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대암에서 바라본 운문사 전경.
시골 농가의 뒤뜰이나 돌담 옆에 한두 그루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수십, 수백 그루의 감나무 과수원이 눈길 닿는 곳마다 조성됐다. 가파른 산비탈이나 너른 들녘은 물론, 심지어 도로 양쪽에 늘어선 감나무가 자동차로 몇 분을 달려도 사라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청도의 감은 쟁반처럼 납작하게 생긴 반시(盤枾)다. 씨 없는 감인 반시는 육질이 부드러운 데다 당도가 높고 수분까지 많아 최고의 홍시로 꼽힌다. 하지만 수분이 많은 탓에 곶감으로 만들기 힘들어 홍시로만 먹어야 한다. 그러나 요즘에는 청도반시를 다양한 형태로 맛볼 수 있다. 홍시뿐만 아니라 쫄깃하고 달콤한 감말랭이, 곶감보다 부드러운 반건시, 아이스크림 대용으로 각광받는 아이스홍시 등이 그것이다.
근래에는 감 와인도 개발되었다. ㈜청도와인 연구소에서 5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했다는 감 와인은 숙취가 없고,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의 특성을 모두 지녔다. 감 와인은 한식요리와 잘 어울리는 순수 국산이라는 점 때문에 2005년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가대표단의 환영만찬주로 선정되기도 했다.
감 와인의 숙성고는 대한제국 말기인 1904년에 완공된 옛 남성현터널이다. 청도군 화양읍 송금리 남성현역 부근에 자리한 이 터널은 원래 경부선 철도용으로 개설됐지만 37년 새로운 터널이 개설된 이후 오랫동안 방치됐다. 길이 1km의 터널 내부는 1년 내내 13~15°C, 습도 70~80%를 유지하기 때문에 와인숙성고로는 최상의 조건을 갖추었다. 현재 와인터널 내부에는 누구나 감 와인을 음미하며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터가 마련돼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눈길 닿는 곳마다 감 과수원 … 고택 등 유적도 많아

감 와인 숙성고로 활용되는 옛 경부선 터널.
청도읍을 휘감아 흐르는 청도천의 둔치에서는 10월26(금)~28일(일)까지 2007청도반시축제가 열린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하는 이 축제에서는 청도반시와 관련된 모든 것을 직접 보고 먹고 즐길 수 있다.
청도반시축제를 참관하기 위해 청도까지 갔다면 전국 제일의 비구니 도량인 운문사를 찾아볼 것을 권한다. 신라 진흥왕 때 창건된 운문사에는 여느 사찰에서는 보기 어려운 보물이 많다. 맨 먼저 사람들의 마음을 잡아끄는 것은 동구의 소나무숲이다. 제멋대로 휘어진 노송이 빼곡하게 들어찬 숲의 청신한 기운과 솔향기가 머릿속까지 맑게 해준다.
범종루를 지나 경내에 들어서면 운문사의 명물인 ‘처진소나무(천연기념물 제180호)’, 작압전의 석조여래좌상(보물 제317호)과 사천왕석주(보물 제318호), 삼층석탑(보물 제678호)과 석등, 원응국사비(보물 제316호) 등이 줄지어 나타난다. 비로전 내부의 천장에 매달려 있는 ‘악착동자’의 악착스런 모습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저절로 미소짓게 한다. 그리고 비구니 사찰답게 정갈하고 단아한 절집 분위기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운문사를 오가는 길에는 운강고택(중요민속자료 제106호)과 임당리김씨고택(중요민속자료 제245호)을 잠시 둘러볼 만하다. 금천면 신지리에 자리한 운강고택은 1809년 쌍ㅁ자 모양으로 지어진 양반집으로 조선시대 상류층의 가옥구조를 엿볼 수 있다. 운강고택에서 자동차로 2~3분 거리에 있는 ‘임당리 김씨고택’은 임진왜란 이후 400여 년 동안 16대에 걸쳐 이어온 내시집안의 옛집이다. 몸채가 임금이 계시는 서북쪽으로 틀어져 있고, 사랑채가 안채를 한눈에 감시하고 통제하는 구조라는 점이 이채롭다. 예부터 청도는 물과 산과 인심이 맑은 ‘삼청(三淸)의 고장’으로 알려졌다. 또한 청도의 토박이들은 아무리 욕심나는 물건이 길에 떨어져 있어도 자기 것이 아니면 절대 줍지 않는다는 도불습유(道不拾遺)의 미풍양속이 남아 있다. 그와 같은 청도 땅으로의 여행은 심신이 두루 튼실하고 정갈해지는 웰빙여행이라 할 수 있다.
|
|
주간동아 607호 (p9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