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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의 미식세계

한 마리만 있으면 한 상 그득

  •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한 마리만 있으면 한 상 그득

한 마리만 있으면 한 상 그득

기름기가 적고 아삭할 정도로 씹는 맛이 좋은 소방어 활어회(위). 직화로 바싹 구워야 맛있는 방어 대가리구이.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새해, 즉 1월 1일에 겨울이 끝나고 화사한 봄이 ‘짜잔~’ 하고 시작되면 얼마나 좋을까. 해가 바뀌고 설이 오기 전까지는 이상하리만치 분주한데 해가 짧고 날이 추워 몸이 자꾸 움츠러드는 것이 싫어서다. 그렇지만 내 마음대로 될 일은 아니다. 혹독한 겨울 추위를 이기고 기나긴 밤을 즐겁게 보내려면 이맘때 챙겨 먹어야 하는 것이 있다. 여름 무더위는 민어의 힘으로 물리치고, 가을의 외로움은 전어를 구우며 삭이고, 시린 겨울은 바로 방어를 즐기며 보내야 한다.

방어는 이른 봄에 산란하기 때문에 11월부터 어마어마한 양을 먹으며 살을 찌운다. 방어는 산란을 위해 제주로 내려가는데 올해는 수온이 높아 동해, 대진, 속초, 포항 등에서도 많이 잡힌다고 한다. 동해의 풍어는 그만큼 저렴한 값에 좋은 방어를 실컷 맛볼 수 있다는 말과 같다.

방어 종류는 크기에 따라 나뉜다. 3kg 내외의 소방어, 5kg 내외의 중방어, 그 이상은 대방어로 분류한다. 방어는 살이 많고 기름지기 때문에 소방어라 해도 두세 사람이 먹기에 충분하다. 방어를 먹을 때는 활어회냐 숙성회냐를 먼저 선택해야 한다. 활어회는 수조에서 갓 잡은 방어를 회로 뜨기 때문에 부위별로 꼬독꼬독하게 씹히는 맛, 쫄깃하게 차진 맛 등이 그대로 살아 있다. 숙성회는 짧게는 2~3시간부터 길게는 사흘간 숙성한 것이다. 숙성되면 살이 한결 부드러워지고 감칠맛이 도드라진다. 숙성회를 낼 때 등살 껍질을 토치로 그을려 불맛을 더하기도 한다. 껍질 바로 아래의 기름이 익으면서 군침 도는 풍미가 회에 스며든다. 주변에서 맛보기는 활어회가 수월한데, 최근에는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서도 숙성회를 선보이는 곳이 있다니 반갑다.

대방어 한 마리를 잡으면 여러 생선을 먹듯 다양한 맛을 볼 수 있다. 꼬리에서 등으로 이어지는 등살은 탄력 있고 담백하며 붉은 빛을 띤다. 기름기와 살코기가 조화로워 쇠고기 마블링을 연상케 하는 연분홍색 뱃살은 부드럽다. 뽀얀 우윳빛이 나는 배꼽살은 기름지고 연해 입에서 살살 녹는다. 흰살 생선처럼 맛이 개운하고 차진 갈빗살도 있다. 대가리에서도 턱, 볼, 아가미에 붙은 살을 발라 먹기도 한다. 부위별로 맛이 다양하니 곁들이는 양념도 제각각이다. 고추냉이를 푼 간장, 새콤한 초장은 기본이다. 다진 마늘과 파, 통깨, 참기름을 넣은 쌈장, 갖은 양념에 고춧가루까지 넣은 양념간장, 구운 소금이나 볶은 소금 등이 있다. 신김치나 양념을 씻어낸 묵은지에 싸 먹기도 하고, 생김을 살짝 구워 밥과 함께 먹기도 한다.

대가리는 굵은소금을 척척 뿌려 직화로 구워 먹거나 탕으로 끓인다. 탕으로 끓일 때는 등뼈를 함께 넣어야 구수하며, 매운탕보다 맑은탕이 제맛이다. 맑은탕에는 라면보다는 쫀득쫀득한 수제비가 어울린다. 간혹 여름에 맛 좋은 부시리를 방어로 속여 파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올해는 방어가 풍어라니 믿고 먹어도 될 것 같다. 단, 음력 설이 다가오면 방어와도 작별해야 한다. 지금 서두르자.



한 마리만 있으면 한 상 그득

탄력 있어 씹는 맛이 좋은 방어 초밥.

방어횟집△바다회사랑(활어회), 서울 마포구 동교로 27길 60, 02-338-0872 △부안수산(활어회·숙성회), 서울 동작구 노량진1동 노량진 수산시장 신건물 활어 168호, 02-821-2309 △안주마을(활어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 길 15, 02-723-3529






주간동아 2017.01.18 1072호 (p76~76)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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