 단순히 한 회사의 사례로만 볼 수 없게 하는 이유입니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의 기획단계에서 담당기자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대선후보들의 견해를 받아 정리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습니다. 저는 그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기왕 나와 있던 대선후보들의 견해란 것이 ‘일자리가 곧 복지’라는 등 상투적인 데 머물러 있을 뿐더러,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도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겐 앞으로 더욱 거세질 우리 사회의 질적(質的), 화학적 변화에 대한 고민보다는 눈앞의 표(票)가 더 중요한 게 아닐까 하는 우울한 생각도 하게 됩니다.

    비정규직, 남의 일 아닙니다
    서로 네 탓 하며 싸우다가 임시방편으로 미봉하고 말 일이 아닙니다. 정규직도 언제든 비정규직으로 신분이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우리 사회 전체에 주어진 과제입니다. 이 과제를 어떻게 푸느냐에 우리 아이들의 미래도 달려 있습니다.

    편집장 송문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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